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지 않아서 만날 수 있는 우리의 세상

장준환 감독의 발칙한 상상력, <지구를 지켜라!> (2003)

손정민 | 기사승인 2021/07/13

평범하지 않아서 만날 수 있는 우리의 세상

장준환 감독의 발칙한 상상력, <지구를 지켜라!> (2003)

손정민 | 입력 : 2021/07/13 [14:09]
[씨네리와인드|손정민 리뷰어] 개봉 당시에 흥행에 참패하였으나 평론가들에게 많은 호평을 받았고, 마니아층이 있으며, 감독이 스타덤에 올랐고,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되는 작품이 있다. 장준환 감독의 세상을 향한 소위 똘기가 충만한 영화  「지구를 지켜라!」가 그것이다. <지구를 지켜라!>는 예전부터 많은 이들에게 언급된 작품이지만 현재 우리에게도 주목할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하기에 소개하고자 한다.

 

▲ <지구를 지켜라!> 스틸컷     ©싸이더스

 

여기는 지구 응답하라 안드로메다

 

<지구를 지켜라!> 속 병구는 돈키호테적 면모를 보이는 지구 용사다. 그는 안드로메다 행성에서 온 외계인에 맞서 지구를 지키는 것이 자신의 소명이라고 망상하며 동생 순이와 함께 외계인들을 만난다. 그러던 병구는 유제 화학 사장 강만식을 외계인으로 생각하고 그를 납치하게 된다. 강만식을 납치한 병구의 소원은 단 하나, 개기월식 전까지 안드로메다 행성의 왕자를 만나는 것이었다. 하지만 강만식이 안드로메다 행성의 왕자에 대한 비밀을 털어놓지 않으니 피부를 벗겨내 물파스를 문지르고 벌떼를 이용하는 등 고문한다. 병구와 순이가 저지른 납치 사건 때문에 그들은 납치범으로 형사에게 쫓기고 영화 끝까지 강만식과 싸우면서 지구를 보호하려고 노력하고 보호한다. 그들의 노력은 죽음으로 결말을 맺지만 말이다.

 

▲ <지구를 지켜라!> 스틸컷     ©싸이더스

 

우스꽝스럽지만 사회비판적인

 

<지구를 지켜라!>SF영화로서 이해하기에 어색한 점이 존재한다. 오래된 CG, 안드로메다와 외계인에 대한 황당한 설정, 병구와 순이가 하는 고어적이고 잔인하면서도 우스꽝스러운 고문은 영화를 보는 동안 웃음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반전 엔딩 속 외계인에 대한 표현은 재미 이상의 신선한 놀라움을 제공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코미디라고만 보기에는 어렵다. 코믹을 강조해 포스터가 만들어졌고 웃음을 지어내는 설정들이 있지만 사회를 비꼬는 블랙코미디로서 영화는 충분히 가치가 있다. 이는 영화가 사람들에게 계속 이야기되고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블랙코미디로서 <지구를 지켜라!>를 이해하려면 병구가 외계인을 쫓던 상황을 알아야 한다. 병구가 안드로메다를 믿게 된 이유는 그의 삶이 워낙 거칠었기 때문이다. 병구는 어릴 때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했고 아버지와 애인은 그가 일했던 공장과 관련된 문제로 죽었고 어머니는 식물인간이 된 인물이다. 불행 포르노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어쨌든 그가 명백한 약자였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나는 안드로메다에 대한 병구의 생각을 조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병구는 비극과 절망 속에서 지구를 보호하겠다는 명분으로 삶을 견뎌왔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약자를 전면으로 내세운 영화라서 블랙코미디로서의 가치가 있고 코믹 속에서도 사회를 향한 날카로운 시선이 살아있기에 관객의 눈을 병구와 순이에서 사회문제와 사회적 약자들로 옮길 수도 있을 것이다. 허나 그가 순이와 안드로메다 행성의 왕자를 만난다는 이유로 외계인 후보들을 살인하였기에 완전히 그들을 선한 인물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입체적이기에 우리를 잘 표현한다.

 

▲ <지구를 지켜라!> 스틸컷     ©싸이더스

 

비급 영화라서 줄 수 있는 가치

 

<승리호>가 우주를 다룬 한국형 SF 영화로서 주목받은 2021년에 <지구를 지켜라!>는 더욱 비급 영화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비급 영화이기에 소시민이자 약자인 병구와 순이가 살고 있던 소우주를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었다. 소시민과 하층민은 완벽과 거리가 먼 존재이기 때문에 그들의 존재와 그들의 생각, 그들이 환경의 이상함은 설득적으로 보통 사람들의 모습을 잘 드러낸다. 그래서 우리는 인간으로서의 억압적인 틀을 내려놓은 그들에게 공감하고 사회에서 우리가 하지 못하는 것을 실현하는 모습에 시원함과 위안을 느끼는 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나는 이 영화가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진 병구와 순이가 지구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2021년 코로나 속 혐오와 갈등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바를 전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인간이고 지구와 우주와 비교하면 한없이 작은 미물에 불과하기 때문에 타인을 위해 지구를 보호하지는 못하더라도 타인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를 잊지 말고 우리 병구와 순이처럼 자신과 우리의 세계를 보호하기 위해 나아가보자. 그러나 그들처럼 죽지는 말고 안드로메다의 외계인과 맞서보자. 

 

 

보도자료 및 제보cinerewind@cinerewind.com

손정민
씨네리와인드 객원취재부 기자단 5기
cinerewind@cinerewind.com

Read More

  • Posted 2021.07.13 [14:09]
  • 도배방지 이미지

지구를지켜라 관련기사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