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악한 종교인의 모습..한국 교회의 위기를 다루다

영화 '로마서 8:37'

김준모 | 기사입력 2019/06/21 [20:45]

추악한 종교인의 모습..한국 교회의 위기를 다루다

영화 '로마서 8:37'

김준모 | 입력 : 2019/06/21 [20:45]

▲ <로마서8:37> 포스터.     © (주)루스이소니도스

 

 

일각에서는 최근 한국 교회가 정체기에 들어섰고 위기라고 말한다. 그들은 이 위기가 교회에서 차츰 눈을 돌리는 청년층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정작 암울한 미래의 원인은 교회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약자·소수자를 배척하고 잘못된 믿음을 강요하는 일부 한국 교회의 모습에 젊은이들은 등을 돌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2017년 개봉한 영화 <로마서 8:37>은 '그러나 이 모든 일에 우리를 사랑하시는 이로 말미암아 우리가 넉넉히 이기느니라'라는 로마서 8장 37절 말씀을 통해 슬픈 한국 교회의 현실을 비판한다.  

 

▲ <로마서 :37> 스틸컷.     © (주)루스이소니도스



전도사 기섭은 자신의 우상이자 아내 누나의 남편인 요섭을 돕기 위해 '부순 교회'의 간사로 들어간다. 전임 목사가 내려오면서 요섭은 후계자가 되지만 그를 둘러싼 성추문 때문에 교회는 분열된다. 기섭이 기억하는 요섭은 선하고 착실하며 누구보다 신앙심이 뜨겁고 순수한 영혼이다. 하지만 요섭을 둘러싼 성추문들이 하나 둘 사실로 드러나면서 기섭은 혼란을 겪게 된다. 

  

성경에서의 교회란 건물이나 장소를 뜻하는 말이 아니다. '불러내어 만나다'라는 뜻을 지닌 에클레시아(Ecclesia)를 번역한 말로 세상에 불러내 하나님께서 말씀으로 만드신 질서에 속하라는 뜻이다. 성경에서 '주님은 모두의 마음 속에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우리는 교회가 아닌 곳에서도, 주일이 아닌 순간에도 주님께 기도를 드린다. 하지만 일부 교회는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목사를 선택 받은 사람으로 둔갑시켜 맹신하고 따르기를 원하기도 한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교회 역시 마찬가지다. 

  

영화를 보며 소름 끼쳤던 두 장면이 있다. 첫 번째는 교회를 떠난 요섭이 기도를 드리고 '주님이 필요로 하니 교회로 돌아가겠다'고 말하는 장면이다. 성경은 '주 예수 그리스도 십자가의 피로 인간이 모든 잘못을 용서받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주님을 믿고 기도를 드리고 진심으로 회개하면 어떠한 죄도 용서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요섭은 기도를 드리고 스스로 자신의 죄를 용서한다. 

  

요섭이 신도들에게 저지른 성폭력은 분명 심각한 범죄다. 하지만 그는 지은 죄에 대한 어떠한 책임도 처벌도 없이, 스스로 주에 의해 용서받을 수 있다고 여긴다. 신을 위해 헌신한 자신이 신에게 용서의 자격을 얻었다고 생각하는 그는 다시 교회로 돌아간다. 

 

▲ <로마서 8:37> 스틸컷.     © (주)루스이소니도스

 

 

두 번째는 요섭의 모든 의혹이 진실로 드러났는 데도, 전임 목사가 임명을 강행하는 장면이다. 전임 목사는 요섭의 잘못을 지적하는 기섭을 무시하고, 집행부에게 요섭을 목사로 임명하라고 강요한다. 부순 교회에서 전임 목사의 호통은 주님의 성경구절보다 강하고 거역할 수 없는 명령으로 여겨진다. 기섭은 허무하게 무너진 피해자들의 저항과 목소리를 보며 좌절한다. 그리고 영화는 이런 기섭의 모습을 '로마서 8장 37절'을 통해 담아낸다. '모든 일에 우리를 사랑하시는 이로 말미암아 넉넉하게 이긴다'는 이 말씀은 결국 현실에서 이뤄지지 않는다. 

  

종교가 사회의 윤리, 질서와 멀어지면 결국 사람들은 종교를 믿지 않는다. 정의를 실현하려 했던 기섭은 '주님의 사랑을 받지' 못해 이기지 못했고, 명백한 성 범죄를 저지른 요섭은 '주님의 사랑을 받아' 승리를 이뤘다. 이게 정말 하나님의 말씀을 따른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

 

영화 속 부순 교회처럼 일부 한국 교회는 정의와 도덕이 아닌, 목사의 이득을 위해 존재하는 것 같다. 이는 부패한 사회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 사회 역시 방향성을 잃은 채 소수 권력층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한 구조로 변하고 있다. <로마서 8:37>이 종교 영화가 아닌 사회고발 영화처럼 보이는 이유다. 

 

▲ <로마서 8:37> 스틸컷.     © (주)루스이소니도스



[씨네리와인드 김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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