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통해 언론을 말하다 ① 더 포스트

사주와 언론

김예지 | 기사입력 2019/05/28 [10:55]

영화를 통해 언론을 말하다 ① 더 포스트

사주와 언론

김예지 | 입력 : 2019/05/28 [10:55]

 

▲ 더 포스트 포스터     © CGV 아트하우스

 

 

미국의 역사를 바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펜타곤 페이퍼 보도. 2018년 개봉한 스티븐 스필버그의 작품 ‘더 포스트’는 펜타곤 페이퍼가 워싱턴 포스트에 보도되기까지의 과정을 한 개인의 성장 서사와 엮어 보여주고 있다. 언론을 다루는 여느 영화들처럼 ‘더 포스트’ 역시 특종과 진실을 보도하려는 기자들의 취재 과정과 노력, 그리고 현실적인 난관들과 이를 헤쳐나가는 부분을 조명하고 있다. 영화에서 이런 부분을 보여주는 인물이 톰 행크스가 맡은 ‘벤 브래들리’다. 톰 행크스는 영화의 큰 줄기 중 하나인 언론 부분의 주인공이다.

 

 워싱턴 포스트가 펜타곤 페이퍼를 보도할 수 있었던 것은 사주의 결정 덕분이다. 당시 사주인 ‘캐서린 그레이엄’ 역의 메릴 스트립이 바로 영화의 또 다른 큰 줄기인 개인 부분의 주인공이다. 워싱턴 포스트 사주였던 남편의 죽음으로 인해 얼떨결에 회사를 떠맡게 된 캐서린은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고 회사의 투자를 유치해야한다며 압박을 주는 이사회 사이에서 회사를 이끌어가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 더 포스트 스틸컷     © CGV 아트하우스



 

 뉴욕타임스가 펜타곤 페이퍼 보도로 국가로부터 소송이 걸린 상태에서, 이사회와 기자들은 펜타곤 페이퍼의 보도를 두고 충돌한다. 결국 캐서린의 결정에 보도 여부를 맡기게 되고, 고민하던 캐서린은 기자들의 생각을 묻는다. 사주가 기자들의 생각을 물어보는 장면에서 ‘더 포스트’는 다른 저널리즘 영화들과 차별성을 지니게 된다. 보통 저널리즘 영화에서의 사주는 회사를 위태롭게 할 수 있는 보도를 막거나, 혹은 영화에 거의 등장하지 않는 존재였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사주가 언론사 내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사주의 의사에 따라 어떠한 기사가 나갈 수도, 나가지 않을 수도 있고, 기자의 소속까지 변경될 수 있다. 사주인 캐서린이 이사진의 압박을 물리치고 기자들의 결정에 힘을 실어주는 장면은, 워싱턴 포스트의 사장으로서 그녀의 성장을 보여줌과 동시에 사주가 진실을 추구하는 기자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준다. 물론 사주의 지지가 있어야만 기자들의 기사가 실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더 포스트’ 내에서 기자들은 회사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구성원이면서도 아이러니하게 이사회와 사주 밑의 가장 힘이 없는 존재이기도 하다.

 

 영화는 벤으로 대표되는 언론의 양심을 보여주는 서사와 캐서린이 보여주는 개인의 성장 서사, 두 개의 줄기가 스토리라인을 이끌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 두 서사 완전히 분리되어 있지는 않다. 언론의 양심은 캐서린의 성장을 이끌어내는 동력이 되고, 동시에 캐서린의 성장은 언론의 양심이 실현될 수 있는 지지기반이 된다. 벤 역시 단순히 기자 집단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언론인 그리고 케네디의 친구라는 다층적 요소가 복잡하게 얽힌 펜타곤 페이퍼 보도 문제를 두고 깊게 고뇌한다. 닉슨 뿐 아니라 전대, 전전대의 대통령부터 이어져 내려온 이 문제를 보도하면 그는 자신의 오랜 친구인 케네디 역시 공격하게 되기 때문이다. 벤에게서도 우리는 고뇌하고, 언론인의 양심을 택하며 기자로서 더 성장해나가는 개인을 볼 수 있다.

 

 메릴 스트립이 연기하는 캐서린은 처음에는 그저 회의를 준비하며 긴장하기 바쁘다. 그러나 그녀는 점차 압박이 아닌 책임감을 느끼며 성장해간다. 워싱턴 포스트 사주의 아내로서 사교에 신경쓰고, 남편의 친구들인 사회 고위층들의 부인들과 교류하는 것을 중요시하던 그녀는 펜타곤 페이퍼 보도를 두고 고뇌한다. 그녀의 오래된 친구인 맥나마라가 펜타곤 페이퍼가 보도되면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되는 인물 중 한 명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보도하지 않는 쪽으로 기울던 그녀는 무의미한 전쟁에서 희생된 젊은이들의 목숨을 떠올리며 분노하고, 결국 기자들의 의견을 존중해 보도를 결정하게 된다. 개인의 서사가 주요한 스토리지만, 그 안에서 그녀는 언론사의 사주로서 언론의 본분에 충실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최종적으로 보도를 결정한 그녀 역시 ‘언론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영화의 주요한 두 인물 모두 개인과 언론, 두 가지 줄기의 서사를 동시에 이끌어가고 있는 것이다.

 

 

▲ 더 포스트 스틸컷     © CGV 아트하우스

 

 

 스티븐 스필버그의 작품인 이 영화에는 긴장감을 유발하는 장면과 극적인 장면이 많이 연출되어 있지만 자극적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메릴 스트립과 톰 행크스라는 기둥 같은 두 배우를 축으로 다른 중년 배우들과 젊은 배우들 모두 영화의 톤에 맞추어 극단으로 치닫지 않고 자제하는 연기를 보여준다. 미국에서 ‘언론’이라는 존재를 한 단계 격상시킨 사건을, 스필버그는 ‘사주’라는 존재와 결합시켜 흥미롭게 조명하고 있다.

 

[씨네리와인드 김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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