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만들어낸 핵 무기에 대한 공포, '고질라'가 돌아왔다

[프리뷰] 영화 '고질라' / 5월 29일 개봉예정

김준모 | 기사입력 2019/05/29 [11:25]

인간이 만들어낸 핵 무기에 대한 공포, '고질라'가 돌아왔다

[프리뷰] 영화 '고질라' / 5월 29일 개봉예정

김준모 | 입력 : 2019/05/29 [11:25]

 

▲ <고질라> 포스터     © Toho Film (Eiga) Co. Ltd

 

29일 개봉하는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는 북미 시사회에서 '역대 최고의 괴수영화'라는 평을 받으며 기대감을 높였다. 일본을 대표하는 괴수 캐릭터로 그 위용을 과시하고 있는 '고질라'는 1998년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에 의해 할리우드에 상륙했다. 그리고 2014년, 가렛 에드워즈 감독에 의해 리부트 된 <고질라>는 이번 두 번째 시리즈를 통해 할리우드 괴수 영화의 역사를 갈아치울 준비를 하고 있다. 

  

원작 <고질라>는 1954년 등장한 이후 65년 넘게 그 역사가 이어지고 있다. 슈트 액터가 커다란 슈트를 입고 연기하는 일본식 특촬영화를 대표하는 캐릭터이며 2004년 시리즈 50주년을 맞아 할리우드 명예의 전당에 등록되기도 했다. 놀라운 건 이 오랜 고질라의 역사 중 인간이 승리를 거둔 건 단 두 차례, 54년판 원조 고질라와 2016년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을 수상한 안노 히데아키 감독의 <신 고질라>가 유일하다는 점이다. 

  

이 점이 중요한 이유는 고질라라는 캐릭터가 탄생하게 된 배경에 있다.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핵폭탄이 투하된 지 10년쯤 뒤에 미국의 캐슬 브라보 수소폭탄 실험의 여파로 일본 어선의 어부들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방사능의 위험성이 다시 한 번 주목받았다. 고질라는 핵실험의 여파로 땅속에서 살다 일본으로 서식지를 옮겼고 엄청난 괴력으로 일본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54년 <고질라>에서 고질라라는 존재는 핵무기에 대한 일본인들의 공포, 그 자체를 의미한다. 

 

▲ <고질라> 스틸컷.     © Toho Film (Eiga) Co. Ltd

 

일본인들은 고질라의 존재에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그 어떠한 무기로도 고질라에게 상처 하나 낼 수 없다. 이런 압도적인 고질라의 존재는 원자폭탄에 대한 일본의 공포를 의미한다. 2차 대전 당시 미국은 일본이 무조건적인 항복을 거부하자 1945년 8월 6일에 히로시마에, 9일에 나가사키에 원자 폭탄을 하나씩 떨어뜨렸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루스벨트는 독일보다 빨리 원자 폭탄을 개발하기 위해 '맨해튼 계획'을 수립해 원자 폭탄을 만들었고 일본은 원자 폭탄이 사용된 첫 번째 국가였다. 

  

그 위력은 실험에 참가한 전문가들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고 자살특공대인 가미카제를 만들 만큼 격렬하게 저항하던 일본은 무조건 항복을 선언하였다. 원자 폭탄은 일본인들에게 거대한 공포였고 이 공포는 고질라라는 인간이 현재 지닌 기술과 무력으로는 '절대 이길 수 없는 존재'를 만들어 냈다. 모든 화학무기를 견뎌내는 단단한 육체와 입에서 내뿜는 백열광은 도쿄를 순식간에 불바다로 만들어 버린다. 

  

작품은 두 인물을 통해 이런 고질라의 존재를 통한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낸 문명과 기술의 발달에 대한 두려움을 경계한다. 첫 번째는 야마네 쿄헤이 박사이다. 저명한 고생물학자인 그는 고질라의 엄청난 생명력을 바탕으로 인류를 위한 연구를 진행해야 된다며 고질라의 사살에 반대한다. 하지만 고질라가 일으킨 참상을 보고 마음을 바꾸게 된다. 그의 학자로써의 호기심과 욕망은 현재 직면한 문제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과오를 범하게 만든다.

 

▲ <고질라> 스틸컷.     © Toho Film (Eiga) Co. Ltd

 

두 번째 인물인 젊은 과학자 세리자와 다이스케는 이런 호기심과 욕망이 가져오는 재앙을 보여준다. 그는 실험 중 옥시전 디스트로이어라는 강력한 에너지 물질을 발견하게 된다. 그는 쿄헤이 박사의 딸이자 자신의 전 약혼녀인 야마네 에미코에게 이 옥시전 디스트로이어의 위력을 보여준다. 그가 수조에 이 물질을 떨어뜨리자 수조 속 물고기들은 모두 죽게 된다. 그 끔찍한 광경에 야마네는 왜 이런 걸 만들게 되었느냐고 묻는다. 

  

이에 세리자와는 자신도 모르겠다고 답한다. 그는 그저 실험을 했을 뿐이고 그 실험의 과정에서 인류에, 그리고 지구상의 생명체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물질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가 고질라를 물리치기 위한 작전에서 스스로 고질라와 함께 죽기를 결심한 이유는 그 자신도 인류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가 알고 있는 옥시전 디스트로이어 발명 방법이 인류에게 다시 한 번 끔찍한 위험을 자초할 수 있다는 걸 그는 알았던 것이다.

 

▲ <신 고질라> 스틸컷     © 메가박스(주)플러스엠



<고질라>는 인류가 인류에게 가하는 위협과 공포를 담아낸 작품이다. 그리고 그 위협과 공포는 인류의 손을 통해서만 막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신 고질라>가 두 번째로 인류가 고질라를 이긴 작품인 이유도 이에 기인한다. 이 작품은 2011년 후쿠시마 원자력 사고 이후에 등장한 작품이며 고질라는 전투 내내 진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에 맞서는 기존 관료들의 무능한 모습은 유동적이지 못한 관료 중심 사회의 대처 때문에 막대한 피해를 낸 원자력 사고에 대한 우회적인 비판이라 볼 수 있다. 

  

고질라라는 위협과 공포는 형태를 바꾸며 인류를 위협하지만 이런 위협에 대처해야 하는 지도층과 관료들은 보수적이고 매뉴얼에 집착하는 경향을 보인다. 영화는 고질라를 상대로 한 (시리즈 상에서) 두 번째 인류의 승리와 젊은 관료들을 통한 희망적인 미래를 말하지만 고질라와의 공존을 고민하는 마지막 장면에서 위협에서 완전하게 벗어나지 못한, 결국 인류는 인류가 만든 공포 속에서 살아가야만 한다는 불안을 보여준다. 

  

고질라가 주는 공포의 바탕에는 인류의 욕망과 공포가 담겨 있다. 더 강해지고 싶은 인류의 욕망은 인류가 인류를 섬멸할 수 있는 핵무기를 만들어낸 공포를 낳았다. 그리고 그 공포는 고질라라는 괴물의 존재로 표현되었다. 54년 작 이후 고질라 시리즈는 다양한 괴수들과 고질라의 싸움을 통해 괴수 블록버스터의 상징이 되었지만 그 바탕에는 기술의 발전 속 인류에 가해지는 공포와 위협이 있다 볼 수 있다.

 

[씨네리와인드 김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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