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북'부터 '스튜어트 리틀'까지..특별한 우정 담아낸 영화들이 있다

김준모 | 기사입력 2019/06/14 [23:55]

'그린 북'부터 '스튜어트 리틀'까지..특별한 우정 담아낸 영화들이 있다

김준모 | 입력 : 2019/06/14 [23:55]

 6월 13일 개봉을 앞둔 <업사이드>는 프랑스 영화 <언터처블: 1%의 우정>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빈털터리 흑인 남자와 억만장자 백인 남자의 우정을 다룬 작품이다. 우정은 사랑처럼 인종, 계급, 언어, 세대를 초월해 이뤄지며 이런 우정은 깊은 감동과 눈물을 안겨준다. 이번 기사에서는 고난과 역경, 사회의 시선과 편견을 이겨낸 뜨거운 우정을 다룬 다섯 작품을 소개하고자 한다. 

 

▲ <쁘띠 마르땅> 스틸.     © 미로비

 

알츠하이머 앓는 노인과 소년의 우정, <쁘띠 마르땅> 

  

노인 병동 407호. 이곳에는 전직 첩보원인 앙투완이 있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그는 손가락 하나 자기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고 자신과 아내 수잔의 이름밖에 기억해내지 못한다. 고요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던 그의 앞에 꼬마 마르땅이 나타난다. 마르땅은 마음대로 병실에 들어와 TV 위에 놓인 저금통을 털어간다. 움직이지 못하는 앙투완이 마음에 들었는지 이 개구진 소년은 손에 억지로 카드를 끼워 카드게임을 하는가 하면 생떼를 써서 병실을 왕투완 옆으로 옮긴 뒤 하루 종일 수다를 떤다. 

  

귀찮은 꼬맹이의 존재에 경계와 불안을 느끼던 앙투완은 자신의 삶에 멋대로 들어온 이 조그마한 꼬마 친구에게 점점 마음을 열게 된다. 내레이션을 통해 무언의 대화를 나누는 앙투완. 그는 자신의 눈 깜빡임에도 마음을 알아주는 마르땅이 기특하게 느껴진다. 유일한 안식처였던 수잔의 죽음과 마르땅이 소아암 환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뒤 그는 마르땅에게 더욱 강한 감정을 느낀다. 앙투완과 진정한 친구가 된 마르땅은 앙투완을 휠체어에 실은 채 두 사람만의 모험을 위해 병원 밖으로의 탈출을 감행한다. 

  

<쁘띠 마르땅>은 알츠하이머에 걸린 노인과 소아암 소년의 우정을 보여준다.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누지도, 생각을 공유하지도 못하지만 눈빛만으로 대화하고 같은 공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서로의 감정을 이해한다. 앙투완이 진심으로 마르땅을 친구로 받아들이고 마르땅에 대해 진실된 감정을 전하는 내레이션은 그 어떤 감정의 교류보다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 <그린 북> 스틸.     © CGV 아트하우스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한 <그린 북> 

  

제91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을 수상한 <그린 북>은 코미디 영화로 유명한 피터 패럴리 감독이 선보인 예상치 못한 웰메이드 영화였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다혈질의 이탈리아 출신 운전사 토니와 완벽한 바른 생활 사나이인 흑인 천재 뮤지션 돈 셜리의 우정을 다루고 있다. 1962년 미국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피아니스트 돈 셜리 박사가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심한 남부로 투어 공연을 떠나기로 결심하면서 두 남자의 동행을 보여준다.

 

토니와 돈은 살아온 환경이 다르다. 돈은 거칠게 주먹으로 살아온 토니와 교양과 기품을 지키며 살아온 사람이다. 토니는 여느 백인 친구들처럼 흑인을 싫어하지만 가족과 생계를 위해 돈의 남부 투어 운전기사가 되기로 결정한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른 두 사람이지만 이들은 점점 가까워진다. 토니는 돈이 지닌 신념과 가치에 그를 향한 편견을 지운다. 돈은 인종차별을 조금이라도 없애기 위해 스스로 남부를 향했고 온갖 모욕과 차별을 견뎌내기 위해 노력한다. 그는 자신이 지닌 부와 명예를 양보하고 인종 전체를 위해 희생을 감행한 것이다. 

