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금 소설 읽는 할머니들의 발칙한 데이트!!! <북클럽> ①

[프리뷰] 할머니도 섹스 코미디 할 수 있다! '북클럽' / 6월 20일 개봉

김재령 | 기사입력 2019/06/17 [09:30]

19금 소설 읽는 할머니들의 발칙한 데이트!!! <북클럽> ①

[프리뷰] 할머니도 섹스 코미디 할 수 있다! '북클럽' / 6월 20일 개봉

김재령 | 입력 : 2019/06/17 [09:30]

 

▲ '북클럽' 공식 포스터     © (주) 영화사 진진

 

 처음 포스터를 봤을 때만 해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지중해식 요리가 곁들어진 우아한 브런치를 즐기며 담소를 나누는 노부인들이 읽는 책이...

 

▲ 책을 읽는 레스토랑 오너 '캐롤'     ©(주) 영화사 진진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일 줄이야...!!! 그냥 19금 소설도 아니고 적나라한 SM 플레이의 묘사로 악명 높은 그 소설이 맞다. (인터넷 상에서도 영화 포스터에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가 나오지 않아 영화의 특징이 부각되지 않았다는 의견이 많은데, 필자 역시 이에 격히 공감하는 바이다)

 그리고 필자가 예상하지 못했던 사실이 하나 더 있다. 노부인 4인방의 조합으로 이뤄진 '섹스 코미디'가 이렇게 시도 때도 없이 배꼽이 빠지도록 웃기다니!

 영화는 40년 동안 '지적 자극'을 위해 진행되었던 북클럽에 '자극적'인 소설이 이달의 토론 서적으로 선정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북클럽 4인방은 책을 읽고 '엉덩이를 맞는 쾌감'을 궁금해 하다가, 마침내 독서로 자극된 욕망을 실제로 이루기 위해 나선다.

 

▲ '북클럽'에 새로운 그 책을 가져오는 호텔 CEO '비비안'     © (주) 영화사 진진

 

 '섹스가 하고 싶다!'

 등장인물의 궁극적 목표가 '섹스'로 설정된 '섹스 코미디'에서 그들의 나이는 대개 십 대이다. 특히 그중에서도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만) 18세'가 주를 이룬다. 하이틴 섹스 코미디의 대표격인 '아메리칸 파이'와 최근에 넷플릭스에서 공개되어 화제를 모은 '첫경험 훼방 작전'의 등장인물들 역시 졸업 파티의 밤에 첫경험을 하기 위해서 고군분투한다. 이러한 영화에서는 하이틴 영화 특유의 성장 서사가 삽입되면서, 첫경험(혹은 그에 준하는 경험)을 통해 어른의 세계에 발을 딛는 십 대의 모습이 그려진다. 

 '40살까지 못해본 남자'에서도 숫총각인 중년 주인공이 첫경험을 통해 정신적 미성숙함을 벗어던지고, 진정한 사랑을 만나 가족을 이끄는 남자가 된다. 이들에게 있어서 '섹스'는 '어른'으로 성장하는 통과점이며, 이를 통해 '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하게 된다.

 

▲ 그 책을 읽는 연방판사 '캐롤'   ©(주) 영화사 진진

 

 이러한 하이틴 섹스 코미디의 특징을 염두에 두면, 영화 '북클럽'에서 흥미로운 점이 보인다. '북클럽'의 멤버인 섀론은 '18년' 전에 남편과 이혼하고 '18년' 동안 섹스를 안 했다고 강조한다. 18년. 자그마치 갓난아기가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하이틴 섹스 코미디의 주인공'으로 자랄 시간이다.

 노부인들은 오랫동안 섹스를 안 해서 하는 방법도 가물가물하다고 말하면서,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에서 본 자극적인 섹스를 머릿속에서 그린다. 섹스를 미지의 세계로 치부하는 노부인들의 모습은 마치 섹스에 환상을 품은 십 대를 연상케 한다.

 

 하지만 이들은 '할머니'들이다. 이미 오래 전에 어른이 된 존재인 것이다. 하이틴 섹스 코미디처럼 그들에게 있어서 섹스는 '아이'에서 '어른'이 되는 성장 요건으로 작용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있어서 섹스는 단순한 욕망에 그치고 마는 걸까.

