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극의 소재로 수작(秀作)을 만들어 내다

[프리뷰]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 신작 <누구나 아는 비밀>

안지영 | 기사입력 2019/07/22 [13:03]

막장극의 소재로 수작(秀作)을 만들어 내다

[프리뷰]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 신작 <누구나 아는 비밀>

안지영 | 입력 : 2019/07/22 [13:03]

※주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 스틸컷     © 네이버 영화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이 ‘가족 미스터리’로 관객들을 찾는다. 신작 <누구나 아는 비밀>은 예상치 못한 사건에 의해 공동체의 이면이 드러나는 이야기이다. 고향에서 열린 결혼식 파티에서 라우라(페넬로페 쿠르즈 분)의 딸이 갑자기 사라지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라우라의 딸을 찾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던 중 가족은 점점 서로를 의심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과거의 비밀이 드러나게 된다는 줄거리이다.

 

각종 매체와 평론가들이 <누구나 아는 비밀>을 ‘기대작’으로 언급하고 있다. 이는 감독의 전작 때문일 것이다.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은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2011)>,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 (2013)>, <세일즈맨 (2017)>으로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영화상을 2회 수상하고 베를린영화제, 골든글로브 시상식 등 각종 영화제를 휩쓸며 영화계에 반향을 일으켜왔다. <누구나 아는 비밀> 역시 제72회 칸 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되고 미국의 유명 잡지인 엔터테인먼트 위클리(Entertainment Weekly)에서 ‘2019 올해의 TOP10 영화’로 선정되며 그의 전작을 뒤이을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배우진과 영상미도 관심의 또 다른 이유다. 이번 작품에는 배우 커플인 페넬로페 크루즈와 하비에르 바르뎀이 완벽한 연기 궁합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되며 전 세계 씨네필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또한, 현지의 뛰어난 제작팀이 스크린에 담아낸 스페인의 풍경은 관객들이 이국적인 매력을 느끼게 할 것이라는 평가가 있다.

 

 

▲ 스틸컷     © 네이버영화


수많은 평론을 미리 읽고 기대감이 높아졌던 탓인지 영화는 필자를 완전히 만족시키지 못했다. 통속적인 결말과 이로 인한 긴장감의 약화 때문이다. <누구나 아는 비밀>은 중심 사건이 납치임에도 불구하고 범죄 영화가 아니라 미스터리 영화를 표방하고 있다. 즉, 범죄의 과정이나 범인을 추격하는 장면보다는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면서 조성되는 긴장감에 주력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숨겨진 사실은 결국 출생의 비밀이었다. 라우라의 딸인 이레네의 친부는 라우라의 옛 연인인 파코라는 것이다. 이를 짐작하고 있던 가족 구성원 중 한 명이 파코에게 돈을 받아내기 위해 납치극을 꾸민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영화 곳곳의 암시나 배우들의 연기로부터 이를 눈치챌 수 있었고, 이때부터 긴장감이 줄어들었다. 예상대로 흘러가는 영화의 후반부에서 필자는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누구나 아는 비밀>이 좋은 영화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세련되고 치밀한 연출과 주제에 담긴 철학이 그 이유다. 감독은 공시(共時)적인 관점과 통시(通時)적인 관점에서 공동체의 이면을 파헤친다. 라우라의 가족과 그들이 속해 있는 마을은 정겨운 공간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실 이 작은 공동체는 균열로 가득 차 있다. 라우라의 가족은 서로 비밀을 가지고 있으며, 마을 사람들은 금전적인 문제로 이들에게 불만을 지니고 있었다. 감독은 이를 이야기하기 위해 라우라의 가족이 마을로 떠들썩하게 들어올 때 이를 바라보는 이웃들의 무표정한 얼굴을 대비한다. 떠들썩하던 분위기가 무색하게 사건 이후부터 서로를 의심하는 라우라 가족의 모습 역시 공동체가 지니는 양면성에 대한 은유일 것이다. 한편, 영화에는 공동체 내의 균열은 시간에 의해 축적된 것이라는 메시지도 있다. 과거에 있었던 라우라의 할아버지와 마을 사람들 간의 문제는 현재의 적개심으로 이어졌으며, 가족 간에 존재하는 비밀은 또 다른 비밀을 낳는다는 것이다. 오프닝에서 보이는 시계와 시계추의 이미지나 범인이 누구인지 알아챈 라우라의 엄마가 이를 라우라의 형부에게만 은밀히 말하는 듯한 연출은 이러한 철학적 문제를 시사한다.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의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평범한 소재를 평범하지 않게 풀어내기 때문인 것 같다. 출생의 비밀이라는 흔한 소재를 중심으로 삼은 것은 아쉬웠지만 이를 가족 간의 납치극이나 모두가 알고 있지만 모른 척하는 ‘비밀’로 변주한 것은 신선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과거의 문제가 현재로 이어진다는 철학적 메시지를 담은 것이나 가족 내의 분열을 공동체 내의 분열로 확장해서 보여준 것 또한 영리했다. 누구나 이용하는 소재를 누구나 할 수 없는 연출로 보여준 것이다. 

 

 

▲ 포스터     © 네이버 영화


<누구나 아는 비밀>은 오는 8월 1일에 개봉한다. 

 

[씨네리와인드 안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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