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영화 '파닥파닥', 아쉬운 마케팅에 가려진 수작

김준모 | 기사입력 2019/07/29 [12:35]

애니메이션 영화 '파닥파닥', 아쉬운 마케팅에 가려진 수작

김준모 | 입력 : 2019/07/29 [12:35]

▲ <파닥파닥> 스틸컷.     © 인디스토리 , CJ 엔터테인먼트



지난 2012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 <파닥파닥>은 잘못된 홍보방식 때문에 빛을 보지 못한 영화다. 앞서 성인들을 위한 잔혹 동화이자 수작으로 손꼽히는 영화 <판의 미로-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는 어린이를 위한 판타지 영화로 둔갑했다가 흥행에 실패해 많은 영화 팬들의 아쉬움을 샀다. 

 

<파닥파닥> 역시 비슷한 사례로 보인다. 포스터만 보면 마치 밝은 어드벤처 영화처럼 느껴진다. '고등어의 횟집 탈출이 시작된다'는 홍보 문구 역시 어린이를 위한 좌충우돌 물고기의 횟집 탈출 모험기를 표현한 느낌이다. 영화의 진가를 담아내지 못한 마케팅 때문에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한 것이다. 실제로 <파닥파닥>은 관객수 1만 3천여 명을 기록하며 흥행에 실패했다.

 

이는 애니메이션은 어린이 관객을 타기팅 해야 한다는 편견 때문이 아닐까. <파닥파닥>은 어린 아이들이 보기에는 다소 잔인하고 무거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횟집 수조 속 물고기들을 통해 인생사를 담아낸 이 작품은 포스터와 마케팅을 걷어내고 보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수작이다.   

 

▲ <파닥파닥> 스틸컷.     © 인디스토리 , CJ 엔터테인먼트



바다 근처의 한 횟집 수족관. 이곳의 물고기들은 대부분이 양식장 출신이다. 탄생부터 누군가의 배를 채우기 위해 희생당해야 하는 운명을 타고난 이들 앞에 바다 출신의 고등어 '파닥파닥'이 나타난다. 수조에 몸을 부딪치며 필사의 탈출을 감행하는 파닥파닥을 다른 물고기들은 비웃는다. 그들은 횟집 주인이 올 때면 배를 위로 올려 마치 기운이 없는 듯한 모습으로 자신들을 보호하는 게 생존을 위한 유일한 법칙이다. 

  

평균 생존일이 4일 안팎인 이곳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은 이는 올드 넙치다. 바다 출신의 올드 넙치는 횟집 수조 아래에 숨어 살아가고 퀴즈를 내 우승자와 벌칙자를 정해 우승자에게 벌칙자의 꼬리 일부를 먹게 하는 잔혹한 행동을 하는 수조 안의 지배자다. 파닥파닥은 수조 안에서의 생존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올드 넙치에 대항해 수조를 탈출해 다 함께 바다로 나가자는 혁명을 이야기한다. 

 

▲ <파닥파닥> 스틸컷.     © 인디스토리 , CJ 엔터테인먼트



작품은 좁은 어항 속 다양한 물고기 캐릭터를 통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여러 인간 군상을 담아낸다. 개미는 좁은 시야를 지니고 있어서 눈앞에 놓인 길이 평지인지, 언덕길인지, 아니면 낭떠러지인지 알지 못한 채 앞으로 나아간다고 한다. 우리의 삶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 내가 가는 길이 어떤 길인지 알지 못한 채 우리는 그저 앞으로 나아가고 있을 때도 많다. 

  

사실 새와 같은 넓은 시야를 지닌다 하더라도 현실은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다. 더 넓고 높게 바라볼수록 현실과의 괴리감만 커질 뿐이다. 수조 속 물고기들의 대장인 올드 넙치 역시 마찬가지다. 한때 사랑하는 이가 있었고 그 존재 덕분에 바다라는 넓은 세상을 바라보았지만 수조 속의 현실이 오직 죽음뿐이라는 걸 알게 된 후에는 극단적으로 생존만을 위해 살아가는 존재로 변모한다. 

  

병들고 나약한 물고기를 도와주기 보다는 먹이로 삼고, 자신을 비롯한 다른 물고기들의 생존을 위한 도구로만 이용하는 올드 넙치는 분명 잔혹하고 냉정하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생존 경쟁이 최우선의 가치인 수조라는 공간에는 적합한 리더라고도 할 수 있다. 반면 '파닥파닥'은 투철한 저항정신을 지닌 이상주의자다. 억압과 고통의 공간이 아닌 바다라는 자유를 경험한 만큼 바다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다. 