  

돈은 겉으로는 거칠어 보이는 토니지만 그가 내면에는 따뜻한 마음을 지닌 남자라는 걸 점점 알아가게 된다. 인종 차별이 극심했던 미국 남부를 배경으로 피부색은 다르지만 서로를 진정으로 위할 줄 아는 두 남자의 우정을 다룬 이 작품은 유쾌한 유머와 진중한 드라마, 여기에 뜨거운 감동이 더해져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 <스튜어트 리틀> 스틸.     © 콜롬비아 픽쳐스



꼬마 생쥐 스튜어트와 소년 조지를 다룬 <스튜어트 리틀> 

  

<하치 이야기>, <프리 윌리> 등 동물과 인간의 우정을 다룬 작품들은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그 중 아이디어 면에서 가장 돋보이는 작품을 뽑으라면 단연 <스튜어트 리틀>을 뽑을 수 있다. 꼬마 생쥐 스튜어트와 소년 조지의 우정을 다룬 이 작품은 스튜어트가 리틀 가문에 들어오면서 시작된다. 인간 남동생을 원했던 조지는 새하얀 생쥐 스튜어트가 남동생이라는 사실에 실망한다. 

  

자신보다 거대한 인간의 삶에 적응하기도 힘든 스튜어트에게 조지의 무시와 핀잔, 고양이 스노우벨의 위협은 육체적인 고통과 정신적인 아픔을 준다. 하지만 리틀 부부가 스튜어트를 조지의 남동생으로 삼은 건 그가 지닌 영리함과 남을 이해할 줄 아는 배려, 따뜻한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리틀 부부는 스튜어트가 조지에게 딱 맞는 남동생이 되어줄 것이라 여겼고 스튜어트는 그 기대에 부응한다. 

  

스노우벨의 공격을 피하다 우연히 조지의 공작실로 들어간 스튜어트는 조지가 만들다 포기한 요트를 다시 만들자고 제안하고 급기야 요트 경기에 출전하게 된다. 대회에서 보여준 스튜어트의 영리한 면모와 용기, 남을 위할 줄 아는 마음은 조지의 편견과 아집을 걷히게 만든다. <스튜어트 리틀>은 동물과 인간의 우정을 가족이라는 개념으로 확장시킨다. 애완이 아닌 반려라는 개념으로 동물을 대하는 현대의 자세처럼 진정한 가족으로 스튜어트를 받아들이는 이 작품의 우정은 뜻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 <제8요일> 스틸.     © Canal+

 

다운 증후군 조지의 우정 그린 <제8요일> 

  

제49회 칸영화제 당시 <제8요일>은 두 가지 점에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첫 번째는 작품의 두 주인공이 공동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주인공 중 한 명인 파스칼 뒤켄이 실제 다운증후군 환자라는 점이다. 냉철한 세일즈 기법 강사 아리와 어머니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다운증후군 환자 조지의 우정을 다룬 <제8요일>은 눈물샘을 자극하는 영화이다. 누구와도 진심으로 마음을 털어놓을 수 없을 거 같았던 아리와 정상인의 사랑을 받지 못할 거라 여겨졌던 조지가 진심으로 서로를 위하는 이야기를 담아냈기 때문이다. 