 

▲ 북클럽에서 요주의 인물인 호텔 CEO '비비안'     ©(주) 영화사 진진

 

 호텔을 경영하는 성공한 사업가인 비비안은 북클럽에 '그 책'을 처음으로 들고 온 장본인이다. 미혼 여성의 신분으로 다양한 남성과의 원나잇을 하는 그녀는 북클럽 멤버 중에서 가장 활발히 성생활을 즐기며 다른 멤버들에게도 그 즐거움을 설파하려고 한다. 그렇지만 그녀는 남자와 '육체 관계'를 가지며 잘 수는 있지만, 진짜로 남자와 '잠(숙면)'을 잘 수는 없다. 정신적 교감을 할 수 있는 이성을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것이다. 

 

▲ 회사에서 그 책을 읽는 호텔 CEO '비비안'     ©(주) 영화사 진진

 

 "사십 년 만에 보는군!"

 "내가 당신을 여섯 살 때 봤던가?"

 어느 날, 비비안은 자신이 운영하는 호텔에서 첫사랑 '아서'와 우연히 재회를 한다.

 아서는 사십 년 전에 비비안에게 프로포즈를 했지만, 비비안은 자신의 꿈을 위해서 그의 청혼을 거절했었다. 이후에 비비안은 사십 년 동안 진정한 사랑을 만나지 못했으니, '로맨스 장르'의 시선에서 본다면 그녀의 인생은 실패했다고 생각될 수 있다.

 

 아서가 비비안의 호텔에서 머물게 되면서 둘은 함께 시간을 보내지만, 모든 게 사십 년 전 같지는 않다. 아서는 모든 걸 비즈니스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비비안의 모습에 당황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아서는 이내 이를 흔쾌히 받아들이며 "나는 '위기관리'에 실패해서 아내랑 이혼했지"라고 말하면서 비비안의 장단에 맞추어 주기도 한다.

 

 이들의 대화 주제는 레코드판에 대한 그리움부터 인터넷에 관한 이야기까지 폭이 넓다. 그들은 예전에 아서가 밀크 셰이크에 반지를 넣어서 프러포즈를 했었던 서민적인 카페에서 데이트를 하기도 하고, 비비안이 운영하는 고급 호텔에 마련된 CEO 전용 옥상 라운지에서 둘만의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흥미로운 건 호텔 옥상에서는 둘의 젊은 날의 추억이 담긴 그 카페가 보인다는 건데, 이는 이들의 사랑에 '현재'와 '과거'가 조화롭게 공존해 있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준다.

 
 비비안은 사랑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지 못하여 아서와의 섹스를 망설이고 만다. 그때 아서는 지난 인생을 회상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털어놓는다. 그는 지난 몇십 년 동안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면서 몇천 명의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도 좋았지만, 동시에 한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소중함도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돈 많고 성공한 지금의 당신이 좋다'라고도 덧붙이면서 유쾌한 분위기도 잃지 않는다)

 

 사십 년 전에 비비안과 아서가 결혼을 했어도 해피엔딩이었을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 그들은 '지난 사십 년'이 있었기에 자기 자신을 더 이해할 수 있었고, 그 결과 서로를 존중하면서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수 있었다.

 

▲ 북클럽 4인방 멤버들     © (주) 영화사 진진

 

 북클럽 4인방은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읽으면서 격렬한 섹스를 동경하는데, 이는 젊음 그 자체를 그리워 하는 걸로 보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영화는 늙은이들이 젊은이 흉내를 내는,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다가 가랑이가 찢어지는 모습을 희화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영화 속에서 이들은 자신의 나이와 흘러간 시간을 결코 비관하지 않는다. 비비안 커플의 경우도 지난 날의 경험을 되돌아보면서 자신이 원하는 바를 깨닫고, 자신의 인생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상대를 만나게 되었다.

 등장인물들이 기존의 섹스 코미디처럼 '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하는 게 아니라, '어른'에서 '자기 자신을 더욱 존중하게 된 어른'으로 성장하게 된 것이다.

 

 '북클럽'은 노인들을 위한 영화라고 생각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자신의 인생을 소중히 여기라'는 교훈은, 18세 관객이든 60대 관객이든 누구에게나 필요한 게 아닐까?

 

 이어지는 기사 ②에서는 나머지 북클럽 멤버들의 이야기와, 영화를 보면서 다소 아쉬웠던 점까지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씨네리와인드 김재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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