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템플 그랜딘 이 전해주는 삶을 향한 용기

김준모 | 기사입력 2019/06/07 [11:28]

영화 '템플 그랜딘 이 전해주는 삶을 향한 용기

김준모 | 입력 : 2019/06/07 [11:28]

▲ <템플 그랜딘> 포스터     © HBO Films

 

미국의 동물학자이자 대학교수인 템플 그랜딘은 농장의 가축들을 위해 헌신한 동물학자이다. 그녀는 자폐를 지니고 태어났지만 자신의 방에만 머물지 않았다. 자신만의 세계에만 머무르는 자폐증 환자들과 달리 템플은 용기를 내 문을 열었고 더 많은 사람들과 넓은 세상을 경험하였다. 그녀의 극복 뒤에는 어머니, 그리고 칼락 교수가 있었다.

 

템플이 성장해서 말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말에 어머니는 정성을 다해 템플을 돌본다. 어머니의 노력 덕분인지 템플은 말을 할 수 있게 되고 자존감과 용기를 지닌 아이로 성장하게 된다. 템플은 방학 때면 친척이 운영하는 농장을 향한다. 이곳에서 그녀는 소에게 관심을 가진다. 

  

이 관심은 흥미나 재미 단계에서 멈추지 않는다. 자신만의 세계관이 강한 템플은 소와 동화되어 간다. 그녀는 소가 조그마한 상자에 들어가면 안정을 느낀다는 걸 알게 되고 비슷한 기계를 만든다. 그녀는 힘들거나 괴로울 때 또는 생각할 일이 많을 때 그 기계 안에 들어가 안정을 얻는다. 마치 소처럼 말이다. 이런 템플의 독특한 면모는 학창시절 내내 그녀를 괴롭힌다. 이 괴롭힘은 대학에서도 이어진다. 

 

▲ <템플 그랜딘> 스틸컷.     ©HBO Films

 

템플은 시각적인 이미지에 있어 천부적인 재능을 지녔으나 독특한 행동과 기질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무시를 당한다. 그녀를 이해하지 못하는 동료들과 대학교수들로 인해 템플은 기계 안에서 지내는 날이 많아진다. 그런 그녀를 믿고 지지해준 인물이 칼락 교수이다. 칼락 교수는 대학에서 유일하게 템플의 천재성을 인정해 주고 그녀가 석사 과정을 무사히 끝마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칼락 교수는 그녀에게 중요한 말을 해준다. '그저 문을 열고 들어간다고 생각하라'는 칼락 교수의 말은 자신의 세계에 갇혀 슬픔과 외로움을 느끼는 템플에게 넌 어디든 갈 수 있고 누구와도 소통할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어준다. 석사 과정을 끝마친 템플은 더 높은 곳을 향해갈 수 있었지만 평소 그녀가 좋아하던 소를 만나기 위해 목장을 향한다. 그리고 이곳에서 그녀는 끔찍한 경험을 하게 된다. 

  

가축은 식용을 위해 목장에서 길러진다. 돼지, 닭, 양 등은 모두 인간에게 유용한 식품을 제공하기에 길러지고 도축된다. 이는 소 역시 마찬가지다. 템플도 그 사실을 모르는 건 아니다. 하지만 소들이 도축장을 향하면서 극심한 공포와 스트레스를 겪게 된다는 걸 알게 된 그녀는 '편히 죽을 권리'를 주장한다. 

  

도축장을 향하던 소 한 마리는 공포를 이기지 못한 채 온몸을 흔들어 대며 난동을 부린다. 그 모습이 템플에게는 깊은 슬픔으로 다가온다. 그녀는 소가 느끼는 감정과 생각에 공감할 수 있다. 인간의 필요에 의해 길러지고 필요에 의해 삶을 마감하는 가축이지만 죽음에 순간에 있어 느끼는 공포와 두려움을 해소시켜 주어야 된다고 그녀는 생각한다. 템플은 도축 시스템을 바꿔야 된다고 주장하나 어느 누구도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지 않는다. 

 

▲ <템플 그랜딘> 스틸컷.     ©HBO Films

 

농장 직원들은 어차피 죽이는 건 똑같은데 왜 과정을 바꿔야 되느냐며 되묻는다. 템플은 소가 겪는 스트레스와 두려움을 언급하지만 그들은 가축에게 관심이 없다. 템플은 자신의 출입을 막는 농장주들에 대항하기 위해 기사 자격증을 따기도 하고 무작정 농장을 향하기도 한다. 또 다른 문을 열심히 두드리던 그녀는 소를 위한 기계를 만든다. 소가 편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게 만들어진 이 기계를 통해 템플은 살아있는 존재라면 누구나 공포와 두려움에서 해방되어야 함을 이야기한다. 

  

<템플 그랜딘>은 소통과 용기의 문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템플은 자폐증 때문에 자신만의 방에 갇혀 있었다. 그녀는 사회가 지닌 편견의 시선 때문에 문을 열고 나가기를 두려워하였다. 하지만 그녀가 손잡이를 돌리고 문 밖으로 나선 순간 새로운 소통의 대상이 나타났고 그 소통의 대상에 다가서기 위한 용기를 얻게 되었다. 템플은 인간을 위해 희생되어야 되는 가축으로 여겨져 보호받지 못했던 소에게 편하게 죽을 수 있는 권리를 주었다. 

  

그녀는 이 권리를 위해 거친 농장 사람들과 따가운 눈총을 보내는 주변의 시선에 대항하는 용기를 보여준다. 템플은 어머니가 심어준 자존감과 칼락 교수가 보여준 믿음을 통해 소통과 화합을 이야기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여성으로 성장하게 된다. 이 작품은 장애 또는 삶이 지닌 고난과 역경의 극복에 초점을 둔 영화가 아니다.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는 용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템플은 문을 열고 들어갈 때마다 그녀의 삶을 바꾸었다. 학교에 들어갈 때도, 대학을 향할 때도, 농장의 문을 열고 들어갈 때도, 그녀가 두려워하는 자동문을 열고 들어갈 때도 그 선택 하나하나가 그녀의 삶의 방향을 정해주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라. 닫힌 문을 보고 두려워하지 말고 손잡이를 열고 들어가라는 용기를 전해주는 작품이 <템플 그랜딘>이라 할 수 있다.

 

[씨네리와인드 김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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