  

아리는 본인의 냉철한 태도 때문에 염증을 느끼는 가족들과 별거 중이다. 어느 날 그는 개를 차로 치여 죽이게 되고 그 개의 주인이 막 요양원을 탈출한 조지라는 걸 알게 된다. 조지는 자신의 유일한 세계였던 어머니를 잃어버린 뒤 그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어머니를 생각하는 환상과 현실을 제대로 분간하지 못한다. 아리는 순수하고 진솔한 조지에게 점점 마음을 열어놓게 된다. 더럽고 추악한 현실 속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냉철하게 변해갈 수밖에 없었던 아리는 조지를 만나면서 변화를 겪게 된다. 

  

조지는 아리를 위해 요양원 친구들을 데리고 그의 회의실을 향한다. 회의실 사람들은 갑자기 나타난 다운증후군 환자들을 향해 모욕이 섞인 말을 내뱉는다. 이때 아리는 당당하게 말한다. 조지는 내 친구라고. 장애를 지녔지만 누구보다 순수하고 따뜻한 조지와 그런 조지를 통해 사회가 만든 냉철함과 이기심을 벗어낸 아리의 모습은 소중한 우정의 모습을 조명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특별한 사람이 되어준 이 작품의 우정은 뜨거운 눈물을 흘릴 감동을 선사한다. 

 

▲ <빅토리아&압둘> 스틸.     © 유니버설 픽쳐스

 

<빅토리아&압둘> 

  

영국 여왕과 인도 서기관의 우정을 다룬 <빅토리아&압둘>은 흥미로운 우정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여왕과 서기관, 대영제국 영국과 식민지 인도라는 관계를 생각했을 때 이 두 사람이 어떻게 우정을 나누게 되었는지 궁금증을 지니게 만든다. 작가 바슈에 의해 알려진 빅토리아 여왕과 서기관 압둘의 우정은 빅토리아 여왕 재위 50주년 기념식에서 시작된다. 압둘은 영국의 지식과 법도와는 다른 생각으로 빅토리아 여왕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기념식이 끝나고 돌아갈 예정이었던 압둘은 빅토리아 여왕의 배려와 부탁에 의해 여왕의 스승이 되고 가족이 영국 왕실에 와 함께 생활하게 된다. 

  

이 우정의 바탕에는 빅토리아 여왕의 성장과정이 있다. 빅토리아의 어머니는 딸이 즉위하면 섭정공이 되기 위해 비서 콘로이와 강압적이고 엄격하게 딸을 교육시켰다. 18살에 국가의 원수(元首)가 된 빅토리아는 콘로이를 내쫓고 어머니를 지방으로 유배시키며 분노를 표출한다. 21살에 앨버트 공과 결혼해 가정을 꾸리지만 사랑했던 앨버트가 죽으며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리고 그 원인이 아들에게 있다 여겨 가족을 원망하기에 이른다. 

  

영국 왕실의 법도에 고통을 받고 마땅한 친구도, 가족의 사랑도 받지 못했던 빅토리아는 압둘의 존재에 호기심을 품고 그와 진정한 우정을 나눈다. 빅토리아는 몇 번의 거짓이 될 수 있는 압둘의 행동을 눈감아 주었고 압둘은 자신에게 보복이 올 수 있는 상황에서도 빅토리아 여왕 곁을 지킨다. 이런 두 사람의 우정은 여왕과 신하라는 계급을 넘어 식민지배를 받는 국가의 국민이 순수한 우정으로 가해국의 여왕을 섬겼다는 점에서 독특한 느낌을 준다. 

  

인종, 계급, 언어, 세대를 초월해 국가와 국가 간의 문제 역시 이겨낼 수 있는 우정의 힘을 보여줌과 동시에 과연 이들의 우정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되는가 하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하나 확실한 건 빅토리아 여왕은 압둘을 스승으로 섬기며 부정적인 시선에서 압둘을 감싸주었고 압둘은 마지막 순간까지 빅토리아 여왕을 위해 헌신을 다해 그의 곁을 지켰다는 점이다. <빅토리아&압둘>은 이 두 사람의 진실한 우정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품게 만드는 흥미로운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씨네리와인드 김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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