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청년 영화학도가 친구의 자살 후에 깨달은 사실 [Newtro]

2019 뉴트로시네마 기획전 상영예정작, '파리 에듀케이션'

김준모 | 기사입력 2019/07/25 [13:55]

프랑스의 청년 영화학도가 친구의 자살 후에 깨달은 사실 [Newtro]

2019 뉴트로시네마 기획전 상영예정작, '파리 에듀케이션'

김준모 | 입력 : 2019/07/25 [13:55]

▲ <파리 에듀케이션> 포스터.     © 찬란

 

'영화 학도들의 영화'에 관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파리 에듀케이션>은 어렵거나 딱딱한, 지나친 예술적인 지식을 요구하는 영화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2시간이 넘어가는 러닝타임과 방대한 양의 대사가 고지식하고 사상적인 문제를 담아내는 전형적인 프랑스 영화를 떠올리게 만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영화는 대학생활은 물론 어떠한 집단에 들어갔을 때 흔히 겪는 감정과 성장의 문제를 공감되게 담아낸 작품이다. 

  

극 중 보르도에 사는 청년 에티엔은 영화감독이 꿈이다. 그는 파리 8대학에 합격하고 꿈을 이루기 위해 잠시 여자친구와 이별한다. 모든 일상의 행복을 잠시 접어둔 채 오직 미래를 위해 파리로 온 에티엔. 그는 대학 생활에 흥미를 느낀다. 자신과 관심사가 같은 친구들, 교수의 전문적인 수업, 꿈에 한 발짝 가까워졌다는 생각에 점점 빠져 들어간다. 하지만 이론이 실제가 되고, 실체라 여겼던 모든 순간들이 허상이란 걸 알게 된 순간 그는 혼란을 겪게 된다. 

   

이론과 현실에서 오는 괴리감

 

▲ <파리 에듀케이션> 스틸컷.     © 찬란



친구들과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때 에티엔은 자신이 지식인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진다. 파리 8대학의 학생들은 여느 예술가가 그러하듯 허세 섞인 말투와 빈약한 근거와 논리를 갖추고 있지만 신선하고 저돌적인 생각과 사상으로 자신을 포장한다. 영화를 좋아하는 만큼 이론적으로 철저하고 외형에서부터 진지함이 묻어나는 그는 학교 내에서 인정받는 학생이다. 이런 그의 허세는 고향을 방문해 여자친구와 나누는 대화에서 느껴진다.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고 수준 높은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다는 자신감이 그에게는 넘쳐흐른다. 

  

하지만 카메라를 든 순간부터 그는 좌절을 겪게 된다. 머릿속 이론은 카메라 안이라는 실전을 따라가지 못한다. 배움에는 이론적인 이해와 실전적인 차이 사이의 괴리가 존재할 때가 있다. 머리로는 완벽하게 알아도 실제로 시행해 보면 뜻대로 이뤄지지 않는 괴리감이 누구에게나 오기 마련이다. 에티엔에게 이 순간이 더 좌절감을 느끼게 만드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그의 꿈, 두 번째는 그가 주변 사람들과 맺고 있는 관계다. 

 

▲ <파리 에듀케이션> 스틸컷.     © 찬란



에티엔은 점점 멀어지는 여자친구와의 관계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다. 보르도에 살던 시절 그는 영화에 대한 꿈과 열망은 강했으나 새로운 지식과 환경에 대한 동경만을 품고 있었다. 그 동경이 현실이 된 순간 그는 교만과 허세라는 옷을 입게 된다. 하지만 이 차림에 어울리지 않는, 영화촬영에 들어간 순간 발거벗겨진 자신의 형편없는 모습은 바뀌어 버린 자신의 모습에 대한 배신으로 다가온다. 

  

이런 좌절과 배신감은 관계에 틈을 만든다. 이론 단계에서 학생들은 서로의 상상과 생각을 자유롭게 주고받는다. 이 순간이 가능했던 이유는 실체가 없기 때문이다. 생각은 형태가 없고 궤변을 통해 논리적 모순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구멍이 많은 반면 자신이 만든 영화라는 명확한 대상이 존재한다. 에티엔은 친구들 사이의 우정 역시 이 이론과 실전 사이의 관계와 같다는 걸 알게 된다. 

  

노엘은 자신의 아버지의 죽음을 에티엔에게 말하며 '넌 내 가장 친한 친구니까'라는 말을 한다. 하지만 노엘은 성공 후 에티엔과 절교한다. 반면 에티엔이 힘들 때도 곁에 있어주며 영원히 함께할 것이라 여겼던 친구 마티아스는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에티엔은 마티아스가 왜 자살했는지 알지 못한다.

 

그 순간 그는 알게 된다. 우정이란 감정은 이론과 같다는 걸. 입으로 내뱉고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우정이 이론이라면 증명되는 행동은 영화와 같은 실전이다. 마티아스가 아무런 말없이 생을 마감하면서 에티엔은 이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흑백의 화면에 수많은 대사를 통해 철학적인 질문 던지는 작품 

 

▲ <파리 에듀케이션> 스틸컷.     © 찬란



어느 집단이나 머리로 익히는 집단의 내규와 몸으로 체험하는 분위기와 결과는 다르기 마련이다. 영화에 관한 학문과 지식이 이론이라면 촬영현장과 시퀀스가 연결되어 완성된 영화는 실전이다. 작품은 영화 학도의 모습을 통해 이런 사회와 집단 안에서의 도전과 성장, 그리고 좌절을 담아낸다. <파리 에듀케이션>은 어떤 순간을 통한 현상을 보여주기보다는 현상의 연결을 통해 삶 자체를 담아낸다. 

  

열망은 도전을 부르고 도전은 도입의 순간 감격과 환희, 그리고 교만과 허세를 낳는다. 그 순간이 지나가면 좌절과 고통의 순간이 오고 결국 타협을 하게 된다. 이 작품은 우정과 영화라는 두 가지 소재를 적절하게 배합시키며 이런 삶의 순간을 지적하면서도 감성적으로 담아내는 세련된 느낌을 선사한다. 흑백의 화면에 수많은 대사를 통해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는 이 작품은 예술을 통해 삶을 관조하는 영화라 할 수 있다.

 

[씨네리와인드 김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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