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유니콘

[프리뷰] 김휘근 감독 '뿔을 가진 소년'

안지영 | 기사입력 2019/06/07 [21:00]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유니콘

[프리뷰] 김휘근 감독 '뿔을 가진 소년'

안지영 | 입력 : 2019/06/07 [21:00]

 유니콘은 이마에 한 개의 뿔을 가지고 있는 말이다. 유럽에서는 그 뿔이 영험한 힘을 지니고 있어서 어떠한 질병도 고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그래서 유니콘의 뿔을 찾으러 다니는 사냥꾼이 많았다고 한다. 그런데 이것이 비단 전설 속에서만 전해지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현대사회에도 유니콘과 유니콘을 쫓는 사냥꾼들이 흔히 있지 않은가.


▲ 영화스틸컷     © (주)콘텐츠윙

 

<뿔을 가진 소년>은 유니콘과 사냥꾼의 현대판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머리에 뿔이 달린 소년과 그 뿔을 가지려는 사람들의 추격전이다. 췌장암에 걸린 준배, 진폐증에 걸린 동생을 살리려는 진아, 불치병에 걸린 어머니를 둔 동구는 광웅 건강원에 모여든다. 어느 날 사람 머리에 난 뿔, 즉 ‘인간 녹용’이 있으면 불치병도 고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모두 머리에 뿔이 달린 소년을 쫓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불법을 저지르거나 사람을 죽이는 일도 마다치 않는다.

 

‘환상’의 유니콘
인간 녹용은 정말 효능이 있을까? 인간 녹용을 통해 병을 고친 선례가 있는 것도 아니며, 이를 알려준 광웅 역시 ‘전설’ 속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인간 녹용의 효능은 환상에 불과할지도 모르는 것이다. 하지만 준배와 진아는 간절한 모습을 보이며 큰돈을 보내는 것도 마다치 않는다. 광웅이 인간 녹용을 자신의 어머니를 살리는 데 써주지 않으리라 판단한 동구는 직접 인간 녹용을 얻고자 총을 구하기까지 한다. 그들은 어째서 신빙성 없는 이야기에 이렇게까지 매달리게 된 것일까?

 

무엇이 그들을 사냥꾼으로 만들었나
등장인물들은 모두 삶에 대한 강한 집착을 가지고 있다. 준배는 곧 아기가 태어날 가정의 가장이다. 진아는 여동생이 벌어오는 돈으로 둘이서 살아왔고, 동구에겐 어머니가 유일한 가족이다. 그들은 각각 책임감이나 죄책감, 두려움 등 어떤 명분으로 인해 절대로 죽음을 지켜볼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물론 이러한 사정과 이 정도의 절박함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물러날 곳이 없다는 사실이 그들을 몰아붙였다. 준배는 직장에서 쫓겨나고, 진아는 빚이 있고, 동구 역시 별다른 돈벌이가 없는 상황이다. 살기 위해서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그럴 수가 없으니 신빙성 없는 이야기더라도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매달리게 된 것이다.

 

유니콘의 아이러니
수많은 아이러니가 ‘돈’과 ‘죽음’이라는 키워드를 관통하며 영화 전반을 장악하고 있다. 진배와 진아의 동생은 생계유지에 필요한 돈을 벌다가 병에 걸렸다. 그런데도 병원에 갈 돈은 없어서 다른 방법들에 매달리지만 정작 그것이 다른 생명을 앗아가는 일이라는 것에는 무감각하다. 그리고 이들이 몸부림치고 있을 때 광웅의 무리는 뿔을 가진 소년이 ‘사람도 아니고 동물도 아니고, 돈이다.’라고 말하며 돈의 환상에 취해있다. 이러한 아이러니는 결국 ‘돈’이 유니콘의 뿔 같은 존재가 되어버린 현대사회의 단면일 것이다.

 

▲ 영화 포스터     © (주)콘텐츠윙


한편, ‘뿔을 가진 소년’은 오는 6월 13일에 개봉한다.

 

[씨네리와인드 안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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