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린 굳은 땅에서 더 잘 자라나는 ‘미나리’처럼

[프리뷰] ‘미나리’ / 3월 03일 개봉 예정

김세은 | 기사승인 2021/02/22

비가 내린 굳은 땅에서 더 잘 자라나는 ‘미나리’처럼

[프리뷰] ‘미나리’ / 3월 03일 개봉 예정

김세은 | 입력 : 2021/02/22 [10:10]

 

▲ <미나리> 포스터  © 판씨네마

 

[씨네리와인드|김세은 객원기자] 비가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말이 있다. 고난과 역경을 겪으면, 마음이 그만큼 단단해진다는 의미다미나리는 그 어떤 땅이든 뿌리를 깊게 내리면, 주변의 자연적 순환을 돕는다고 한다. 땅과 근방의 물을 정화하고 우리에게 풍부한 영양소를 공급하듯 말이다. 이처럼 생명력도 질기면서 장소를 가리지 않고 쓸모 있는식물은 흔치 않다비가 내리고 땅이 굳은 뒤 그 속에서 피어난 미나리처럼, 서로에게 질기고 단단한 버팀목이 되어준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가  바로 오는 33일 개봉하는 '미나리'다.

 

▲ <미나리> 스틸컷  © 판씨네마

 

모니카제이콥가족은 도시 캘리포니아를 떠나 낯선 시골 아칸소로 이주한다. 도시에서 막노동하는 것보다 한국 채소를 재배하여 자신들의 힘으로 성공하고자 하는 제이콥의 마음에서다. 그러나 막상 도착해서 본 그들의 새로운 보금자리는 넓은 땅에 덩그러니 놓인 이동식 트레일러 뿐이었고, ‘모니카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다. 게다가 심장이 아픈 아들 데이빗이 걱정된다. 자식들을 위해 결국 모니카의 엄마 순자가 한국에서 미국으로 와서 함께 살기로 하고, 그들의 집은 진한 한국적 향기로  가득 차게 된다.

 

이 영화를 관통하는 가치관은 갈등과 화합이다. 낯선 땅 미국에서 한국인으로서 살아남는 것, 나이 든 한국 세대인 할머니와 젊은 미국 세대인 아이들 사이의 간극, 자식의 미래를 위한 모니카제이콥의 의견 충돌 등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 <미나리> 스틸컷  © 판씨네마

 

기회의 땅 미국으로 희망을 가득 싣고 이주한 한국인 가족에게는 모든 일이 낯설고 두렵다먹고 싶지만 먹을 수 없는 고향의 음식도 한가득하다. 엄마 순자가 가져온 고춧가루와 멸치 등을 보고 모니카는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같은 한국 동포들마저 서로 살아남기 바빠 믿고 의지할 수 없고, 마음을 갉아먹는 외로움만 자라난다. 이를 달래고자 마을의 교회를 찾아보지만, 생김새와 언어의 장벽이 이들을 가로막는다. 미국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은 미국 문화에 금방 적응해 나가는 듯 보여도, 문득 자신과 주변 친구들의 문화적 차이를 보면 혼란스럽기만 하다.

 

▲ <미나리> 스틸컷  © 판씨네마

 

물론 그들에게 갈등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제이콥의 농사일로 고용된 독실한 기독교 신자 ’과 한 자리에 모여 한국 음식을 먹으며 화합하기도 한다동네 교회에서 데이빗과 만난 백인 친구는 처음엔 그의 이국적 외모를 보고 신기한 마음에 다가오고, 특이한 외모를 가졌다고 놀린다. 그러나 이내 그는 자신의 집에 데이빗을 초대하고, 한국 문화인 화투까지 함께 즐기며 문화적으로 융화된 교우를 보여준다.

 

▲ <미나리> 스틸컷  © 판씨네마

 

문화적, 인종적 차이를 넘어서 한 데 엮여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 <미나리>는 세대 간의 갈등도 여과 없이 보여준다. 보편적인 할머니의 모습보다는 순수한 마음을 지닌 할머니 순자, 그런 할머니의 모습이 여타의 할머니들과 비교되고 낯설게 느껴지는 아이들 사이의 간극을 좁히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점점 할머니의 순수한 마음이 데이빗의 마음에 닿고, 엄마, 아빠보다 자신의 마음을 더 깊게 이해하는 할머니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 <미나리> 스틸컷  © 판씨네마

 

가장 깊은 갈등의 고리는 제이콥모니카부부 사이에 있다. ‘제이콥은 쓸모 있는 인생이 무엇일까 고민하고, 가족들에게 가장으로서 한 번은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아칸소로 이주하는 것을 결정했다. 그러나 모니카는 자식들의 건강과 교육을 위해 갖은 일을 해서라도 돈을 벌어 안정적으로 살고 싶은 마음이다. 과연, 가족과 함께 안전한 삶을 일궈 나가는 것과 성공하여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 과연 무엇이 더 중요할지 <미나리>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러한 이견에도 불구하고 서로 힘들 때 버팀목이 되어주는 것이 가족이 아닐까 싶다.

 

▲ <미나리> 스틸컷  © 판씨네마

 

이렇게 회초리, 한약, 화투 등 한국 고유의 문화들이 한데 모여있는데도 지극히 보편적인 가족의 삶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 영화 <미나리>. 어디서든 잘 뿌리내리고 적응하며 사람들에게 이로움을 전달하는 식물인 미나리처럼, 우리는 어디에서 정착하든 더불어 살아가며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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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은
씨네리와인드 미디어본부 객원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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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ed 2021.02.22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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