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을 담은 바다에서 그들은 어떻게 성장했을까

가와세 나오미, 「소년, 소녀 그리고 바다」 (2014)

심지윤 | 기사승인 2021/09/03

삶과 죽음을 담은 바다에서 그들은 어떻게 성장했을까

가와세 나오미, 「소년, 소녀 그리고 바다」 (2014)

심지윤 | 입력 : 2021/09/03 [15:50]

[씨네리와인드|심지윤 리뷰어] 바닷가 근처에 사는 주인공 카이토와 쿄코는 사춘기 소년소녀들이다카이토는 8월 대보름 축제에서 밤바다에 시체를 발견했고쿄코는 죽음을 앞둔 어머니와 이별을 준비 중이다고작 고등학생 밖에 안 된 카이토와 쿄코에게, 죽음은 순식간에 눈 앞으로 다가온다아직은 삶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아이들에게 죽음이라는 것은 낯설고 버겁다하지만 여전히 그들 옆에서 그들의 상황과는 관계없다는 듯 바다에서 파도가 치고 있다어쩔 수 없이 삶은 계속 되어야 하기에그들은 죽음으로 둘러싸인 그들의 상황과그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아무렇지 않게 삶을 이어가야 하는 일상과의 간극 속에 혼란을 느낀다.

 

바다로 둘러싸인 아마미 섬

 

이 영화의 공간적 배경은 아마미 섬이다아마미 섬은 바다로 둘러싸인고립된 있는 공간이다아마미 섬을 둘러싸고 있는 바다는 영화 첫 시퀀스부터 강렬하게 등장한다바다를 여러 각도에서 찍은 쇼트로 시퀀스를 구성했다각 쇼트는 굉장히 강렬하고 역동적인 힘이 느껴지는 바다의 이미지들로 구성되어 있다바로 이 바다에서 카이토는 죽음을 경험한다카이토는 밤바다에서 시체를 발견한다역동적이고 강렬한 바다가 그에게 죽음이란 경험을 선사한 . 카이토에게 죽음의 기억으로 가득 찬 바다로 둘러싸인 아마미 섬아마미 섬은 카이토에게 죽음을 끊임없이 상기시키는 공간일 것이다이 사건 이후, 카이토는 바다에 들어가는 것을 기피한다.

 

▲ '소년, 소녀 그리고 바다' 스틸컷     ©㈜티캐스트콘텐츠허브

 

반면 쿄코는 바다에 들어가는 것을 망설이지 않는다오히려 교복을 입은 채 바다에 들어가는 것을 즐긴다그녀에게 바다란일상적인 것카이토와 달리 쿄코는 죽음을 일상으로 받아들이는 삶을 산다그녀의 어머니는 죽음을 앞두고 있다하지만 죽음에 대해 고민하는 쿄코에게 쿄코의 어머니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쿄코의 어머니는 신을 모시는 무녀이다쿄코의 어머니는 죽음을 생명의 끝이 아닌 시작으로 보고 있으며자신이 쿄코에게 이어져 있다고 다시 말한다그녀에게 죽음은 소멸이 아닌 또 하나의 시작이다이런 태도로 죽음을 대하는 쿄코의 어머니를 보며 쿄코는 점차 자신의 어머니와의 이별을 받아들인다특히 쿄코의 어머니의 마지막 배웅하는 시퀀스에서 죽음을 일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잘 드러나 있다쿄코의 어머니의 생의 마지막 날쿄코의 어머니를 배웅하기 위해 사람들은 쿄코의 어머니가 원하는 노래를 부르며 연주한다이런 흥겨운 분위기 속에서 쿄코의 어머니를 포함해서 모두가 즐거워하며 쿄코의 어머니는 행복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쿄코에게 죽음은 안타까운 것도 아니고 비극적인 것도 아니다그저 어떤 것의 시작일 뿐이다.

