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코스트‘ 라는 비참한 역사를 바라보는 영화들의 시선

남진희 | 기사승인 2021/06/30

‘홀로코스트‘ 라는 비참한 역사를 바라보는 영화들의 시선

남진희 | 입력 : 2021/06/30 [11:10]

[씨네리와인드|남진희 리뷰어] 홀로코스트를 다룬 영화들

 

홀로코스트란 인종 청소라는 명목으로 인간을 대학살 하는 행위를 뜻하지만, 보통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에 의해 자행된 유대인 대학살을 말할 때 많이 쓰인다. 홀로코스트를 주제로 하여서 지금껏 여러 문화적, 역사적인 가치를 지닌 작품들이 많이 만들어졌지만, 그중에서도 본 리뷰어가 소개하고 싶은 영화들은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피아니스트이다. 두 영화는 같은 역사적 사건을 주제로 삼고 있지만, 이를 관객들에게 표현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 영화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 포스터  © 소니 픽쳐스 릴리징 브에나 비스타 영화(주)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은 나치 장교의 아들인 브루노와 유대계 소년인 슈무엘의 우정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이 영화 속 주인공은 어린아이들이기 때문에 그들은 어른들이 저지르는 끔찍한 인종차별에 대해 확실히 인식하지는 못한다. 그렇기에 비록 서로 만나는 시간 외에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간다 할지라도 포로수용소의 철조망을 두고 두 아이는 순수한 우정을 키워 나간다. 하지만 당시 사회의 상황은 애석하게도 두 아이의 우정을 결국 비극적인 결말로 이끌게 된다. 

 

  ▲ 영화 '피아니스트' 포스터  © (주)씨네월드


피아니스트는 실존 인물인 유대계 피아니스트인 블라디슬로프 스필만의 자필서를 바탕으로 영화가 제작되었기 때문에 관객들이 앞의 영화보다는 유대인들이 당한 탄압의 과정을 조금 더 사실적으로 느낄 수 있게 된다. 이 영화는 평범한 피아니스트인 스필만이 홀로코스트 상황 속에서 수용소에 갇혔다가 탈출하고 거리에서 생존해나가는 과정을 담아내고 있다. 특히 거리에서 온갖 고생을 겪으며 생존하던 스필만이 유대인에게 우호적인 독일 장교 호젠필드를 만나는 장면은 실로 명장면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의 운명은 아이러니하게도 전쟁이 끝난 후, 서로 엇갈리게 되는데, 호젠필드는 독일 장교라는 이유로 목숨을 잃고 스필만은 피아니스트가 되어 화려한 박수갈채를 받으며 그들의 이야기는 끝을 맺게 된다.

 

두 영화의 공통점: 다양한 사람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홀로코스트

 

이 두 영화는 많은 차이점을 내포하고 있지만, 같은 목적을 가지고 제작되었기 때문에 공통점도 존재한다. 두 영화가 내세우는 주인공들은 당시 나치의 사상과는 거리가 멀었음과 동시에 사회적 상황과 별개인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고자 했던 사람들이다. , 나치에 의해서 자신의 희망찬 인생이 짓밟힌 피해자의 시선을 통해 홀로코스트를 그려내고 있다는 점이다.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의 주인공은 독일군 장교의 아들이지만 아버지와는 다르게 유대인을 차별해야 할 사람이 아닌 자신과 같은 사람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나 자신의 이러한 올바른 관점 때문에 안타깝게도 목숨을 잃게 된다. 결국 그 또한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당시 사회의 피해자였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홀로코스트가 만행했던 제 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나치 정권으로 인해 수많은 아이들이 피해를 받아야 했다. 그 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유대인 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고 독일인 아이들도 주입식 사상교육을 받거나 소년병인 히틀러 유겐트로 활동하면서 자신과 같은 또래의 유대인 아이들을 사살해야 했었다. , 인권과 아동권이 바닥에 떨어진 휴지 조각만도 못했던 사회였다는 것이다.

 

▲ 영화 '피아니스트' 스틸컷  © (주)씨네월드

 

이렇게 인종 관계없이 순수함을 상징하는 아이들이 핍박받아야 했던 시기의 모습을 영화는 독일인 아이와 유대인 아이를 둘 다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것을 통해 인상 깊게 표현해냈다. 이와 비슷하게 피아니스트의 주인공인 스필만 또한, 피아니스트로서 평범한 인생을 살고 있었지만 홀로코스트를 겪으며 점점 피폐해지고 결국 생존만을 목표로 두며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당시의 인권이 침해된 인간을 대변하고 있다.

