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제나 성에 살았다', 환상적인 영상미와 불안한 서사가 만났을 때 [BIFAN]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상영작] 영화 '우리는 언제나 성에 살았다' / 7월 11일 개봉 예정

강준혁 | 기사입력 2019/07/04 [10:44]

'우리는 언제나 성에 살았다', 환상적인 영상미와 불안한 서사가 만났을 때 [BIFAN]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상영작] 영화 '우리는 언제나 성에 살았다' / 7월 11일 개봉 예정

강준혁 | 입력 : 2019/07/04 [10:44]

월드 판타스틱 블루섹션 및 711일 개봉 예정 작품 우리는 언제나 성에 살았다

무서울 만큼 차갑지만 또한 아름다운 영상미를 통해 관객들을 압도하는 힘이 강점

긴 호흡 아래 불친절한 전개와 후반부 및 결말은 관객들에게 호불호가 크게 갈릴 듯

 

▲ 영화 '우리는 언제나 성에 살았다' 포스터.     © Daum 영화

 

고딕 호러 장르의 대가 셜리 잭슨의 유작 우리는 언제나 성에 살았다가 출판된 지 57년 만에 영화화 되어 관객들을 찾는다. ‘제비뽑기(The Lottery, 1996)’, ‘힐 하우스의 유령(The Haunting of Hill House, 2018~)’ 등에 이어 셜리 잭슨의 작품이 다시 한 번 영상화 된 것. '마녀'라 불리며 인간의 악의와 불편함을 집요하게 조명하고 독자로 하여금 불쾌함과 공포감을 한껏 치솟게 만드는 데 능했던 그녀의 마지막 소설이 스테이시 패슨 감독의 손에 의해 스크린으로 고스란히 옮겨졌다.

 

영화의 주된 배경은 블랙우드 저택’. 이곳은 6년 전 발생한 저택에서의 일가 살인사건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적이 있다. 설탕 속에 숨겨져 있던 비소로 말미암은 독살 사건에서 살아남아 현재 저택에 살고 있는 이는 메리 캐서린 블랙우드(타이사 파미가 분, 이하 메리캣)’콘스탄스 블랙우드(알렉산드라 다드다리오 분)’ 자매 그리고 정신이상자 줄리안삼촌 셋 뿐. 마을 사람들은 부유하지만 오만하였던 블랙우드 가문에 대한 반감에 더해 살아남은 생존자들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며 혐오감을 숨기지 않는다. 특히 콘스탄스는 쥐를 잡기 위해 비소를 구매했고”, “직접 요리를 하였으며”, “설탕을 좋아하지 않아살인 용의자로 몰렸던 만큼 마을 사람들에게 그야말로 증오의 대상. 결국 비극으로부터 살아남은 이들은 저택 안에 은둔해야 만 하는 비극을 다시 겪게 되고, 일주일에 한 번씩 장을 보러 나가 마을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아야 하는 메리캣은 더욱 힘겨운 나날을 보낸다.

 

서로를 의지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블랙우드 자매. 위태롭지만 평화로운 삶을 이어가던 이들의 일상은 그러나 스스로를 블랙우드 가문의 일원이라 소개하는 찰스(세바스찬 스탠 분)라는 사나이가 등장하며 일그러지게 된다. 죽은 아버지가 현신한 것과 같이 행동하는 찰스에 자매는 혼란을 느끼고, 콘스탄스는 호감을, 메리캣은 두려움을 갖는다. 자매 앞에 놓인 선택지는 두 개다. 찰스를 구원자로 하여 일상에서 탈출할 것인가? 아니면 평소대로의 삶을 그대로 이어나가며 조용한 은둔을 계속할 것인가? 메리캣과 찰스의 반목은 더욱 심해지고, 종래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 영화 '우리는 언제나 성에 살았다' 스틸컷.     © 부천국제영화제

 