 

각자의 바다

 

앞에서 말했듯, 카이토에게 바다란 죽음의 공간이다쿄코에게는 그저 자연의 일부일 뿐이다그렇기에 카이토는 바다에 들어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쿄코에게는 바다에 빠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상이다. 그들이 받아들이는 바다의 의미가 다르기에 그들은 각자의 바다에 사는 듯하다..

 

▲ '소년, 소녀 그리고 바다' 스틸컷  © ㈜티캐스트콘텐츠허브

 

그들은 서로 다른 바다에 살고 있기 때문에 진정한 결합을 하진 못한다둘은 계속 대화를 하지만 시선은 서로에게 향해 있지 않다쿄코가 카이토를 쳐다보면 카이토는 다른 곳을 쳐다본다카이토카 쿄코를 쳐다보면 쿄코는 다른 곳으로 시선이 향해있다카이토에게 바다는 모든 것을 삼켜버리는 두려움 그 자체이고쿄코는 죽음이란 연결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바다에 대해 모순된 입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인다쿄코는 계속 카이토에게 성관계를 요구한다하지만 카이토는 이를 의도적으로 피한다그들은 같은 바다를 바라보지만그들에게 바다의 의미는 각자 다르다그들은 각자의 바다를 가지고 있다그렇기에 그들은 같은 바닷속을 헤엄칠 수 없었다.

 

그리고 성장

 

카이토는 영화 내내 죽음에 잠식될 것 같은 모습만 보여주다 폭풍이란 전환점을 통해 죽음에 대한 태도를 바꾸게 된다폭풍 속에 모든 것이 삼킬 듯한 파도를 배경으로 카이토는 어머니를 찾기 위해 뛴다이렇게 카이토는 폭풍으로 인한 어머니와의 연락 두절의 상황에서 어머니의 소중함을 여실히 느끼게 된다이를 통해 카이토는 바로 어머니에게 달려가 어머니는 자신이 지키겠다고 외친다자신과 어머니의 화해를 통해 비로소 자신이 죽음에 대해 가진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게 된다카이토는 죽음을 극복하게 되고 그의 생명이 자신의 어머니와 쿄코에게 이어져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카이토는 자연을 통해 한층 성장하게 되고 죽음에 대한 인식을 극복하고 어른이 되어간다.

 

▲ '소년, 소녀 그리고 바다' 스틸컷  © ㈜티캐스트콘텐츠허브

 

쿄코도 마찬가지이다음을 앞둔 어머니를 바라보면서막연하게 느껴졌던 죽음이 현실로 다가왔을 것이다하지만 죽음을 받아들이기엔 쿄코의 나이는 겨우 17너무 어린 나이이다하지만 쿄코는 주변 사람들과 그녀의 어머니를 통해 삶은 무엇인가, 그리고 죽음은 무엇인가를 배운다삶과 죽음은 연결된 것이며죽음은 소멸의 과정이 아닌 재현의 과정이라는 것. 그녀의 주변인의 도움을 통해 한층 성장한다그렇게 쿄코는 그녀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또 극복하면서 그녀 역시 어른이 된다.

 

감독은 그들의 성장을 굉장히 상징적으로 풀어낸다그들은 숲 속에서 성관계를 한다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진정으로 결합한다이는 그들의 바다 더 각자의 바다에 사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을각자의 바다가 결합하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그리고 그들은 알몸으로 서로의 손을 잡고 유유히 바닷속을 헤엄친다그들은 이제 완전히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 바닷속을 헤엄친다는 것은 자연스럽게 죽음에 속하는 과정을 받아들였다는 것이다그들은 자연의 흐름의 일부가 되었고 그렇기에 죽음이 더 두렵지 않다그들서로의 손을 잡고 바다를 헤엄친다그들은 이제 바다의 생명력을 가진 하나의 주체가 되었으며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자연의 일부가 된 것이다그들은 서로의 차이를 받아들이면서 그들의 세계는 넓어지게 되었다 자연의 일부로 편입되었고 자연에 속한 하나의 존재가 되었다그들은 이렇게 성장했으므로 하나의 문을 열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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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윤
씨네리와인드 객원취재부 기자단 5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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