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먹는 슈퍼푸드가 아이들의 미래를 갉아먹는다 [SEFF]

[서울환경영화제 상영작] 영화 '슈퍼푸드 체인'

김재령 | 기사입력 2019/05/27 [15:25]

우리가 먹는 슈퍼푸드가 아이들의 미래를 갉아먹는다 [SEFF]

[서울환경영화제 상영작] 영화 '슈퍼푸드 체인'

김재령 | 입력 : 2019/05/27 [15:25]

▲ 영화 '슈퍼푸드 체인' 공식 포스터     © The Superfood Chain 공식 페이스북

 

 '공복 시청 주의!'

 영화 포스터에 이런 문구라도 새겨 넣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아이들이 어찌나 음식을 맛깔나게 잘 먹던지!

 

 볼리비아에서는 '퀴노아'를 옛부터 감자와 더불어 주식으로 먹었으며, 에티오피아에서는 '테프'를 크레이프처럼 얇게 반죽해서 구워 먹으며, 필리핀에서는 무더운 날에 달달한 '코코넛' 음료로 목을 축이고, 캐나다 하이다 과이에서는 싱싱한 '연어'를 잡아서 훈제하거나 바베큐로 구워 먹는다.

 이처럼 건강에 좋다며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받는 슈퍼푸드는 재배되는 지역에서 조상 대대로 내려온 토착 음식의 식재료로 쓰인 게 대부분이다. 부모는 전 세대로부터 전수받은 자연의 음식을 아이에게 만들어 주고, 아이의 입에 맛있는 음식이 들어가는 모습만 봐도 배불러 한다. 이런 걸 보면 진정한 슈퍼푸드란 영양학적으로 우수하다면서 타임지에서 인증받은 식품이 아니라, 가족의 사랑이 담긴 따뜻한 식사 한 끼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아이의 건강과 행복을 책임지는 슈퍼푸드가 지구촌 아이들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

 

▲ 영화 '슈퍼푸드 체인' 스틸컷     © DAUM 영화


 영화는 안 신(Ann SHIN) 감독이 가족과 함께 피크닉을 즐기는 장면으로 막을 연다. 감독은 도시락을 열자마자 아이에게 슈퍼푸드로 널리 알려진 연어를 권한다.

 성장기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 있어서 최고 먹거리 관심사는 슈퍼푸드다. 안 신 감독 역시 연이어 쏟아지는 슈퍼푸드 정보에 귀를 기울인다. 최근에는 퀴노아와 테프와 같이 이름이 낯선 이국적인 슈퍼푸드도 식탁에 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슈퍼푸드의 효능을 분석하면서 음식을 잘 챙겨 먹기만 해도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다고 조언한다.

 감독은 가족을 위해서 슈퍼 푸드에 관한 정보를 찾다가 한 가지 의문을 갖게 된다.

 '슈퍼푸드는 누가 어디서 어떻게 만드는 걸까?'

 

▲ 영화 '슈퍼푸드 체인' 스틸컷     ©DAUM 영화

 
 다큐멘터리에서 가장 먼저 소개되는 볼리비아의 상황은 처참하다. 볼리비아의 곡물인 퀴노아가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게 된 건 오프라 윈프리가 다이어트 식품으로 소개하고 나서부터다.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처음에는 퀴노아를 재배하던 농민들이 경제적 이득을 보는 듯했으나, 이윽고 대기업들이 퀴노아를 대규모로 재배하기 시작했다.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려난 소농민의 삶은 전보다 어려워졌다.

 이러한 사례들이 전 세계에서 잇따르자, 에티오피아는 자국민 보호를 위해 농산물 수출에 있어서 신중한 자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국민의 주식인 테프가 슈퍼푸드로 선정되면서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했을 때도 정부는 테프 수출을 금지했으며, 현재는 관련 규제를 서서히 완화하고 있다.

