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통해 언론을 말하다 ② 스포트라이트

개인을 고발할 것인가, 시스템을 고발할 것인가

김예지 | 기사입력 2019/06/12 [12:42]

영화를 통해 언론을 말하다 ② 스포트라이트

개인을 고발할 것인가, 시스템을 고발할 것인가

김예지 | 입력 : 2019/06/12 [12:42]

 

 

▲ 스포트라이트 포스터     © (주)팝엔터테인먼트

 

 

커뮤니케이션학에는 프레이밍 효과라는 이론이 있다. 언론이 이슈를 보도하는 방식에 따라 같이 이슈에 대해서도 수용자의 인식이 달라질 수 있는 효과를 지칭하는 이론이다. 프레이밍 효과에 의하면 프레임에는 크게 두 가지 프레임이 있다. 일화적 프레임과 주제적 프레임이다. 일화적 프레임은 사건 그 자체, 그 사건에 관여된 인물 등에 집중하는 방식이고 주제적 프레임은 사건의 배경과 사건을 둘러싼 구조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스포트라이트는 주제적 프레임에 집중하는 취재 방식, 즉 탐사 보도에 대하여 조명하고 있다.

 

보스턴 글로브의 탐사 보도팀인 스포트라이트는 지역 카톨릭 신부들의 아동 성추행 사건을 파헤치게 된다. 처음에는 단순히 부도덕한 개인 몇 명의 문제로 끝날 줄 알았던 그들은 이 사건이 단순한 개인의 범죄 문제가 아님을 알게 된다. 카톨릭 교단 내에서 오래전부터 한부모 가정, 빈곤 가정 등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져 온 신부들의 성추행, 통계를 바탕으로 끌어낼 수 있는 유의미한 수치의 성추행 신부 비율, 그리고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해 온 카톨릭 사회까지. 분노한 마이크 레젠데스(마크 러팔로)는 당장 이 사건을 보도해야한다고 주장하지만, 월터 로빈슨(마이클 키튼)은 그를 제지한다. 지금 보도한다면 이 사건은 단순히 신부 몇 명의 파격적인 이슈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월터는 마이크에게 우리가 보도해야 하는 것은 ‘시스템’이라고 말하며 사건을 더욱 파고들고 마침내 이 사건에 관련된 모든 구조를 밝혀내었을 때 보도를 하게 된다.

 

 

▲ 스포트라이트 스틸컷     © (주)팝엔터테인먼트

 

 

 빠르고 자극적인 뉴스만을 점점 추구하는 시대에서, 탐사 보도는 오히려 대중이 원하는 뉴스와 정반대의 방향으로 가고 있는 보도 방식이다. 긴 시간을 필요로 하며, 당장의 흥미로운 뉴스를 내기도 어렵다. 탐사 보도를 통해 밝혀지는 것은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이며 이것은 단편적인 뉴스로만 전달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 안에 관여된 인물 개개인에게 초점을 맞추어 보도하는 방식 역시 아니다. 대중이 원하지 않는 보도, 시대와 역행하는 보도라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탐사 보도야말로 시대를 막론하고 저널리즘에 반드시 필요한 보도라고 할 수 있다. 저널리즘의 기본 정신인 진실에 대한 탐구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바로 탐사 보도다. 단순히 사건의 한 단편만을 밝혀낸 것을 좋은 보도라고 할 수는 없다. 자극적인 보도는 한 순간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킨 다음, 한 사람을 단죄함으로써 마치 그 모든 사건이 해결된 것처럼 보이게 한다. 사건의 본질과 원인은 이후 대중의 기억 속에서 흐려지고 하나의 사건을 저지른 ‘개인’만이 대중의 머릿속에 남게 된다. 무엇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했는지, 이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게 만든 조직과 시스템은 무엇인지, 이런 일이 다시 없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하는지를 밝혀내는 보도가 진정으로 사회에 기여하고 진실을 밝혀내는 저널리즘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사회를 바꿔온 것, 그리고 우리 사회에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낸 보도는 대부분 단편보도가 아니라 탐사 보도였다.

 

 

▲ 스포트라이트 스틸컷     © (주)팝엔터테인먼트

 

 

 또한 스포트라이트는 탐사 보도를 조명함과 동시에 안일했던 기자들에게도 일침을 가하고 있다. 취재를 위해 찾아갔던 속물적인 변호사, 피해자들을 변호하는 변호사, 그리고 피해자들 모임까지 모두 그들에게 이미 자료를 제공하려고 했던 혹은 보도를 요청하는 전화를 했던 사람들이었지만 스포트라이트팀은 이를 단신 기사로만 싣거나 그저 별 거 아닌 제보라고 생각하며 무시해버렸다. 단 한 통의 제보 전화를 귀 기울여 듣기만 했어도, 단신 기사로 처리했던 사건을 좀 더 파헤치기만 했어도 그 이후로 발생하는 피해자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혹은 더 빨리 보도하여 더 빠르게 카톨릭 사회 내에서 이루어지는 조직적인 범죄를 고발할 수 있었을 것이다.

 

영화는 자극적이지 않은, 마치 관찰과 같은 기법으로 자극적이고 거대한 사건을 보여주고 있다. 인물의 심리 묘사보다는 사실 관계를 보여주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인물들의 갈등이나 감정이 폭발하는 장면도 거의 없다. 감정이 결정적으로 폭발하는 장면은 마이크가 당장 보도를 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장면 뿐이다. 자극적으로 다루기 쉬운 소재를 자극적인 장면도 서술도 없다. 단지 기자들의 취재 동선을 묵묵히 따라가며 사실적으로 영화를 그려내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이 이 영화에 아카데미 작품상이라는 영예를 안긴 것이다.

 

 스포트라이트는 자극적인 장면과 보도가 넘쳐나는 이 시대에, 언론에도 영화에도 큰 울림을 준 영화다.

 

 

[씨네리와인드 김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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