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 생존 위해 거짓말한 두 남자의 이야기

김준모 | 기사입력 2019/06/07 [23:00]

2차 세계대전, 생존 위해 거짓말한 두 남자의 이야기

김준모 | 입력 : 2019/06/07 [23:00]

▲ <더 캡틴> 스틸컷.     © 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전쟁이 무서운 이유 중 하나는 생명을 앗아가기 때문이다.

 

승전국과 패전국은 국가 사이의 문제일 뿐 개인에게는 오직 하나뿐인 생명이 가장 중요하다. 도시는 무너져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지만 사라진 목숨은 되돌릴 수 없다. 그래서 전쟁 상황에서 개인은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노력한다. 그 방식이 자신의 정체성을 속이고 남에게 피해를 주는 거짓말일지라도.

 

2차 대전 중 일어난 놀라운 실화를 바탕으로 한 <더 캡틴>과 <유로파 유로파>는 오직 살아남기 위해 거짓말을 한 두 남자의 이야기이다.

 

전쟁을 배경으로 한 두 영화

 

1945년 4월, 2차 대전 종전 2주 전 독일을 배경으로 한 <더 캡틴>은 당시 독일군 이등병이었던 윌리 헤롤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미군의 공습을 받고 부대를 이탈한 윌리 헤롤트는 탈영병 신분이 되고 쫓기는 신세가 된다. 굶으며 도망 다니던 그는 버려진 자동차 안에서 나치 대위의 군복을 발견한다. 그는 이 군복을 입고 대위 행세를 한다. 그는 잡히면 사형을 당할 수 있는 탈영병 신세에서 벗어나기 위해 거짓말을 하게 된 것이다. 

  

거짓말이란 건 한 번 시작하면 멈출 수 없다. 윌리 헤롤트는 자신의 정체를 의심하는 헌병대의 등장에 또 다른 거짓말을 한다. 히틀러 총통의 직속명령을 받고 후방부대를 감시하기 위해 왔다는 그의 말은 완벽한 믿음을 사지 못한다. 이에 윌리 헤롤트는 자신의 편을 만들고 믿음을 얻기 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그는 탈영이나 사고를 친 군인들의 군법 재판을 자신이 집행하겠다고 나선다. 

 

▲ <더 캡틴> 스틸컷.     © 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당시 독일은 패전이 가까워진 상황이었고 최전방 문제로 후방에 신경을 쓸 수 없었다. 자연스럽게 탈영병이 잡혀 와도 재판을 할 여력이 되지 않았기에 이들은 재판도 받지 않고 수용소에 갇혀 있었다. 이에 불만을 품은 군 장성들은 총통의 직속 명령을 받고 왔다는 윌리 헤롤트에게 즉결심판을 내려줄 것을 요청한다. 윌리 헤롤트와 함께 헌병대를 따라 후방부대로 온 이들은 탈영병 혹은 부대에서 이탈한 이들이다. 이들은 마치 자신들의 잘못을 감추려는 듯 더욱 가혹하게 탈영병들에게 즉결심판을 내린다. 

  

탈영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거짓말을 한 <더 캡틴> 속 윌리 헤롤트처럼 <유로파 유로파>의 유태인 소년 솔로몬 페렐도 살아남기 위해 거짓말을 반복한다.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작품 <유로파 유로파>는 독일의 폴란드 침공 때문에 가족과 흩어진 솔로몬 페렐이 고아원으로 보내지면서 본격적으로 기구한 운명을 보여준다. 독일의 폴란드 침공 당시 러시아는 독일과 짜고 폴란드의 동쪽 지방을 차지한다. 고아원에서 자난 솔로몬은 공산주의 청년동맹인 콤소몰에 입단하고 공산주의 사회혁명 사상을 주입받는다. 

 

▲ <유로파 유로파> 스틸컷.     © Bayerischer Rundfunk (BR)

 

당시 볼셰비키는 종교를 부정했고 유태인인 솔로몬 역시 살아남기 위해 이들의 사상에 동조한다. 하지만 독일의 침공으로 다시 피난길에 오르던 중 행렬에서 낙오되며 독일군에 붙잡힌다. 러시아어와 독일어를 모두 구사할 줄 알았던 솔로몬은 자신을 순수 독일 혈통이라고 속이며 군에 합류하게 된다. 솔로몬은 러시아군 무전을 도청하며 능력을 인정받고 나치스 독일의 청소년 조직인 히틀러유겐트에 입단하게 된다. 

  

윌리와 솔로몬은 2차 대전이라는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전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거짓말을 하였다. 그리고 이 거짓말은 두 사람의 정체성을 흐리게 만든다. 윌리는 탈영병이라는 신분을 속이고 대위가 되지만 대위라는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극단적인 인물로 변모한다. 그가 탈영병들에게 행하는 살육과 폭력은 생존을 위한 거짓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거짓이 되는 순간을 조명한다. 

  

그는 이등병과 탈영병이라는 신분을 버리고 나치 독일을 지키기 위한 '진짜' 대위가 되어버린다. 극단적이고 폭력적인 인물로 변해버린 그의 모습은 두려움과 절박함이 어떻게 광기와 분노를 지닌 폭력으로 이어지는지 보여준다. 전쟁에서 내가 살아남기 위해 적을 죽여야 되듯, 윌리는 거짓이 밝혀져 위태로울 수 있는 목숨을 지키기 위해 자신과 같은 처지인 탈영병들을 죽이기에 이른다. 

  

솔로몬은 독일군이 되어 러시아군에게 총구를 겨눈다. 그는 자신의 조국을 망가뜨린 두 국가, 러시아와 독일의 국민이 되었고 한때 조국이었던 러시아를 향해 적의를 품고 진짜 조국인 폴란드의 독립을 방해하는 위치에 서게 된다. 이 과정에서 폴란드 태생의 유태인이라는 솔로몬의 정체성은 점점 희미해진다. 하지만 관객들이 이 캐릭터에 감정적인 동화를 느낄 수 있는 이유는 솔로몬이 겪는 슬픔 때문이다. 

 

▲ <유로파 유로파> 스틸컷.     © Bayerischer Rundfunk (BR)

 

윌리 헤롤트가 마치 히틀러처럼 극단적인 인물이 되어버린 반면 솔로몬은 여전히 유태인이라는 사실 때문에 슬픔을 겪고 가족을 찾기 위해 분투한다. 그는 부모님이 수용되어 있다는 수용소를 찾아가 비참한 심정을 느끼는가 하면 나치의 인종주의 사상에 세뇌된 연인 레니에게 유태인이라는 이유로 버림을 받게 된다. 솔로몬의 정체를 알게 된 레니의 어머니가 그를 따뜻하게 안아주고 불쌍하게 여겨주는 장면은 솔로몬의 거짓된 선택이 인간이 지닌 따뜻한 마음에 의해 이해받고 용서받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영화 <더 캡틴>과 <유로파 유로파>는 전장의 한 가운데에서 생존을 위해 거짓을 택한 두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다. 한 남자는 자신의 거짓말을 위해 정체성을 버리고 극단으로 치닫는 모습을 보여주는 반면 다른 한 남자는 생존을 위해 정체성을 버리고 거짓을 일삼는 그 모습에도 인간적인 이해와 용서를 구하는 안타까움과 기구함을 느끼게 만든다. 전쟁이 지닌 공포는 한 개인의 운명을 송두리째 바꾼다는 것을, 그 운명 속에서 오직 살아남기 위해 인간은 거짓과 극단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는 점을 두 작품은 거짓말이라는 소재를 통해 이야기한다.

 

[씨네리와인드 김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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