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여성의 일상 통해 그려낸 존중과 용기, '글로리아 벨'

[프리뷰] 영화 '글로리아 벨' / 6월 6일 개봉 예정

김준모 | 기사입력 2019/06/03 [14:00]

중년 여성의 일상 통해 그려낸 존중과 용기, '글로리아 벨'

[프리뷰] 영화 '글로리아 벨' / 6월 6일 개봉 예정

김준모 | 입력 : 2019/06/03 [14:00]

 

▲ <글로리아 벨> 포스터.     © 소니픽처스코리아



제90회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판타스틱 우먼>은 한 트렌스젠더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낮에는 웨이트리스, 밤에는 재즈바 가수로 활동하는 주인공 마리나는 생일 날 사랑하는 연인 오를란도의 죽음을 경험한다. 오를란도의 유족들과 경찰은 마리나가 트렌스젠더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범인으로 의심한다. 차별의 대상이 된 마리나는 세상의 의심과 편견과 맞서 싸운다. 마리나의 사투는 인간이 가진 존엄과 강인한 의지를 보여준다. 

  

이 작품의 감독인 칠레 출생의 세바스찬 렐리오 감독은 다시 한 번 개인이 지닌 존엄과 강인함을 조명한다. 본인의 2013년 작 <글로리아>를 리메이크한 <글로리아 벨>은 한 중년 여성의 모습을 통해 인생이 지닌 가치와 두려움을 이겨내는 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극 중 50대의 글로리아(줄리안 무어)는 남편과 이혼 후 혼자 살아가고 있다. 이 삶은 그녀가 택한 형태이며 쓸쓸함이나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다. 

  

그녀는 딸이 운영하는 요가 학원에 다니고 왁싱을 받는 등 철저히 자신을 관리한다. 출근길에 차 안에서 젊은 시절 들었던 노래들을 들으며 신나게 따라 부르고 퇴근 후 바(bar)에 들러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사교를 나눌 만큼 활력이 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런 글로리아의 삶에 한 남자가 들어온다. 아내와 이혼 후 혼자 살아가는 아놀드(존 터투로)는 글로리아에게 적극적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글로리아 역시 그가 싫지 않다. 

   

이혼 후 살아가던 글로리아의 삶  

 

▲ <글로리아 벨> 스틸컷.     © 소니픽처스코리아

 

새로운 로맨스를 시작한 글로리아는 아놀드가 운영하는 서바이벌 체험장을 함께 방문한다. 두 사람은 함께 서바이벌 놀이를 하고 아놀드는 글로리아에게 서바이벌 장비를 선물한다. 그렇게 두 사람의 로맨스는 이 영화의 중심이 될 줄 알았다. 아놀드의 면모를 알기 전까지는.

 

글로리아의 일상에는 행복과 고통이 공존한다. 이는 가족과 일상, 그리고 사랑으로 나눌 수 있다. 글로리아의 아들은 아내와 헤어진 상태이다. 그녀는 아들을 도와 손자를 돌본다. 그녀의 딸은 스웨덴 출신의 서퍼와 사랑을 나누고 있다. 딸은 사랑하는 남자를 따라 스웨덴으로 향할지를 고민 중이다. 

  

글로리아는 사랑에 상처 받은 아들과 행복을 누리고 있는 딸을 동시에 경험한다. 글로리아는 50대 중반의 나이에도 직장에서 인정받는 커리어 우먼이자 노래와 춤을 사랑하며 하루를 즐겁게 보낼 줄 아는 인물이다. 하지만 함께했던 직장 동료의 해고 위기와 매일 밤이면 고성을 질러대며 잠을 방해하는 위층 남자의 존재는 근심과 불안을 안겨 준다. 그녀가 사랑하는 아놀드는 진하게 사랑을 나누다가도 말 한 마디 없이 사라져 버린다. 

  

아놀드는 스스로 자립하지 못하는 두 딸과 아내의 존재 때문에 로맨틱한 순간 자신을 찾는 전화가 오면 글로리아 대신 가족을 택한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글로리아를 두고 도망치는 아놀드의 존재는 사랑에 대한 염증과 회의감, 동시에 그 순간만큼은 따뜻하고 정열적인 감정 사이에 갈등을 겪게 만든다. 젊은 시절을 치열하게 살아왔고 이제는 자신의 행복을 찾고 싶은 그녀지만 그 행복의 순간은 멀게만 느껴진다. 

   

두려움과 마주하는 용기 있는 선택 보여주는 글로리아

 

▲ <글로리아 벨> 스틸컷.     © 소니픽처스코리아

 

행복은 두려움을 이겨내는 도전과 용기가 있어야만 얻을 수 있음을 영화는 보여준다. 도전과 용기에는 나이가 정해져 있지 않다. 젊은이들만이 삶과 치열하게 맞서 싸우고 두려움의 순간에 직면하는 게 아니다. 중년의 삶에도 두려움의 순간이 있고 행복을 얻기 위해 용기를 내야 될 순간이 있다. 글로리아는 중년의 여성에게도 삶을 향한 존엄과 용기가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삶의 자세는 글로리아의 집에 나타나는 스핑크스 고양이를 통해 표현된다. 

  

스핑크스 고양이는 글로리아가 집에 돌아올 때면 한 구석에 자리를 잡고 있다. 어떻게 들어왔는지 알 길이 없는 이 고양이를 글로리아는 항상 집 밖으로 내보낸다. 어찌 보면 고통과 불안은 이 스핑크스 고양이와 같다. 알 수 없는 순간 내 삶에 스며들어와 한 구석에 자리를 잡고 있다. 이런 순간이 무섭고 두려워 피하기만 한다면 행복의 순간을 맛볼 수 없다. 

  

딸이 스웨덴으로 가 버리는 게, 남자에게 사랑받지 못할 수 있다는 게, 사랑에 상처받을 수 있다는 게 두려워서 숨고 피하기만 했다면 글로리아는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인생을 위해 두려움과 마주하는 용기 있는 선택을 보여준다. 낯선 어둠도 이겨내고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와 두려움에 빠져 피하고 도망치지 않는, 자신의 가치를 주장할 줄 아는 존엄한 삶의 자세를 글로리아는 지니고 있다. 

  

 

감독이 자신의 어머니의 모습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왔다는 이 작품은 중년의 여성이 겪는 일상적인 체험과 감정을 통해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법, 두려움과 고통에 맞서 싸우는 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명배우 줄리안 무어의 섬세한 연기와 세대 공감을 주는 음악, 소소한 유머가 주는 즐거움에 세바스찬 렐리오 감독이 그려내는 강인하고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따뜻한 공감을 선사할 것이다.

 

[씨네리와인드 김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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