  

파닥파닥은 올드 넙치의 방식이 결국 의미 없는 시간의 연속이라는 걸 다른 물고기들에게 인식시키는 건 물론 운명이란 정해진 게 아닌 개척해야 되는 것, 누구에게나 자유를 향한 갈망이 있다는 점을 인식시킨다. 작품은 이런 혁명적인 사고방식을 통해 이상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희망과 이상을 담아내지만 이를 빛나게 만들기 위해 두 가지 장면을 통해 현실적인 문제를 더욱 잔혹하게 보여준다. 

 

▲ <파닥파닥> 스틸컷.     © 인디스토리 , CJ 엔터테인먼트



첫째는 올드 넙치가 횟집 부엌에서 동료 물고기들의 죽음을 바라보며 공포에 떠는 장면이다. 생체로 머리가 잘리고 몸이 분해되며 매운탕에 들어가 몸이 익어가는 동료들의 모습에 올드 넙치는 머리로만 인식했던 공포의 실체를 마주하게 된다. 특히 밝게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인간들 사이에서 입을 움직여 살려 달라 말하는 회가 되어버린 물고기의 머리는 극한의 공포와 잔혹함을 느끼게 만든다. 

  

이 장면은 식용으로 소비될 운명을 지닌 물고기의 잔혹함을 더욱 부각시키기도 하지만, 어찌 보면 현대사회에서 소모품처럼 소비되는 인간의 모습을 조명하는 것 같기도 하다. 누구나 노력을 말하고 때로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공부하고 일해야만 성공한다고 말하지만, 그렇게 소모되는 모습은 사실 외면하고 싶은 현실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이러한 모습을 '인간승리'라며 감동적인 것처럼 포장한다. 맛있는 요리처럼 보이지만 사실 횟감이 되어 고통 받는 수조 속 물고기들의 모습 역시 사회가 지닌 두려움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둘째는 관상용 물고기들이 있는 수조에 들어가게 된 파닥파닥의 모습이다. 탈출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던 파닥파닥은 기절하고, 물고기를 감상하던 소년은 장난으로 파닥파닥을 관상용 물고기들이 있는 횟집 안 수조에 집어넣는다. 눈을 뜬 파닥파닥은 배고픔 때문에 이성을 잃어버리고 관상용 물고기들을 잔인하게 먹어치우기 시작한다. 이 장면은 영화의 주인공으로서 관객이 응원했던 '파닥파닥'이라는 캐릭터가 지닌 속성을 완전히 바꾸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사회는 영화나 드라마 속 세상과는 다르다. 선인이나 약자는 항상 올바르고 악인이나 부자는 매번 악행을 반복하는 일관된 캐릭터성을 지니지 않는다. 구조 속에서 상황의 변화를 겪게 되고 자신의 신념이나 이상과는 다른 반응을 할 때도 있다. 파닥파닥은 앞서 다른 물고기들의 꼬리를 뜯거나 죽은 동료를 먹는 올드 넙치의 방식에 반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그는 약자인 관상용 물고기와 마주한 순간 배고픔을 이기지 못하고 살아있는 물고기를 잡아먹는, 작품 속에서 가장 잔혹한 행동을 보여준다. 

 

▲ <파닥파닥> 스틸컷.     © 인디스토리 , CJ 엔터테인먼트



<파닥파닥>은 수조라는 공간 속 물고기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담아낸다. 성공과 행복에 가려진 고통과 절망, 누구나 선인이 될 수 있지만 또 언제든 악인이 될 수 있는 모습을 잔인하고 노골적으로 스크린에 담아낸다. <파닥파닥>이 품은 주제의식과 보여주고자 하는 방향성은 한국 애니메이션계에 길이 남을 만큼 의미가 깊다. 그렇기에 이 좋은 작품을 성공적으로 홍보하지 못한 점은 더욱 아쉽다. 

  

<파닥파닥>은 한국 애니메이션이 아동의 전유물에서 벗어나 전 연령층을 아우를 수 있는 주제의식과 표현을 갖출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현재 한국 애니메이션은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지만 유독 스크린 앞에서는 아쉬움을 남긴다. 좋은 작품이 더 힘을 받을 수 있는, 더 많은 이들에게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홍보마케팅이 필요할 때다.

 

[씨네리와인드 김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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