 

그리고 또 다른 공통점은 두 영화 모두 다양한 인간상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나치 독일은 나쁘고 폴란드인은 안타까운 희생자이다.‘ 라는 표면적으로만 드러난 모습만 보여주지 않고 유대인을 도와주고 나치즘이 잘못되었다고 인식하는 브루노의 어머니, 유대인에게 우호적이었던 호젠필드와 같은 독일인들도 영화 속에서 중요한 인물로서 등장시킨 것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특히 피아니스트에서는 나치에 협력하는 유대인인 안텍도 등장시켜서 결론적으로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인간의 행위는 자신의 도덕적 관념에 달려있다는 사실을 짚어준다.

 

두 영화의 차이점: 도덕적으로 상황 관철 vs 현실적으로 상황 관철

 

다만 이 두 영화는 확실한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먼저,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은 주인공이 어린아이인 점을 통해 관객들에게 나치즘이 얼마나 반인류적이었고 비도덕적인 사상이었는지, 그리고 그 사상이 만연한 사회가 개인에게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가져다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 관철하고자 한다. ’브루노의 시선에서 바라본 나치 수용소는 줄무늬 파자마(실제로는 죄수복)를 입은 사람들이 존재하는 캠핑장일 뿐이다. 그래서 소년은 자신의 아버지가 그리고 이 나라가 얼마나 끔찍한 일을 저지르고 있는지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렇기에 영화는 전체적으로 밝고 평화로운 모습으로 그려진다.

 

▲ 영화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 스틸컷  © 소니 픽쳐스 릴리징 브에나 비스타 영화(주)

 

하지만 후반부에서는 이러한 장면들이 오히려 큰 시너지가 되어 관객들에게 극대화된 감정을 느끼게 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브루노와 슈무엘은 슈무엘의 아버지를 찾으러 수용소에 들어왔다가 얼떨결에 샤워‘(실제로는 가스실)를 하러 가게 되었는데, 이때 두 아이가 순수하게 재밌겠다고 말하는 장면은 관객들에게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그리고 이어진 브루노의 죽음과 그로 인해 브루노의 가족들이 절규하는 장면을 통해 관객들은 당시 상황의 비참함에 대한 통탄과 홀로코스트라는 끔찍한 행위가 결국 모든 인간에 걸쳐 비극적인 결말을 자아낸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그래서 그 당시 나치즘을 선봉 했던 군인들이 얼마나 비인간적이었는지도 깨닫게 된다. 그래서 영화에서 내세운 평범한 아이가 상징하는 순수함은 관객들의 깊은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중요한 장치로써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점들에 주목하다 보니 영화는 현실 고증에 대해서 다소 떨어지는 모습을 보인다. 실제 역사에서는 영화와 다르게 어린아이들은 노동을 할 수 없었기에 수용소에 도착하자마자 가스실로 보내졌고 수용소는 민가와는 완전히 고립되어 있었다. , 이 영화를 통해서 홀로코스트가 얼마나 비논리적이고 비인간적인 행위였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있으나 유대인들이 겪었던 고통과 차별에 대해 낱낱이 살펴보기에는 다소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이다.

 

▲ 영화 '피아니스트' 스틸컷  © (주)씨네월드

 

반면 피아니스트는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기에 시간이 갈수록 유대인들이 얼마나 끔찍한 고통을 겪어야 했는지를 영화를 보면서 직접적으로 인식하게 된다. 영화의 초반부에서 후반부로 갈수록 나치가 유대인을 대하는 모습은 점점 더 공격적이고 잔인하게 그려진다초반에서는 유대인들이 차별을 받을지라도 나름의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있었지만 후반부에서는 나치 군인들이 휠체어를 탄 사람을 창문에서 밀어버린다거나 유대인의 다리를 봉고차로 밟고 지나가는 등 무자비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주인공의 생활 변화에서도 낱낱이 드러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슈필만은 낭만적이고 활기 넘쳤던 모습에서 생존을 갈구하며 피클을 정신없이 먹어대고 의식주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해결할 수 없어 야위어 가는 모습으로 바뀌어 간다. 이 변화는 홀로코스트가 최절정에 다다랐을 때, 유대인들이 얼마나 인간 취급을 받지 못했는지에 대해 피부로 직접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또한, 영화의 장면 중에서는 실제 사진을 모티브로 해서 오마주한 장면이 많은데 대표적으로 바르샤바 봉기장면이 그렇다. 이렇게 현실 고증이 잘 되어 있기 때문에 관객들은 신빙성 있는 자료를 통해 당시의 역사적 사건을 사실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 영화 '피아니스트' 스틸컷  © (주)씨네월드

