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심각해진 계층 갈등, 공생이 불가능해졌다

[프리뷰] 영화 '기생충' /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김준모 | 기사입력 2019/05/30 [18:50]

너무 심각해진 계층 갈등, 공생이 불가능해졌다

[프리뷰] 영화 '기생충' /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김준모 | 입력 : 2019/05/30 [18:50]

 

▲ <기생충> 포스터.     © CJ 엔터테인먼트

 

2019년 5월의 막바지, 제72회 칸영화제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대상인 황금종려상에 한국영화가 선정된 것이다. 한국영화가 칸 영화제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적은 종종 있었지만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괴물>, <설국열차>, <살인의 추억>, <마더> 등 만드는 작품마다 독특한 아이디어와 섬세한 연출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봉준호 감독은 그의 7번째 장편영화 <기생충>을 통해 한국 영화사 100년에 남을 기념비적인 성과를 이뤄냈다. 

  

<기생충>은 한국뿐만이 아닌 전 세계가 지닌 부와 계층의 문제를 '공존'과 '기생충'이라는 키워드로 풀어낸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돈을 굴린다는 건, 그래서 부자는 계속 부자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건 이미 공공연한 일이다. 반대로 가난한 사람은 신분을 상승할 수 있는 방법이 극히 드물다. 자본을 향한 부자의 길은 넓은 반면 빈민은 그 좁은 길을 경쟁하듯 나아가기 위해 서로를 밀치고 넘어뜨린다.

 

▲ <기생충> 스틸컷.     © CJ 엔터테인먼트

 

기택 일가는 반지하에 살고 있다. 와이파이를 받기 위해 조그마한 화장실 창문으로 몰려가는가 하면 제대로 된 밥이 아닌 간식거리로 식사를 대신한다. 가족의 가난은 노력의 문제와는 거리가 멀다. 아들 기우(최우식 분)는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4년째 공부 중이지만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하고 딸 기정(박소담 분)은 뛰어난 포토샵 기술을 지니고 있지만 예대입시에 매번 실패한다. 기택(송강호 분)은 안 해본 일이 없지만 다 잘 풀리지 않았고 투포환 선수였던 아내 충숙(장혜진 분)은 가족을 위해 열심히 뒷바라지 하지만 가족들은 노력에 비해 마땅한 성과를 내지 못한다. 

  

그런 그들에게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다. 기우의 명문대생 친구가 자신을 대신해 고액과외를 해줄 것을 요청한 것. 온 가족의 도움과 기대 속에 기우는 글로벌 IT기업 CEO인 박사장의 저택에 도착한다. 아름다운 사모님 연교(조여정 분)와 자신에게 호감을 보이는 다혜(정지소 분), 그리고 엉뚱하고 귀여운 막내 다송(정현준 분)까지. 기우는 저택에 처음 들어간 순간 고개를 돌려 거대한 정원을 바라본다. 이때 카메라는 그의 시선을 따라간다. 이 순간 기우는 느꼈을 것이다. 자신도 이들처럼 되고 싶다고. 

 

▲ <기생충> 스틸컷.     © CJ 엔터테인먼트

 

영화는 서로 다른 두 가족을 통해 현대사회가 말하는 상생과 공생에 물음표를 던진다. 극심해진 빈부격차는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두 집단을 만들어냈다. 부유한 이들은 빈곤의 삶을 이해하지 못하고 빈곤한 이들은 부유한 삶을 모른다. 사회를 움직이는 기득권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 법을 집행하고 판단하는 행정부와 사법부는 빈곤한 삶을 이해하기에 너무나 멀리 와 버렸다.

 

그래서 <기생충>에는 봉준호 감독의 말처럼 광대가 없지만 희극이 있고 악인이 없지만 비극이 있다. 기택 가족이 지닌 생존의 욕구와 박사장이 지향하는 행복의 욕구는 그 차이가 크다. 작품이 만들어 내는 갈등은 기택의 가족이 행복을 지향하는 순간 벌어진다. 조금 더 높은 곳을 바라봤을 뿐인데 예기치 못한 사건에 의해 현실의 벽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 <기생충> 스틸컷.     © CJ 엔터테인먼트



인물의 욕망과 신분, 그리고 계층을 다룬 만큼 각 인물들이 지닌 캐릭터성이 작품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 각자가 어느 정도의 욕망을 품고 있는지, 그 욕망이 인물의 행동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내는지가 이 작품이 지닌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감독은 세세한 캐릭터 설정은 물론 이들의 앙상블을 만들어 내며 사소한 대사 하나, 행동 하나에도 전개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담아낸다.

 

<기생충>은 평범한 두 가정이 엮이게 되면서 일어나는 희극과 비극을 통해 현대사회에서 공생이 지닌 역설을 보여준다. 블랙코미디의 리듬으로 진행되는 이 작품은 봉준호 감독 특유의 디테일한 연출과 유머 감각, 사회를 바라보는 예리한 시선, 이제는 사회에서 더 거세게 논의가 되어야 될 계층과 계급의 문제를 담아낸다. 인간으로 태어났지만 기생충이 되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이 영화는 씁쓸한 웃음과 현실적인 공포를 동시에 선사할 것이다.

 

[씨네리와인드 김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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