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용되지 않은 사랑 이야기리뷰|영화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2004)'
[씨네리와인드|정다원 리뷰어] 누군가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면 누군가는 그림자의 어둠에 파묻힌다. 허용되지 않은 이는 함부로 빛을 받을 수 없다. 무대 위에 선 이상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는 힘은 그에게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계속해서 무대에 오르는 이유는, 어쩌면 한 번쯤 자신에게도 빛이 쏟아질 것이라는 희망 때문이지 않을까? 대다수 로맨스 영화의 주인공들은 늘 사랑에 있어서 허용된 사람들이다. 어떤 고난과 역경이 따르더라도, ‘언제든 어디서든 내가 너를 사랑할 수 있다면, 너도 나를 사랑할 수 있다’라는 명제가 두 사람 사이에서는 허용된다.
질 미무니 감독의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에는 사랑에 있어서 철저하게 허용된 두 사람과 허용되지 않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보통의 영화라면 전자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겠지만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에서는 후자의 사람들, 관계 속에서 사랑이라는 것을 허용받지 못한 사람들이 더욱 큰 존재감을 발휘한다.
보통 미스터리나 스릴러에서 긴장을 고조시키는 요소 중 하나는 ‘신원이 불분명한 존재’이다. 관객에게 정보를 충분히 주지 않던가, 혹은 알려진 정보가 거짓말인 것 같은 느낌을 줄 때 관객은 그 존재에 대해 의심을 하고, 공포심을 갖게 된다. 이 영화에서는 알렉스가 바로 그런 역할을 한다. 알렉스는 자신이 오랫동안 바라만 봤던 맷에게 신분을 속인 채 다가간다. 또한 영화의 중반부터 맷의 친구가 계속 언급하던 그의 여자친구 역시, 알렉스다. 이렇게 알렉스는 맷의 주변 인물을 이용하여 주위를 계속 맴돌고, 나중에는 자신을 숨기기까지 한다. 왜 알렉스는 이런 행동들, 심지어 무섭게까지 느껴지는 일들을 벌인 걸까? 바로 알렉스에게는 허용되지 않은 ‘사랑’ 때문이다.
그녀는 맷을 오랫동안 바라봤지만, 맷의 시선은 늘 리사에게만 향해있었다. 알렉스가 맷에게 첫눈에 반해 그를 쫓을 때, 맷은 리사에게 첫눈에 반해 리사를 쫓고 있었다. 반복되는 굴레에 알렉스는 어쩌면 본인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된다면 맷의 시선이, 맷의 스포트라이트가 자신에게도 향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한 것이 아닐까?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 나도 당신을 사랑하고 있었다고 처절하게 고백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엔딩에 이르러서 알렉스의 존재는 모두에게 밝혀지고, 맷과 리사는 재회를 한다. 하지만 둘의 재회를 보고도 완전한 안도감이 들지 않는 이유는 알렉스가 영화 내내 선보였던 감정과 연기가 이 영화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모든 이야기와 관계를 너무 친절하게 설명하려다 금방 긴장감을 잃어버리고 영화 중반까지 풍기던 오묘한 분위기와 독특한 스타일마저 후반부에는 모두 사라져버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허용받지 않은 사랑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영화의 OST가 마지막까지 힘을 발휘하며 진한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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