 

그리고 이렇게 나치와 유대인의 극단적인 입장 대립은 슈필만이 독일 장교인 호젠필드를 만나는 장면에서 더욱 잘 드러난다. 그 전 장면에서 호젠필드가 말끔한 제복을 입고 연주하던 베토벤(독일인)이 작곡한 월광 소나타‘, 그리고 둘의 만남 후, 슈필만이 낡고 허름한 차림으로 목숨을 걸고 연주하는 쇼팽(폴란드인)의 발라드 1G마이너라는 영화 속 장치의 대립을 통해 관객들은 암시적으로도 충분히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영화는 이와 더불어 후반부에서 피아노를 칠 수 없기에 허공에서 피아노 운지를 짚는 슈필만의 모습을 통해 생존과 인간다운 삶 사이에서 고민해야 했던 유대인들의 모습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따라서 이 영화를 보게 된다면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보다는 좀 더 역사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할 수 있다고도 볼 수 있다.

 

현재 우리가 말하는 정의는 과연 옳은 것일까?

 

먼저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에서는 앞서 말했던 것처럼 홀로코스트의 잔인함과 끔찍함이 직접적으로 드러난 장면은 많이 없다. 그러나 아이들이 항상 재회하는 장소인 수용소의 철조망은 아이들의 순수함을 능가하는 관계의 대립을 암시해 결국 영화의 끝이 불행할 것이라는 걸 암묵적으로 표현한다. 이는 홀로코스트가 만연했던 사회에서는 그 어떠한 가치와 권리도 한없이 무너져 내린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브루노와 친밀한 관계인 유대인 의사인 파벨이 수용소에서 감자를 깎는 모습에 대해 브루노에게 얘기해주는 장면은 유대인의 탄압이 은연중에서도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었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렇듯이 영화에서 나타나는 암시는 직접적인 폭력과 탄압 외에도 평범한 일상에 존재했던 홀로코스트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그리고 나치 신봉자들이 유대인들을 얼마나 하찮은 존재로 생각했는지에 대해 자연스럽게 관객에게 전해준다. 그래서 관객들은 홀로코스트에서 나아가 잘못된 사상을 믿는다는 행위 자체가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자신에게 던질 수 있게 된다. 결국 이 영화는 현재 발생하는 여러 혐오나 차별의 문제가 우리 사회의 은연 중에 계속해서 남아있다면 비록 지금은 그 존재가 보이지 않더라도 앞으로 우리 사회에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것인지 경고하는 것이 그 주제이다. , 영화는 홀로코스트를 현재의 거울로써 다루고 있다.

 

반면, ‘피아니스트에서는 그 당시 일어났던 홀로코스트의 잔인함과 끔찍함에 초점을 맞추어 우리가 홀로코스트에 대해서 극히 단면만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되짚어 준다. 그리고 나치 독일에 대해서는 일말의 동정심도 가질 필요 없이 비난해야 할 존재라는 것을 관객들이 인식하게 만든다. 따라서 이 영화는 역사적인 사건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이해하고 되짚어볼 필요가 있음을 전하는 것이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두 영화는 관객들, 그리고 나아가 현재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사상이 '다르다'를 말하고 있는지 '틀리다'를 말하고 있는지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한다. 최근 일어나는 수많은 인종 차별 범죄나 크고 작은 전쟁들은 나와 다른 사람을 차별하고 혐오하는 데에서 시작하고 있다. 우리는 이 두 영화를 보면서 영화 속의 홀로코스트가 단순히 과거의 얘기가 아님에 주목해야 한다. 그렇기에 정의라는 가면을 쓰고 있는 잘못된 사상들에 자연스럽게 물들지 않도록 항상 주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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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진희
씨네리와인드 객원취재부 기자단 5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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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ed 2021.06.30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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