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 그리고 ‘랑종’

[프리뷰] '랑종' / 7월 14일 개봉 예정

김준모 | 기사승인 2021/07/05

‘곡성’ 그리고 ‘랑종’

[프리뷰] '랑종' / 7월 14일 개봉 예정

김준모 | 입력 : 2021/07/05 [10:00]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랑종>의 아이디어는 <곡성>에서 시작된다. 나홍진 감독은 황정민이 맡은 일광 캐릭터의 전사를 만들고자 했다. 그 완성된 시나리오가 샤머니즘에 기반을 둔 무당 이야기였기에 <곡성>과 큰 차이점을 낼 수 없음을 발견했다고 한다. 한국에서 작업이 힘들 것이라 여겼던 나 감독은 5년 전 인연을 맺은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을 떠올렸다고 한다. <셔터>로 태국 호러 열풍을 일으킨 그는 꾸준히 공포 장르 영화를 만들어 온 감독이다.

 

나홍진 감독이 자신의 원작 시나리오를 태국에서 제작한 이유에는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국내 시골에서는 <곡성>의 분위기를 벗어날 수 없기에 태국을 배경으로 택했다. 연출을 맡은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은 1년여의 시간 동안 현지 무당 30명을 만나며 낯선 시골마을의 자연 속 모든 존재에 깃들어 있다 여겨지는 혼령이 악령에 물들어가는 과정을 심도 높은 공포로 보여준다.

 

 

▲ '랑종' 스틸컷  © (주)쇼박스

 

페이크 다큐의 다각적인 효과

 

공포장르에서 페이크 다큐는 실제 그 현장에 있는 듯한 효과를 보여주기 위해 사용한다. <블레어 위치>를 시작으로 <파라노말 액티비티>, <그레이브 인카운터> 등의 작품들이 페이크 다큐를 통해 현장감이 느껴지는 공포를 선보인 바 있다. 이 기법의 특징은 연출적인 측면을 최소화한다는 점에 있다. 현장감에 주력하기에 핸디캠을 통한 촬영장면을 주로 보여준다. 헌데 <랑종>은 페이크 다큐의 형식이면서 이 상황이 연출되고 있음을 숨기지 않는다.

 

이는 작품이 페이크 다큐의 공식을 고스란히 따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기존 작품들과 달리 다각화된 측면에서 페이크 다큐 효과를 누리고자 한다. 작품은 태국 북동부에 위치한 이산 지역의 낯선 시골 마을로 촬영팀이 도착하면서 시작된다. 그들은 가문의 대를 이어 조상신 바얀을 모시는 랑종(무당) 님을 취재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 님을 취재하던 그들은 조카 밍이 이상 증세를 보이면서 취재 대상을 밍으로 변경한다.

 

님의 인터뷰 장면은 그들 가족과 마을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설명한다. 시골마을 사람들이 자연 속 모든 존재에 영혼이 깃들어 있다 믿으며 바얀 신을 섬긴다는 점, 님이 언니 노이를 대신해 신내림을 받고 무당이 되었다는 점은 작품의 배경과 함께 도입부 거대한 맥거핀이 된다. <컨저링> 류의 할리우드 오컬트에 익숙한 이들이라면 다소 잔잔한 분위기와 가족에 중점을 둔 스토리란 점에서 순한맛스토리가 진행되는 게 아닌가 하는 추측을 품게 만든다.

 

밍이 취재 대상으로 바뀌면서 그 색깔은 <엑소시스트>를 연상시키는 매운맛오컬트로 변해간다. 밍이 점점 악령에 물들어가는 과정을 그녀를 촬영한 기록으로 보여준다. 압권은 CCTV 장면이다. 집에 설치한 CCTV에서 밍은 집안을 어지럽히는 건 물론, 어머니 노이 위에 올라타 위협을 가하기도 한다. 특히 애완견을 삶아 먹는 장면은 시각적인 자극을 극대화하며 실감나는 공포를 보여준다.

 

 

▲ '랑종' 스틸컷  © (주)쇼박스

 

믿음과 불신을 담은 가족공포

 

표현에 있어 페이크 다큐를 활용해 시각적인 공포를 자아냈다면, 심리적인 공포는 가족이란 존재가 지닌 믿음과 불신을 통해 표현한다. <곡성>의 결말부에서 악마는 자신을 보고 경악하는 신부를 향해 왜 신의 존재는 믿으면서 악마의 존재는 믿지 못하는가?’라고 질문한다. 이는 뭣이 중헌지 알지도 못함서라는 영화 속 명대사처럼 우리가 지닌 믿음과 그 믿음에 금을 가하는 불신에 대해 심도 높은 이야기를 던졌다.

