유쾌하게 풀어낸 새로운 형태의 재난

리뷰 | 영화 '서바이벌 패밀리(2017)'

백서연 | 기사승인 2021/01/13 [10:00]

유쾌하게 풀어낸 새로운 형태의 재난

리뷰 | 영화 '서바이벌 패밀리(2017)'

백서연 | 입력 : 2021/01/13 [10:00]

[씨네리와인드|백서연 리뷰어] 코로나19 사태는 우리 사회에 재난의 새로운 형태를 제시했다. 천재지변이 아니더라도, 모두가 죽어가는 치사율 높은 바이러스가 아니더라도 사람간 교류가 줄어들고, 정상적인 야외생활을 즐길 수 없게 된 지금 이 상황도 하나의 재난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요즘이다. 요즘 시국에 딱 맞는, 새로운 재난의 모습을 유쾌하게 보여주는 영화 서바이벌 패밀리를 소개한다.

 

▲ 영화 '서바이벌 패밀리' 스틸컷  © (주)루믹스미디어

 

영화는 도쿄에 사는 한 가족의 모습을 보여준다. 생선 손질을 하지 못하는 도시적인 엄마가 먼저 등장한다. 그 옆에는 휴대폰 중독인 딸과 늘 헤드폰을 끼고 다니며 주변의 소리를 차단하는 아들의 모습이 보인다. 직장에서는 꼼꼼하게 일을 처리하는 워커홀릭, 집에서는 TV에서 눈을 떼지 않는 어느 가정이나 있을 법한 전형적인 아빠까지 네 식구가 가족의 구성원이다.

 

▲ 영화 '서바이벌 패밀리' 스틸컷  © (주)루믹스미디어

 

이 가족의 평범한 하루가 지나고, 다음 날 아침이 밝았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울렸어야 할 알람이 울리지 않고 시계는 멈추어 버렸다. 늦잠을 자고 만 아빠가 놀라 침실에서 나오니, 밥솥과 가스불은 작동하지 않고, 냉장고 속 음식들은 모두 상해버려 당황한 엄마의 모습이 보인다. 부부만 놀란 것은 아니다. 딸의 휴대폰은 방전되었고, 아들의 전자기기도 모두 고장이 나 노래를 들을 수 없게 된다. 설상가상 배터리마저 작동하지 않아 실제로 전기가 끊겼다고 해서 배터리까지 사용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도, 전철도 모두 이용할 수 없게 되었다. 결국 자전거가 유일한 운송수단이 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철이 끊겨 아빠는 힘들게 회사에 출근했지만, 회사는 컴퓨터가 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결국 직원들을 모두 돌려보낸다. 불안에 떠는 주민들을 따라 마트에 간 엄마는 놀라운 광경을 목격한다. 마트에서는 사재기 현상이 일어나고, 카드 리더기도 작동하지 않아 오직 현금을 많이 가진 사람만이 물건을 살 수 있게 된다. 계산기도 사용할 수 없어 계산하려면 몇 시간이고 줄을 서있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학교에서도 정상적인 수업을 진행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임시 휴교를 시작한다.

 

사람들은 며칠 간 전기 없이 버텼지만 국가적인 정전사태는 계속되었고, 냉방시설이 작동하지 않으면서 식료품은 사라져 간다. 결국 허기를 이기지 못한 사람들은 정전사태가 발생하지 않은 지역을 찾아 집을 떠나기 시작한다. 이 가족들도 더 이상 아파트에서 사는 것은 생존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외할아버지가 있는 가고시마의 어촌마을로 떠나 식량을 구하기로 한다. 네 가족은 모두 배낭을 매고, 자전거를 끌고 긴 여정을 시작한다.

 

▲ 영화 '서바이벌 패밀리' 스틸컷  © (주)루믹스미디어

 

영화는 도쿄에서 가고시마로 향하는 약 3달간의 여정을 보여주기 때문에 가족들은 다양한 도시를 거쳐가고, 이 긴 여정의 과정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거쳐가는 과정들, 만나는 사람들 모두가 주는 메시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대표적으로 치솟는 물의 가격과 매점매석, 돈은 가치를 상실하고 물이나 쌀과 같은 식료품만이 가치를 가지게 되는 물물교환, 음식을 구하기 위해서는 직접 몸을 움직여야 하는 자급자족 등을 현실적으로 드러난다. 더 자세한 내용은 영화에서 확인하기 바란다.

 

또한 영화는 가족들의 변화를 보여준다. 아빠는 시종일관 아들이 못마땅했고, 아들 역시 아빠와 관계를 진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위기의 순간, 가족들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빠의 모습을 보며 아들은 그간 몰랐던 아빠의 역할에 대해 자각하게 된다. 영화 후반부에는 아빠를 구하기 위해 몸을 내던질 정도로 가족 간의 유대감이 강해졌다.

 

▲ 영화 '서바이벌 패밀리' 스틸컷  © (주)루믹스미디어

 

전기 없는 세상에서 자급자족하며 살아온 지 2, 드디어 전기가 돌아온다. 그러나 돌아온 집에서 가족들은 많이 달라져 있다. 엄마는 의연하게 요리를 하고, 자녀들은 부모와 눈을 맞추며 등교한다. 가까운 거리임에도 전철을 타고 다니던 아빠는 자전거를 이용해 출퇴근하며 도시락을 챙긴다. 마지막으로 네 가족이 전기가 없던 시절의 가족사진을 보며 미소짓는 것으로 영화는 마무리된다.

 

비록 현실성이 떨어지는 몇몇 설정이 눈에 띄기는 하나, 영화를 통해 실제 전기가 사라진다면 우리 삶이 어떻게 변할지, 사람들의 적응 방식은 어떨지 상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코로나19 사태를 버티며 새로운 재난 상황을 겪고 있는 우리에게 소소한 즐거움을 주는 영화, ‘서바이벌 패밀리'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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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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