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의 출구 없음과 배우들

넷플릭스 오리지널, 「D.P.」의 성공 요인 진단

배해웅 | 기사승인 2021/09/14

'D.P.'의 출구 없음과 배우들

넷플릭스 오리지널, 「D.P.」의 성공 요인 진단

배해웅 | 입력 : 2021/09/14 [11:33]
[씨네리와인드|배해웅 리뷰어]  디피」 가 정식으로 공개되기 전, 개인적으론 군대 이야기라는 점에서 흥행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군대에서 있었던 이야기인데...”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서두부터 지루함을 풀풀 풍기지 않는가. 예비역들의 술자리를 제외하면, 군대 이야기는 언제나 찬밥 신세였다. 그런데  「디피」 가 점점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더니, 어느새 봐야 하는 콘텐츠 중 하나가 되었다. 현재는 국내 넷플릭스 1위 자리를 차지하며, 여전히 사람들의 입방아에 자주 오르내린다. 호흡이 긴 이야기를 잘 보지 못하는 나도 친구들의 대화에 끼기 위해 챙겨볼 수밖에 없었다. 감상을 짧게 말하자면, 한 편만 더? 한 편만 더? 하다가 결국 밤을 새워가며 마지막화까지 다 보게 됐다. 연출은 훌륭했으며, 캐릭터는 살아있고, 사건은 흥미진진했다. 누군가 흥행의 이유를 대보라면, 그를 만족시킬 만큼 충분히 댈 수 있겠으나 아직 의문이 남는 구석이 있다. 바로, ‘공감이다. 군대는 특수한 공간이며, 전 국민이 이곳을 경험하지 않은 만큼 보편성에서 떨어진다. 그런데 우리는 왜 이 이야기에 공감하며, 이야기 외적으로도 여러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가.

 

▲ 는 탈영병을 잡는 헌병대 특수 보직 D.P.조의 이야기다.  © 넷플릭스

 

<디피>가 시청자의 감정을 끌고 오는 방식은 공감보다는 설득에 가깝게 느껴진다. 영상 스토리텔링의 역할 중 하나는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세계를 화면 속으로 끌고 와 앞에 놓아두는 것이다. 영상의 장점은 시각적인 자극이 가능하다는 점인데, 이는 장면 그 자체로 사실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시 말해, 소설이 독자의 자유로운 상상력을 촉구할 때, 영상은 그것을 친절히 영상으로 구현하여 눈앞에 보여주는 덕분에 더욱 그럴 듯한 이야기로 믿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디피>의 병영 내 부조리 장면들은 특별한 설득 없이 우리를 그 장면의 목격자로 만든다. 이를 목격한 시청자들이 응당 다음에 할 일은 이 참극의 원인을 제공한 가해자를 찾는 일일 것이다.

 

그런데 보통의 형사물이 범죄자를 붙잡아 사건을 종결짓는 것과는 달리 <디피>는 범죄자와 피해자를 따로 지목하지 않는다. 탈영병들은 각자 그럴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지닌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탈영을 저지른 범죄자이고, 그들이 잡히는 것으로 사건은 완전히 해결되지 않는다. 때론 D.P.2명이 가해자처럼 보이기도 한다. 드라마는 사건이 끝난 뒤에도 찝찝함을 남기는 출구 없음의 상태로 시청자들을 몰아간다. 여기에 <디피>의 영리함이 있다. 드라마는 판타지적인 해결책과 무책임한 행동을 촉구하지 않은 채 딱 거기까지만 이야기한다. 이를 통해 사건의 주범을 극 내부에서 지목할 수 없고, 그래서 시청자들은 극 외부에서 이 문제를 초래한 대상을 지목할 수밖에 없다. 결국 이 사건을 방관한 우리 자신을 반성하거나, 혹은 군대 시스템을 비난하며 호소력을 갖추는 것이다.

 

▲ 좌측부터 한호열(구교환)과 안준호(정해인)  © 넷플릭스

 

<디피>의 성공에서 배우들의 연기를 빼놓고 이야기할 순 없을 것 같다. '안준호'를 연기한 정해인은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봄밤>을 거치며 순수하지만, 사랑 앞에선 용감한 인물을 연기했다. 순수한 사랑을 갈구하는 이미지 덕분에 그는 따스하고 젠틀한 인물로 기억된다. 그래서인지 세간에선 정해인 배우가 완전히 이미지를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하곤 하는데, 나는 오히려 지금껏 그가 연기해 온 역할에 딱 맞는 배역이 주어졌다고 생각한다. 안준호는 남을 배려하고 사리를 판단하는 능력을 갖췄지만, 그가 생각하는 신념에 어긋나는 일에는 두 눈을 똑바로 뜨고 굴복하지 않는 인물이다. 이런 맥락에서 <디피>를 안준호의 중심에서 재구성하자면, 열렬히 누군가를 사랑했던 청년이 군대에 입대한 뒤에도 여전히 그 열정을 잃지 않는 이야기라고 말해도 좋을 것 같다.

 

한호열은 이런 안준호를 옆에서 지탱해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캐릭터다. 한호열을 연기한 구교환 배우는 이 역할을 훌륭히 소화한다. 그리고 그는 어떤 배역을 맡아도 구교환스럽게 연기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안준호 배역에 어울리는 배우를 떠올렸을 때, '도경수', '임시완', '이제훈' 등의 배우를 떠올릴 수 있겠지만, 한호열에는 다른 배우를 떠올리기 힘들다. 배우 구교환이 가진 그 특유의 익살스러움과 속을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함, 엉성한 듯 보이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섬뜩한 느낌이 한호열 캐릭터와 높은 시너지를 낸다. 그리고 덕분에 올곧은 안준호와도 높은 케미스트리를 형성할 수 있던 것이다.

 

'군대 내 부조리'라는 주제는 시간이 지나면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더는 자극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우리가 '버디무디'에 기대하는 두 주연의 케미와 인물들의 뚜렷한 개성 덕분에 다음 시즌이 나온다면 <디피>의 시즌2 역시 색다른 재미와 사건들을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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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ed 2021.09.14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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