 

<랑종>은 신에 대한 믿음과 가족의 신뢰를 연결한다. 님은 바얀 신에 대한 믿음으로 밍을 구원하고자 하지만 점점 그 믿음에 한계를 느낀다. 악령에 의해 목이 잘려나간 바얀 신의 동상, 밍이 가족에게 가하는 위협, 자신의 힘으로 밍을 막지 못해 퇴마사 싼티에게 도움을 청하는 상황까지 모든 순간이 님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는다.

 

이 골목까지 님이 몰리는 이유는 노이와의 신뢰관계가 점점 붕괴되는 시점에서 찾아볼 수 있다. 님은 노이가 신내림을 거부했기에 자신이 받았다고 생각한다. 허나 악령에 사로잡힌 밍의 폭로로 노이가 그 운명이 님에게 가게 만들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했다는 걸 알게 된 순간 님의 마음은 흔들린다. 할리우드 오컬트 호러에서 악령을 이겨내는 건 강인한 인간의 마음이다. 사랑과 믿음이 중점이 되어 악령을 이겨내는 모습을 드라마틱하게 그리기 위해 가족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이들 사이의 신뢰를 강조한다.

 

조카를 지키고자 했던 님의 마음은 노이의 진실을 알게 되면서 믿음에 균열이 생긴다. 서로를 사랑하고 있다 믿었던 가족들의 마음에 불신을 지니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밍의 퇴마의식을 앞둔 인터뷰에서 님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통해 극단적으로 표현된다. 믿음을 주어야 할 랑종이 겁에 질려 어찌될지 모르겠다며 울음을 터뜨리는 순간, 불신의 공포는 스크린 밖 관객에게도 전해진다.

 

 

▲ '랑종' 스틸컷  © (주)쇼박스

 

곡성을 기억한다면 놓치지 말 것

 

<랑종><곡성>의 색채가 강한 작품이다. 가족 내부에서 생긴 문제와 이를 믿음과 불신으로 담아내는 모습, 여기에 불쾌한 여운이 남는 결말까지 판박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페이크 다큐 형식을 통해 공포 장면에 있어 현장감을 더하며 공포를 극대화한다. <곡성>이 미스터리 스릴러에 가까웠다면, <랑종>은 완전한 공포다. 관객들을 어떻게 하면 겁에 질리게 만들지에 대한 연구가 철저하다.

 

특히 악령에 물들어가는 밍 역의 나릴야 군몽콘겟의 연기가 꽤나 인상적이다. 욕설과 폭력으로 시작해 점점 미쳐가는 과정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촬영 막바지에는 10kg을 빼며 신체적인 변화 역시 가져왔다. 무엇보다 점점 섬뜩함과 공포가 느껴져야 하는 변화를 단계에 따라 연기한 방식이 인상적이다. 기괴한 몸짓과 표정뿐만 아니라 단순히 뒷모습을 비추는 것만으로 육체에 숨은 악마를 표현한다.

 

여기에 태국을 장소로 택하며 대자연을 공포로 만드는 독특한 연출을 보여준다. 거대한 자연에서 느껴지는 웅장함은 다른 시각에서 볼 때 그것에 함몰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유발하기도 한다. 바다는 낭만의 상징이지만 그 깊은 내부를 들여다보면 심해공포증을 느낄 수 있다. 자연의 존재에 깃든 영혼 중에는 짐승의 것과 같은 악령도 있음을 보여주며 자연 그 자체가 공포가 되어 분위기를 압도한다.

 

<곡성>의 불쾌함에 매료된 이들이라면 여기에 찐공포를 더한 <랑종>에 기묘하면서 섬뜩한 체험을 느낄 수 있다. 공포장르를 잘 만드는 감독이 메가폰을 쥐었고, 관객들을 기분 나쁘게 할 줄 아는 감독이 시나리오와 제작을 맡았다. 이 조합만으로 큰 기대를 품었던 작품은 표현과 기교의 측면에 공을 들이며 완성도 높은 세계관을 선보인다. 나홍진과 반종이 만든 지옥으로 관객을 초대하는 <랑종>은 공포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한줄평 : '곡성'이 순한맛으로 느껴지는 마라맛 '랑종'

평점 : ★★★☆

 

▲ '랑종' 포스터  © 쇼박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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