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뜨거웠던 시간 ‘검은 여름’

[프리뷰] 두 남자간 미묘한 감정을 그린 퀴어 로맨스 작품

김두원 | 기사입력 2019/06/20 [23:55]

그들의 뜨거웠던 시간 ‘검은 여름’

[프리뷰] 두 남자간 미묘한 감정을 그린 퀴어 로맨스 작품

김두원 | 입력 : 2019/06/20 [23:55]

 

▲ 영화 '검은 여름' 메인 포스터     © 네이버 영화

 

  제 22회 부산국제영화제와 제 7회 서울 프라이드 영화제에 초정된 바 있는 영화 <검은 여름>620일 개봉한다. 이원영 감독의 첫 번째 장편 연출작이기도 한 <검은 여름>은 두 남자간 미묘한 감정을 그린 퀴어 로맨스 작품으로, 상업 영화에서는 많이 접하지 못했던 소재를 다룬다.

 

  대학 조교로 일을 하며, 글을 쓰고 영화를 만드는 지현(우지현 분)은 차기작을 제작하기 위한 배우 오디션에서 후배 건우(이건우 분)를 만난다. 둘은 점차 가까워지며 서로에게 우정 이상의 혼란스러운 감정을 느끼게 되는데, 그러던 중 둘의 관계가 담긴 몰카 동영상이 대학 내에 퍼지면서 위기는 시작된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을 성범죄의 가해자로 내세우는 현실. 영화는 그들에게 닥친 역경에 그들은 어떻게 대처해 가는지 다룬다.

 

  영화 <검은 여름>은 두 남자의 혼란스러운 감정과 둘의 사랑을 둘러싼 사회적 압박을 담아낸다. 그들을 향한 사회적 압박은 육체적, 정신적 폭력을 동반하는 것이다. 사회적 편견과 혐오 속에서 그들은 외로운 싸움을 이어간다. 영화 시놉시스에는바람이 불면 바람개비가 돌아가듯, 우리는 그렇게 서로에게 빠져들었다라는 문구가 있다. 바람개비는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바람이 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돌게 되는 것이다. 지현과 건우의 사랑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은 의도를 가지고 서로를 사랑했기 보다는, 사랑하는 감정을 느끼다 보니 그것이 서로였을 뿐인 것이다.

 

▲ 영화 '검은 여름' 스틸컷     © 네이버 영화

 

 

  연출적으로는 영화는 <검은 여름>이라는 제목처럼 여름을 배경으로 하면서 을 잘 활용하였다. 이원영 감독은 색의 채도를 감정선과 어울어지게 연출하면서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지현의 죽음과 관련된 부분은 채도가 빠져 적적함을 주며, 사랑의 과정에서는 채도를 높여 화면을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그렇다면 영화의 제목이 검은여름인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의 사랑으로 뜨거웠던 여름. 한 때 높았던 채도를 자랑하던 그들의 푸른 여름이 주변의 배척으로 인해 어둠으로 뒤덮여버린 지현과 건우의 상황을 대변하는 것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극 중간중간 롱테이크를 활용한 연출도 <검은 여름>의 특색이다. 롱테이크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은 호불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길게 늘여 주인공들의 모습을 주목하는 것이 그들의 사랑을 그리는데어떤 역할을 하였는지 주목하여 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또한 지현이 남기고 떠난 순서가 뒤죽박죽인 메모를 통해 진행되는 영화의 흐름은 생략이라는 연출 기법으로 기능한다. 이를 통해 적절한 거리를 두며 주인공들을 바라볼 수 있게 해주고, 비어진 중간 이야기들을 관객 나름대로 재해석, 상상해 볼 수 있는 경험의 장을 제공한다.

 

 

  영화의 결론부에 대해 다소 무력함이 있다는 느낌도 충분히 받을 수 있을 것이라 보인다. 보다 희망적인 엔딩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할 수 도 있었겠지만, <검은 여름>은 현실적인 시각에서 사회적 편견을 담아내는 방식을 택한다. 우리 사회가 많이 개방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 퀴어에 대한 편견과 거부감이 잔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검은 여름>은 이를 지적하며 차별과 혐오가 내재된 우리의 현실을 뒤돌아보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퀴어라는 소재로 이들의 사랑을 섬세하게 그려낸 퀴어 로맨스 영화 <검은 여름>620일 개봉, 인디스페이스 등의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검은 여름, 111, 620일 개봉)

 

 

[씨네리와인드 김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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