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는 왜 성조기 앞에서 멈춰 섰을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2020)

배해웅 | 기사승인 2021/07/01

카메라는 왜 성조기 앞에서 멈춰 섰을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2020)

배해웅 | 입력 : 2021/07/01 [13:22]

▲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If Anything Happens I Love You, 2020)/감독: 윌 맥코맥&마이클 고비어/제작: 길버트 필름스&오 굿 프로덕션스/배급: 넷플릭스  © 넷플릭스

 

[씨네리와인드|배해웅 리뷰어] 프로이트는 애도를 상실한 대상에 쏟았던 에너지(리비도)를 철회하여 일상으로 복귀하는 작업이라 말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2020, If Anything Happens I Love You)은 딸을 잃은 부부의 애도를 담은 단편 애니메이션이다. 영화는 현재-과거-현재의 순서로 사건을 배열하여 딸이 죽게 되는 사건보다는 부모가 겪어내는 애도에 집중한다. 미국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총기 사고로 딸을 잃은 부부는 딸의 부재 때문에 권태에 빠져있다. 집안 곳곳에는 생전 딸과 함께했던 추억들이 상흔처럼 남아있는데, 이 흔적들은 부부가 서로에게 다가가지 못하도록 막는다. 그러다 딸의 그림자와 함께 마치 여행을 떠나듯 당시의 사건을 통과하면서 과거 사연이 밝혀지고, 이야기가 다시 현재에 당도한 이후에 부부는 화해한다. 이 회상 형식의 구성은 딸의 부재를 알고 있는 관객에게 사건을 막을 수 없다는 무력감을 극대화하고, 자식을 잃은 부부의 상실감과 공명하게 한다.

 

두 신인 감독(윌 맥코맥& 마이클 고비어)은 감정의 움직임을 신체와 분리된 그림자로 표현해 인물들 사이에 떠도는 상실과 화해의 감정을 대사 하나 없이 오롯이 시각적으로 제시하면서 12분의 짧은 러닝타임을 효율적으로 활용한다. 상대의 잘못이 아닌 걸 알지만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는 몸짓에서부터 죽은 딸의 기억을 부여잡는 미련, 딸과 함께 과거로 돌아가는 회상, 돌이킬 수 없는 사건을 필사적으로 막으려는 회한, 상실한 대상을 포용하는 일상으로의 복귀까지. 영화는 애도의 단계를 정제된 서사와 아름다운 영상을 통해 차례로 그려낸다.

 

▲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스틸컷  © 넷플릭스


그럼에도 나는 한 컷 때문에 이 영화에 절대적 호의를 보내기 망설여진다. 앞서 말했듯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은 미국의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총기 사건을 모티프로 가져온다. 딸은 필사적으로 자신을 막으려는 부모의 그림자를 지나쳐 학교로 들어간다. 이때 우리는 곧 딸에게 어떤 사건이 일어날 것을 직감한다. 그런데 카메라는 실제 사건이 벌어지는 공간으로 따라 들어가지 않고 문 앞에서 멈춰 선다. 이윽고 문 너머로 총성과 비명이 퍼지고 영화는 빠르게 다음 장면으로 이행한다. 이 컷에서 채색된 성조기는 무채색 톤의 화면과 대비되어 노골적으로 미국내 총기 소유에 대한 반감을 드러낸다. 이는 정치적 의제를 환기하려는 시도로 보이는데, 특정 사건을 가리키지는 않지만 비일비재한 미국의 총기 사건을 실어나르는 뉴스 덕분에 한국에 사는 우리도 어렵지 않게 몇몇 사건을 이 장면에 대입할 수 있을 것이다.

 

▲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스틸컷  © 넷플릭스

 

실제 사건을 모티프로 사용할 때 제한이 필요하다는 뜻은 아니다. 나는 보편적 감정과 궤를 달리하는 감독 개인의 의견일지라도 표현의 자유는 어떤 영화에서도 권리로써 주어져야 한다고 믿는다. 내가 문제로 삼는 것은 총기 사건 뒤에 따라오는 장면들이다. 영화는 사회적 문제를 개인의 차원으로 환원하여 손쉽게 해결해 버린다. 다시 현재로 돌아오기 직전 시퀀스에서 죽은 딸은 그림자가 되어 부모 사이에 생긴 균열을 치열하고 해맑은 몸짓으로 봉합한다. 딸이 부모에게 보낸 만약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사랑해요’(If anything happens I love you)라는 문자메시지는 관객들의 심정적 동의를 촉구하고, 끝내 마지막 장면에서 부부의 포옹에 안도하게끔 유도한다. 이 과정에서 나는 실제로 미국의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그 끔찍한 사건들이 극적인 효과를 위해 봉사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이는 희생자가 실재하고, 여전히 고통을 거두지 못한 유가족이 존재하는 총기 사건을 서사의 진행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는 일처럼 보인다. 사건은 이미 벌어졌고, 희생자들이 원치 않으니 유가족들은 이제 그만 고통에서 벗어나도 좋다는 감상적인 영화의 태도는 실제 남겨진 자들이 겪어내는 고통을 소외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 거대한 시사적 문제를 한 가족의 애도 과정 사이에 짤막하게 이어붙여 생긴 불균질함은 앞선 장면들에서 효과적으로 벼려낸 상실의 감정까지 무뎌지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을 보며 눈시울을 붉혔지만, 위무의 감정까지는 동행할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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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ed 2021.07.01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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