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라미의 꿈, 아웃사이더들의 반란

[프리뷰] 영화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 / 7월 18일 개봉 예정

이지은 | 기사입력 2019/07/08 [10:55]

동그라미의 꿈, 아웃사이더들의 반란

[프리뷰] 영화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 / 7월 18일 개봉 예정

이지은 | 입력 : 2019/07/08 [10:55]

 

▲ 네이버 영화     © 이지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배우 질 를르슈가 프랑스의 국민배우들을 총출동시켜 프랑스의 드림팀을 꾸렸다.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은 제 71회 칸 영화제에 공식 초청 되고 제 44회 세자르영화제 10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는 영광을 안고 관객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마티유 아말릭, 기욤 까네, 브누아 뽀엘부르드, 장 위그 앙글라드, 버지니아 에피라 등 프랑스를 대표하는 배우들이 한 곳에 모여 무적의 아저씨 군단이 탄생했다. 근육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친근한 몸매로 허우적대는 여덟 명의 아저씨들을 보고 있으면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올 수도 있다. 그렇다고 이 영화를 단지 가벼운 코미디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촌구석 작은 수영장에서 범상치 않은 포스를 풍기는 벤저스의 여정이 궁금하다면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을 보러 가자.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그 끝은 창대하리.

 

   요즘 가장 유행하는 말 중에 인싸라는 단어가 있다. 인사이더(insider)의 줄임말로 아웃사이더와는 다르게 무리에 잘 섞여 노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용어이다. 이어 줄줄이 등장하는 핵인싸’, ‘인싸템등 이런 신조어들만 보아도 인사이더에 유독 집착하고 주목하는 요즘 현대의 사회적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다하지만 어디에서나 눈에 잘 띄는 인싸들과 달리 쉽게 끼지 못하고 이리저리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아싸들도 있다. 흔히 우스갯소리로 사회 부적응자라고도 불리는 이들은 사회가 요구하는 보편적인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다른 길을 걷는다는 이유만으로 자주 반항적이고 소외된 이미지를 상상하게 한다. 그렇다면 이들이 주목 받을 가치가 없는 것일까? 그렇다고 하기에는 뒤에서 묵묵하게 조용하지만 아름다운 기적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수영장으로 간 동그라미들, 언더독(Underdog)들의 반란이 시작된다.  

 

▲ 네이버 영화     ©이지은

 

 여기 조금 한심해 보이는 여덟 남자가 있다. 각자 가진 사연도 살아온 인생도 제각각 다르지만 왠지 모르게 동질감이 느껴진다. 2년차 백수로 소파와 일심동체인 베르트랑, 얼굴에 예민함이라고 써 있는 것 같은 까칠남 로랑, 파산 직전의 사장님 미퀴스, 집 없는 로커 시몽 그리고 어린 아이 같은 어른 남자 티에리까지 각기 다른 이유로 이들은 벼랑 끝에 서 있는 것 같이 위태롭다. 영화 속에서 이들은 동그라미와 같은 존재들이다. 네모의 틀 속에 들어가지 못하는 동그라미. 공교롭게도 같은 동네 수영장을 다니고 있던 이들은 2년 차 백수 베트르랑의 합류를 계기로 남자 수중 발레팀을 결성하게 된다. 그리고 곧 세계권 수중발레 대회에 프랑스팀으로 참가하겠다는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를 세우더니 온갖 구박이란 구박은 다 받으면서 웃픈 훈련을 시작한다. 힘들어 죽겠다며 코치를 욕하면서도 누구 하나 포기하는 사람은 없다. 극한의 훈련에서 흘린 땀과 눈물은 결국 반짝이는 금메달이 되어 돌아온다.

 

▲ 네이버 영화     ©이지은

 

 사실 뻔하다면 뻔하다고 말할 수도 있는 스토리이지만 이 영화는 진부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남자들이 수중발레를 한다는 색다른 컨셉은 신선했고 이렇게 특이한 컨셉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의 진심 어린 공감을 불러 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관객들이 중년의 프랑스 아저씨들에게 공감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우리 모두가 어떤 면에서는 그들과 같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나 안개가 자욱한 삶의 기로에 가로막혀 실패를 맛보고 방황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우스꽝스러울지언정 그들의 꿈의 공감할 수 있는 것이다. 금메달을 목에 걸고 집으로 가는 길 갑자기 멈추어 서서 온 몸으로 승리를 자축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 전율이 느껴진다. 사회에서 소외된 여덟 명의 사람들이 함께 모이고 성장하여 결국 하나가 되는 모습은 관객들에게 희망과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은 개인주의가 만연해진 오늘날의 사회에서 우리가 잊고 있었던 공동체적인 것의 따뜻함을 느끼게 해 준다. 성공을 쫓는 경쟁이 심해질수록 낙오자가 많아지고 소통이 활발해질수록 소외되는 개인이 늘어난다. 이처럼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에 미달해서, 타인에게 인정받지 못해서, 소통의 부재로 인해 고립되어서 또 그 이외의 다양한 이유들로 사람들은 동그라미로 살아간다. ‘프랑스 팀의 여덟 남자도 당연시된 무관심에 전염된 사회 속에서 은근한 권태감, 그리고 잠재적인 우울증을 가지고 살아가는 개인들 중 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모여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가진 공동체를 이뤄내고 결국 동그라미들은 네모의 틀에 들어갈 수 있게 된다. 그렇게 여덟 남자들은 동그라미의 역설을 꼬집고 그 속에서 우리가 잊고 지내던 도전 정신과 의지 그리고 노력의 힘을 보여준다.

 

▲ 네이버 영화  (기욤 까네)   © 이지은

 

  를르슈 감독은 <나르코> <플레이어스> 이후에 처음으로 단독 연출 프로젝트를 시작한 만큼 영화 속 캐릭터의 변화 과정을 개발하는데 일년에 가까운 시간을 할애하고 캐스팅 과정에도 공을 들였다고 한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뮌헨>(2005)으로 전세계에 얼굴을 알린 베르트랑역의 마티유 아말릭은 베테랑 배우로써 노련하고 자연스러운 백수 연기를 선보였고 로랑역의 기욤 까네’는 자칫 비호감으로 보일 수도 있는 캐릭터를 균형감 있게 연기해냈다. 영화 속에서 여성 캐릭터들의 존재감 또한 무시할 수 없다. ‘프랑스팀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훌륭한 여성 코치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칫 남성 중심적으로 보여질 수 있는 이야기에 여성 캐릭터들이 더해져 더 다채로운 스토리가 형성되었다. 캐릭터들이 모두 80년대에 자랐기 때문에 80년대 음악들로 영화를 가득 채운 것에서도 감독의 센스를 느낄 수 있다. 티어스 포 피어, 이메지네이션, 필 콜린스 등의 80년대 음악은 캐릭터들의 감정 변화를 잘 나타내 준다. 특히 "Tears For Fears"의 "Everybody wants to rule the world"의 경쾌한 음악 소리가 영화가 끝난 지금도 귓가에 맴돈다.

 

▲ 네이버 영화     ©이지은

 

 어쩌면 동그라미는 네모가 닳고 닳아 동그라미가 된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그렇다고 동그라미가 꼭 네모의 틀에 들어갈 필요는 없다. 이 세상 모든 동그라미가 네모의 틀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날까지 모든 동그라미들의 꿈을 응원한다.


[씨네리와인드 이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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