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환경영화제 상영작③|'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 [SEFF]

[시리즈] '서울환경영화제에서 다시 만나는 영화'

김준모 | 기사입력 2019/05/25 [14:20]

서울환경영화제 상영작③|'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 [SEFF]

[시리즈] '서울환경영화제에서 다시 만나는 영화'

김준모 | 입력 : 2019/05/25 [14:20]

 

▲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 포스터.     © (주)디스테이션

 

이번 제 16회 서울환경영화제에서는 극장에서 놓쳤던 작품들을 다시 만날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되어 있다. 루나글로벌스타에서는 서울환경영화제를 통해 극장에서 다시 만나볼 수 있는 영화 세 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 세 번째 작품은 특별전의 주인공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이다.

‘엄마, 나한텐 가슴이 필요해’

학창시절 이런 경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내가 정말 원하는 걸 부모님이 해주지 않은 경험. 그건 나쁜 거라고 멀리하라고 말하며 더 좋다는 걸 손에 쥐어주었던 기억이. 더 좋은 걸 사줬지만 딱히 마음에 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린코도 무언가 필요한 아이였다. 가슴, 그 아이한테는 가슴이 필요했다. ‘남자아이가 무슨 가슴이니?’ 보통의 부모라면 이리 말했을 것이다. 아이에게 더 좋은 거,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는 거에 ‘가슴’ 따윈 없으니까. 하지만 린코의 엄마는 아들에게 브래지어를 선물해 주었다. 그리고 뜨개질로 만든 봉긋한 모양의 털 가슴 뽕을 주었다. 이런 따뜻한 가정에서 자란 린코는 자신의 사랑을 주고 싶다.

나이가 들었다고 다 어른이 아니다. 토모의 엄마는 툭하면 집을 나간다. 싱글맘인 그녀는 딸보다 남자를 쫓는 게 더 행복하다. 그럴 때면 토모는 외삼촌 마키오의 가게를 찾아간다. 마키오는 토모가 혼자 집에 있는 게 안쓰러워 자기 집으로 데려간다. 그곳에서 만난 린코. 맙소사! 외삼촌이 동거한다는 여자가 트랜스젠더라니! 마키오는 말한다. ‘토모는 아버지를 돌봐주던 간호사야. 사랑에 빠지고 보니 남자였어. 그래도 어떡해, 좋아하게 되었는데.’ 무뚝뚝하지만 속이 깊은 마키오와 어울리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린코. 그녀는 토모에게 예쁜 도시락을 사주기도 하고, 머리를 묶어주기도 한다. 또 린코가 우울할 때 자신의 가슴을 만지라고 말한다. 엄마가 해주지 않았던 모든 것들을 린코는 해준다.

▲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 스틸컷.     © (주)디스테이션

 

린코와 산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놀림을 당하는 토모. 여기에 집에서 나가는 엄마의 뒷모습을 본 토모는 더욱 그리움에 빠져 입을 다물어 버린다. 장롱에 숨어버린 토모에게 린코는 종이컵 전화기를 건네고 그녀가 겪었던 아픔을 말해준다. 종이컵 전화기는 오직 한쪽만의 소통이 가능하다. 누군가가 말을 하면 누군가는 들어야만 한다. 린코는 대답 없는 토모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들려주면서 토모 역시 마음을 열기를 바란다. 사랑은 통한다고 했던가. 토모는 다시 린코에게 마음을 열고 세 사람은 정말 ‘가족’처럼 하나가 된다. 토모가 너무 사랑스러워 입양하고 싶다 말하는 린코. 그리고 마키오 역시 무책임한 누나 대신 자신과 린코가 토모를 돌보길 희망한다. 하지만 사회의 시선은 그들에게 가혹하기만 하다. 토모가 린코와 한 집에 산다는 이유로 아동 보호소에서 직원들이 찾아온 것이다.

집 나간 엄마, 트랜스젠더, 동성애, 왕따 등등 겉으로만 보기에는 자극적인 소재가 즐비해 보이지만 영화의 리듬은 전혀 다르다. 느리되 자극이 없다. 그런데 느낌은 강하다. 인물들의 행동, 대사, 컷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가 눈시울을 붉힌다. 토모는 부모가 없는 가정에서 자라지만 그 슬픔을 티내지 않는다. 린코는 누구보다 외롭고 힘들지만 그 아픔을 드러내지 않는다. 마키오는 누구보다 힘든 사랑을 택했지만 내색하지 않는다. 대신 그들은 힘들고 지친 서로를 안아준다. 촘촘하게 잘 짜여진 건 영화의 구성만이 아니다. 너무나 다른 세 사람을 엮는 ‘뜨개질 솜씨’가 참으로 일품이다.

▲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 스틸컷.     © (주)디스테이션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는 방법, 그건 원하는 걸 이뤄주는 것이다. 연애를 생각해 보라. 전혀 모르는 두 남녀가 하나가 되는 건 그 사람이 원하는 걸 이뤄주면서 ‘난 항상 네 편이야’라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토모에게는 따뜻함이 필요했다. 이 따뜻함은 사랑을 찾아 떠나는 엄마, 무뚝뚝한 외삼촌이 주지 못하는 감정이었다. 린코에게는 사랑이 필요했다. 자신을 여자로 봐주고 감싸줄 수 있는. 마키오에게는 따뜻함이 필요했다. 아빠는 아프고 동생은 툭하면 사라지니 함께해줄 누군가를 원했다. 그렇게 그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어 ‘가족’으로 엮일 수 있었다.

‘엄마, 나한텐 가슴이 필요해’ 난 이 한 마디가 영화 전체를 보여주는 대사라고 생각한다. 그 사람에게 필요한 걸 해줄 수 있는 거, 그 사람이 택한 선택을 존중하고 지켜줄 줄 아는 거. 엄마가 집을 나가도, 친구들이 놀려도 그저 가만히만 있던 토모는 린코를 통해 자신이 ‘선택’하는 삶에 대해 배우게 된다. 그 삶은 이기적이고 욕심 많은 탐욕적인 길이 아니다. 주체적이고 책임질 줄 아는 행복의 길. 자신이 택한 길이기에 당당하고 꾸밈없으며 진심으로 남을 사랑할 수 있다. 작품 속 토모의 친구인 남자아이는 남자를 좋아하지만 차마 표현하지 못한다. 그 아이의 엄마는 린코의 엄마처럼 아이에게 ‘필요한 걸’ 줄 용기가 없어 아이를 막기만 한다.

우리는 가끔 ‘개인의 행복’을 ‘타인의 성공’으로 착각하곤 한다. 성공한 남들처럼 살아가야,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가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거라 여긴다. 그래서 성공한 사람들의 공부법을 따라하고 스펙 쌓는 법에 열을 올린다. 그리고 ‘저리 살면 불행할 거야’라고 여기는 모든 것으로부터 멀리 떨어지기 위해 노력한다. 행복은 머리가 아닌 마음이 이끈다. 내 마음이 진정으로 편안하고 뛰어야만 그게 행복이다. 가족의 사랑은 행복을 찾아주는 그리고 이끌고 안아주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는 요즘처럼 따스한 날씨에 어울리는 마음이 밝아지는 영화라 할 수 있다.

 

*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 상영일자

 

5월 24일(금) 17:30 H관

 

[씨네리와인드 김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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