 

 이 다큐멘터리의 특징 중 하나는 단순히 슈퍼푸드가 재배되는 농어촌의 현실에 관한 설명만 구구절절 늘어놓는 게 아니라, 업자들 가족의 소소한 일상도 카메라에 담았다는 것이다. (도중에 웃음을 유발하는 유머러스한 장면도 군데군데 나오는데, 이 부분은 영화에서 직접 확인해보시길 바란다) 캐나다 도시에 사는 평범한 부모인 안 신 감독의 일상과 농어촌 가족의 삶을 교차시켜 보여주면서, 영화는 그들에게도 우리처럼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과 소중한 일상이 있다는 걸 강조한다.

 에티오피아의 현황을 보여주는 부분에서는 이러한 연출 방식이 빛을 발했는데, 테프를 재배하는 부모를 둔 중학생 소년을 인터뷰하는 장면이 그러하다. 소년의 장래 희망은 축구 선수가 되어서 부모님께 효도하는 건데, 그가 꿈 이야기를 할 때면 눈빛이 유독 반짝였다. 관객은 앞서서 볼리비아와 에티오피아의 곡물 정책에 관한 현황을 접했기에, 만일 에티오피아가 볼리비아의 전철을 밟는다면 아이의 희망찬 미래가 짓밟힐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가족의 건강을 위해 슈퍼푸드를 구매하는 도시인, 슈퍼푸드의 수요 증가에 영향을 받는 한 나라의 농수산물 시장, 그리고 슈퍼푸드를 만드는 가족과 아이들의 꿈, 이러한 세 가지 종류의 장면을 반복적으로 교차함으로써, 영화는 이러한 요소들이 사회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영화 제목 그대로 '슈퍼푸드 체인'을 보여준다.

 

▲ 영화 '슈퍼푸드 체인' 스틸컷     ©DAUM 영화

 

 슈퍼푸드를 만드는 농가가 위기에 빠지면 아이들의 미래가 위험에 빠진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필리핀의 코코넛 농가다. 영화에서 소개되는 한 싱글맘은 자기 자식뿐만 아니라 조카까지 키우면서 코코넛 농사로 생계를 꾸려나간다. 공정무역 단체의 도움을 받으면서 안정적인 수입을 얻는 그녀의 꿈은 아이들을 대학에 보내는 것이다.

 하지만 국가는 그녀가 농사를 짓는 땅을 상업적으로 이용할 것이라면서 퇴거 명령을 내린다. 그녀는 데모도 하고 공정무역 단체에서 법률 지원도 받고 있지만, 언제 이 땅에서 쫓겨날지 모르는 상황이다. 만일 그녀와 같은 소농민이 농지를 빼앗긴다면, 그들은 도시로 떠날 거고 그곳에서 아이들은 쓰레기를 줍거나 매춘을 하게 될 것이다.

 필리핀 농가 취재 장면 이후에는 안 신 감독이 슈퍼마켓에서 공정무역 거래 식품을 구매하는 장면이 삽입된다. 이처럼 영화는 관객에게 직접적으로 훈계하기 보다는, 자연스러운 일상 장면을 통해서 관객에게 공정무역 제품에 관심을 가져서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달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필리핀에 사는 싱글맘은 데모를 하다가 경찰에게 연행되면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당신들을 먹여 살리고 있어! 당신들은 우리가 만든 음식을 먹는다고!"

 캐나다에 사는 안 신 감독은 아이와 함께 텃밭을 가꾸면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 아이가 음식이 슈퍼마켓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으면 한다."

 두 사람의 대사는 영화가 관객에게 말하고 싶은 메시지이다. 슈퍼푸드뿐만 아니라 우리의 생명을 유지시켜주는 세상의 모든 음식은 누군가가 만든 것이며, 그 누군가에는 소중한 일상과 가족이 있다. 우리가 식탁 위에 오르는 음식이 어디서 나오는지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농어촌 업자의 가족과 아이들의 삶, 그리고 우리 모두의 미래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 영화 '슈퍼푸드 체인'은 서울환경영화제에서 상영되며, 5월 29일 수요일 12:00에 서울극장 H관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씨네리와인드 김재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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