극을 이끌어 나가는 배우들 중 단연 눈에 띄는 것은 메리캣 역할을 맡은 타이사 파미가. 우리에게 컨저링 시리즈의 로레인 역으로 유명한 베라 파미가의 동생이자, ‘더 넌의 주인공 아이린 수녀 역을 맡아 떠오르는 호러 계의 신성으로 주목받는 유망한 배우이다. 이미 정상적이라고는 할 수 없는 블랙우드 저택에서 그녀는 극 중 등장인물들 속 광기를 이끌어가는 선두주자를 맡으며, 자매에 대한 일그러진 사랑과 혼란을 훌륭하게 표현해 낸다. 아버지가 가르쳐 준 각종 주문들을 중얼거리며 찰스에 대한 증오를 거리낌 없이 표출하는 그녀의 연기 장면에는 소름이 돋을 정도이니, 직접 확인해 보시길 바란다. 또한 어떠한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으며 상황을 수습하고자 하는 콘스탄스 역할을 맡은 알렉산드라 다드다리오 역시 연기력이 발군. 지난 몇 년간 흥행은 차치하더라도 비평 면에서 좋은 성적을 받지 못했던 영화들에 연거푸 출연하며 고전을 면치 못했던 그녀였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웃음의 종류에 오만가지 감정을 실어 전달하는 데 성공하며 자신이 좋은 배우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증명해 보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리는 언제나 성에 살았다의 가장 큰 장점은 환상적인 영상미와 훌륭한 디테일. 배우들에게 부여된 의상부터 화단과 마을의 풍경, 조명을 비롯한 다양한 미술적 배치가 아름답기 그지없다. 영화는 블랙우드 가족은 계속 이 집에 살았고 그 누구에게도 해를 끼친 적 없다는 메리캣의 으스스한 내레이션으로 시작하여, 2주가 채 되지 않는 짧은 기간에 있어 과거의 시점에서 현재의 상황으로 돌아오는 방식을 통해 차근차근 이야기를 꺼내는 동안 무서울 정도로차갑지만 아름다운 색감을 잃지 않으며 관객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데 성공한다. 지난 2013커피 한잔이 섹스에 미치는 영향을 통해 평단의 아낌없는 찬사를 받았던 스테이시 패슨 감독의 연출력이 여전히 돋보인다. 부족함 없는 그녀의 세련된 연출과 편집은 미스터리 장르의 미덕인 긴장감을 시종일관 잃지 않게 하는 주요한 이유가 되어준다. 원작을 거의 그대로 반영한 것 역시 셜리 잭슨의 팬들에게는 희소식. 주된 플롯이 그대로 사용되었으며, 그 와중에 셜리 잭슨에 대한 존중이 느껴진다. 또한 적재적소에 등장하는 음악의 힘 역시 강점이라 할 수 있다. 한 예로, 콘스탄스에게 존재하는 아버지에 대한 갈망은 찰스에 대한 시선으로, 다시 레코드판에서 흘러나오는 ‘Daddy’s Home(Shep & The Limelites, 1961)’으로 이어진다. 감각적인 미장센을 갈구하며 그에 우선권을 부여하는 사람들에게는 추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 영화 '우리는 언제나 성에 살았다' 스틸컷.     © 부천국제영화제

 

반면 정통 스릴러 장르를 기대하고 영화관을 찾은 관객들은 크게 실망할 수도 있겠다. 앞서 언급했듯이, 본 작품은 동명의 원작을 충실하게 반영하여 소수에 대해 가해지는 다수의 폭력을 배경으로 불안정하고 정상적이지 못한 등장인물들의 심리 상태와 혐오라는 감정에 대한 고발을 주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블랙우드 가문 살인사건은 본 작품에서 도구로 사용될 뿐이지, 의문은 여전할 뿐 해결의 요소로는 다루어지지 않는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본 영화에서 후더닛의 요소는 매우 작을 뿐더러 와이더닛’(범행의 동기) 역시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않는다. 결국 영화가 승부를 걸고자 하는 것은 인간에 대한 증오와 집착의 연계 아래 관객들에게 아주 긴 호흡으로 전달하는 끈적끈적한 공포감이다. 이것은 우리는 언제나 성에 살았다의 서사 진행이 보는 이로 하여금 숨 막히기는 하지만 매우 불친절하게 느껴지고, 예측가능하면서도 불쾌한 느낌을 연거푸 주게 하는 까닭이 된다. 따라서 원작을 읽은 사람에게는 특별한 변주 없이 책을 그대로 읽는 느낌이 들게 하고, 원작을 읽지 않았던 사람에게는 후반부의 전개가 다소 힘을 잃은 듯이 보여 지루함과 동시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할 수 있다.

 

, ‘누구에게 감정을 이입하느냐에 대해서도 시선이 갈릴 수 있다. 당신이 콘스탄스에게 감정을 이입했다면, 그러니까 사회로부터 고립되어 탈출을 갈구하며 각종 스노우볼을 모으는 것으로 자신의 공허함을 채우면서도 남은 이들을 책임지려는 가련한 여인에게 시선을 맞추었다면 이 영화는 단연 최악으로 흐를 수 있다. 반면 본 영화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메리캣에게 감정을 이입했다면, 언니보다는 자유롭지만 어린 나이에 사회로부터의 멸시와 증오를 한껏 받아들이며 속이 문드러져 왔고, 그렇기에 마법과 저주에 의지하며 강박적이고 배타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었던 이 불안한 여인에게 시선을 맞추었다면 이 영화는 적어도 나쁘지는 않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녀 사냥을 연상케 하는 충격적인 결말부는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 본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그 메시지를 어떻게 받아 들이냐에 따라 사람들로 하여금 호불호가 크게 갈릴 수 있겠다.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상영작 우리는 언제나 성에 살았다76CGV소풍 3관(18:00)에 상영을 남겨놓고 있으며, 711일 정식 개봉 예정입니다.

 

[씨네리와인드 강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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