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버스턴', 헐리웃 스타일에 담아낸 프랑스 영화의 영혼

[프리뷰] 영화 '갤버스턴' / 7월 4일 개봉 예정

김준모 | 기사입력 2019/06/24 [16:32]

'갤버스턴', 헐리웃 스타일에 담아낸 프랑스 영화의 영혼

[프리뷰] 영화 '갤버스턴' / 7월 4일 개봉 예정

김준모 | 입력 : 2019/06/24 [16:32]

▲ <갤버스턴> 포스터.     © (주)삼백상회



그런 영화들이 있다.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내던 남자가 우연히 한 소녀를 만나게 된다. 소녀는 천사 같은 외형과 달리 남자와 같은 지옥에 맞닿아 있다. 남자는 그런 소녀를 다시 천국으로 보내기 위해 헌신을 다 하고, 소녀는 남자에게 일종의 구원의 의미로 다가온다. <레옹> <버팔로66> <떠나기 전 해야 할 일> <너는 여기에 없었다> 등 많은 작품들이 이런 구성을 택했고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갤버스턴>은 이런 익숙한 이야기 구조이지만, 기존 작품들과는 다른 감상을 전한다. 

 

<숨 막히는> <다이빙-그녀에 빠지다> 등을 통해 연기뿐만 아니라 연출에서도 섬세함을 뽐낸 배우 겸 감독 멜라니 로랑은 그녀의 첫 할리우드 영화인 <갤버스턴>에 대해 "프랑스의 영혼을 담은 미국 영화"라고 말했다. 폭력과 어둠에 찌든 남자가 소녀를 통해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는 미국 영화의 전형성을 유지하되, 그 안에 담긴 감정은 프랑스 영화에서만 느낄 수 있는 짙은 블루(우울)가 있다. 

 

▲ <갤버스턴> 스틸컷.     © (주)삼백상회

 

폭력, 절도, 살인 등을 반복하는 지옥마저 외면한 사나이 로이(벤 포스터)는 어느 날 의사로부터 시한부 판정을 받는다. 절망에 빠진 로이는 보스가 맡긴 임무를 수행하던 중 그 임무가 함정임을 알게 된다. 함정을 빠져 나온 그는 소녀 록키(엘르 패닝)를 만나게 된다. 록키는 천사 같이 아름다운 외모와 마음을 지녔지만 천국에서 외면 받아 지상이란 지옥에 떨어졌다. 록키는 로이라는 구원자를 만났고 그에게 자신의 모든 삶을 걸 듯 동생 티파니(릴리 라인하트)를 데려온다. 

  

되는대로 살아와 망망대해 같던 두 사람의 삶은 서로를 만나면서 또 다른 세상을 보게 된다. 두 사람은 '갤버스턴'을 향하고 이곳에서 새로운 삶을 꿈꾼다. 이 영화는 세 가지 측면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다. 첫 번째는 갤버스턴의 공간성이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이곳은 한때 미국 부호들의 휴양지로 유명했다. 하지만 1900년 4급 허리케인의 강타 후 도시의 기능을 잃어버렸다. 

 

 

영화의 도입부는 허리케인의 상륙으로 집 안의 창문이 흔들리다 깨지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갤버스턴은 아름다운 해변이 인상적이지만 강한 폭풍우로 너무 큰 상처를 입어 회복되지 못하는 도시로, 두 주인공의 인생과 비슷하다. 로이와 록키는 제대로 살아가고 싶지만 그들에게 삶의 낭만은 허락되지 않는다. 소용돌이 같이 살아온 인생이 남긴 상처가 너무 깊게 박혀있기 때문이다. 갤버스턴이란 공간은 이런 두 사람의 삶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두 번째는 로이 역의 벤 포스터와 록키 역의 엘르 패닝이 펼치는 열연이다. 도합 연기 경력 41년인 두 사람은 감독인 멜라니 로랑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캐릭터를 완성시켜 나갔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로이와 록키가 펼치는 감정의 깊이는 꽤나 깊다. 그 깊은 감정 중 가장 인상적인 감정이 삶을 향한 열정이다. 로이와 록키는 비록 불행한 삶을 살고 있더라도 절대 주저앉고 싶어 하지 않는 인물들이다. 

  

두 배우는 그런 절실한 감정을 폭발적이면서도 섬세하게 표현한다. 단순히 감정의 분출에 그치는 게 아니라 두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그 삶의 영향으로 지금 어떤 생각을 지니고 있는지를 표정과 행동을 통해 보여준다. 덕분에 영화는 로이를 중심으로 진행되지만 록키라는 캐릭터에게도 감정을 이입하고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지를 준다. 이런 두 주인공의 감정적인 격화와 울림은 익숙한 이야기를 새롭게 느낄 수 있는 힘을 준다. 

 



세 번째는 깊은 울림이 있는 여운이다. 이 울림은 앞서 멜라니 로랑 감독이 이야기한 '프랑스의 영혼'이 있기에 가능한 감정적 효과라 할 수 있다. <트루 디텍티브>의 각본가로 유명한 닉 피졸라토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을 미국적인 색체만으로 풀어냈다면 익숙한 이야기와 의미 전달에 여운을 느끼기 힘들었을 것이다. 감독은 프랑스 영화가 지닌 깊이 있는 감성을 통해 1%의 특별함을 만들어 냈다. 

  

프랑스 영화의 여운은 영화의 공백과 이 공백을 감정의 공기로 채우는 배우들의 연기에서 비롯된다. 촘촘하게 그물처럼 스토리가 짜인 할리우드 영화에서는 쉽게 느낄 수 없는 이 감정을 담아내기 위해 벤 포스터와 엘르 패닝은 대사가 없는 장면을 감정으로 가득 채운다. 두 배우의 열연은 인생 연기를 선보이며 관객들에게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인상과 지울 수 없는 진한 여운을 남긴다. 

  

<갤버스턴>은 유럽 출신 감독이 어떻게 할리우드에서도 본연의 색을 잃지 않을 수 있는지, 어떻게 할리우드의 스타일에 본인이 지닌 특유의 감성과 섬세함을 접목시킬 수 있는지 보여준 모범적인 영화라 할 수 있다. 여기에 벤 포스터와 엘르 패닝, 두 주연 배우의 폭발적이면서 섬세한 연기는 깊은 여운을 남긴다. 삶이 지닌 블루라는 우울과 구원을 향한 깊은 사랑의 메시지를 담아낸 이 영화는 감정에 있어 강한 힘을 지닌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씨네리와인드 김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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