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유효하기에 애틋하다

리뷰|영화 '조제(2020)'

한솔지 | 기사승인 2021/01/26

사랑은 유효하기에 애틋하다

리뷰|영화 '조제(2020)'

한솔지 | 입력 : 2021/01/26 [09:55]

[씨네리와인드|한솔지 리뷰어] 인간의 삶이 유한하기에 인생이 아름답듯, 사랑은 유효하기에 애틋하다. 누구나 한 번쯤은 뜨겁게 사랑을 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새로운 세계를 쌓아가다가 마음이 저물기 시작할 때쯤에 우리가 이때까지 쌓아왔던 세계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경험을 해 봤을 것이다. ‘조제’는 우리의 그 아련하고 아득한 사랑을 그리고 있다. 영화 ‘조제’는 2004년에 개봉했던 일본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다리가 불편한 조제와 취준생 영석이의 사랑을 담고 있다.

 

▲ 영화 '조제' 포스터  © 볼 미디어

 

대학생 ‘영석’이는 길거리에 넘어져 있는 ‘조제’를 발견하고 도와주게 되면서 처음 만나게 된다. 휠체어의 바퀴가 망가진 것을 본 영석은 주변에 있는 리어카에 조제와 휠체어를 싣고 그녀의 집으로 향한다. 리어카를 끌고 집에 거의 다다른 영석은 조제와 같이 살고 있는 할머니를 마주하고, 밥을 먹고 가라는 조제의 말에 밥까지 먹게 된다.

 

조제의 집은 온갖 낡은 물건들로 꽉꽉 채워져 있는데, 한눈에 봐도 아주 가난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석을 위한 밥이 통조림 통에 들어 있던 번데기로 만든 탕과 다리미에 구운 스팸이라고 하면 짐작이 가는가.

 

조제는 우울하기도 하지만, 할머니가 주어온 책 속에서 본 것들을 조합해 자기만의 세계에서 살고 있기도 하다. 부다페스트, 스코틀랜드 등 이곳저곳 여행을 하다가 잠시 정착했다는 말과 자신의 이름이 프랑수아 사강의 소설 주인공의 이름인 ‘조제’라고 말하는 그녀의 모습은 인상적이다.

 

어쩐지 엉뚱하기도 하고 그녀만의 분위기를 풍기는 조제에게 영석은 미묘한 감정을 느낀다. 이후 영석은 사회복지사인 후배 수경의 이모를 통해 조제의 집 이곳저곳을 고쳐 주기도 하고, 정수기도 설치해 주면서 조제에 대한 특별한 감정은 더욱 더 커져만 간다. 하지만 조제는 그런 감정이 낯설고 두려워 그를 밀어내고 만다.

 

그 이후 영석은 한동안 조제를 찾아가지 않다가, 사회복지사에게 조제의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말을 듣고 그녀를 찾아간다. 그리고 영석과 조제는 서로에게 고백한다. 사랑하고 있다고. 서로에게는 서로가 필요하다고.

 

▲ 영화 '조제' 스틸컷  © 볼 미디어

 

마침내 그들은 사랑을 이루지만, 어느 연인처럼 이별하고 서로는 흐르는 시간 속에서 아무렇지 않게 살아간다. 세상 밖을 두려워하고 자신을 지키기 위해 감추기 급급하던 조제는 영석을 통해 사랑을 깨닫고 세상 밖으로 나와 운전을 할 정도로 성장해 있고, 영석 또한 취준생에서 벗어나 이제는 어엿한 사회인으로서 후배 수경과의 미래를 그려나간다. 우리는 그들의 사랑과 이별을 통해 쓸쓸함을 느끼게 되면서도, 어느새 성장해서 각자 걸어가는 그들의 모습을 응원하게 된다.

 

영화 ‘조제’는 원작과 다르게 계절의 풍경화를 찬란하게 빛내고 있다. 계절을 느낄 수 있는 뚜렷한 색감과 풍경들이 그들의 사랑을 묵묵히 뒷받침해 주고 있다. 이러한 계절의 변화와 함께 영화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조제의 다리가 되어 주는 영석과 그런 영석에게 의지하고 사랑을 주는 조제가 나누고 있는 호흡이 느껴지고, 그 호흡은 애틋함으로 마음속에 남겨질 것이다.

 

하지만 영화 ‘조제’에서의 조제는 일본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 비해 훨씬 수동적으로 그려진 면이 있다. 원작에서의 조제는 다리가 불편하지만, 그 다리가 인식되지 않을 정도로 그녀 자신만의 강인함이 있었고, 독특한 개성이 있었다. 하지만 영화 ‘조제’에서의 조제는 아주 아주 가난한 면이 강조되어 있으며, 그녀의 다리가 불편한 것을 강조하면서 관객들로 하여금 절절함을 이끌어 내고 있다. 영석과의 관계 속에서도 조제는 돌아가신 할머니 대신 영석에게 의존하고 의지하는 모습을 보인다. 한 인터뷰에서 영화 ‘조제’의 연출을 맡은 김종관 감독은 “특히 마지막은 원작과 달리 조제의 시점으로 풀어가고 싶었다”고 말했지만, 조제의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굉장히 수동적이고 위축되어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 영화 '조제' 스틸컷  © 볼 미디어

 

더해서 그들이 사랑하는 과정 속에서 조제가 무언가를 딛고 일어서기보다는 그녀가 머릿속으로 그리고 있는 세계를 영석이가 실제 로드뷰로 보여주거나 관람차를 타고 높은 곳에 올라가 보는 행동으로 오히려 파괴할 뿐이다. 조제는 가난하고 불쌍하고 장애를 가진 여자라는 것이 부각되기 때문에 이러한 영석이의 태도가 조금은 폭력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영화 ‘조제’는 사랑을 통해 성장하는 모습이 부족한 것과 더불어 그들의 이별에 대해서는 얼버무리고 있다. 이처럼 조제의 성장에 대해 말수가 부족한 것과 이별에 대한 공백은 관객들로 하여금 서로가 성장했다고 결론을 짓는 엔딩에 대해 물음표를 던지게 하며, 감정선을 따라가는 데에 많은 힘이 든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워낙 대작으로 평가받아왔던 원작을 리메이크 하는 데에는 상당한 부담감과 책임이 따른다. 그들의 서사와 캐릭터들을 빌리는 것과 비슷하기 때문이고, 어쩔 수 없이 원작과 비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영화 ‘조제’는 그런 면에서 상징적인 표현과 그들의 성장 및 사랑의 과정을 매끄럽게 그리는 데에는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이지만, 추운 겨울날 사랑의 피고 짐을 통해 따뜻하고 애틋한 사랑 이야기로 체온을 올리고 싶다면, 한 번 맛보는 것도 좋겠다.

 

 

보도자료 및 제보cinerewind@cinerewind.com

한솔지
씨네리와인드 객원취재부 기자단 4기
cinerewind@cinerewind.com

Read More

  • Posted 2021.01.26 [09:55]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