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씽 인 더 워터', 수면 아래 담긴 욕망과 악을 들춰내다

김준모 | 기사입력 2019/07/29 [16:49]

'썸씽 인 더 워터', 수면 아래 담긴 욕망과 악을 들춰내다

김준모 | 입력 : 2019/07/29 [16:49]

▲ <썸씽 인 더 워터> 표지.     © 아르테



한 여자가 무덤을 판다. 그녀는 육체적인 고통과 심리적인 압박감, 지금 자신 곁에 있는 시체를 바라보고 있는 혼란스런 감정을 상세하게 서술한다. 그녀는 무덤을 다 파고 시체를 그 안에 묻으며 생각한다.

 

'이제 죽은 지 3시간 30분 된 시체가 저 아래 놓여 있다. 저 몸은 아직 따뜻할까? 내 남편. 만져보면 여전히 따뜻하겠지.'

 

그리고 시간은 약 세 달 전으로 이동한다. 그곳에는 서로를 향한 뜨거운 사랑과 애정을 보여주는 마크와 에린 커플이 있다.

 

<썸씽 인 더 워터>가 지닌 미스터리의 힘은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남편을 너무나 사랑하는 저 아내는 왜 남편의 시체를 묻은 걸까, 남편을 죽은 건 그녀일까, 맞다면 왜 남편을 죽인 걸까라는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이런 의문은 마크와 에린이 신혼여행을 떠나기 전 그들 사이의 관계가 지닌 묘한 드라마를 집중해서 보는 힘을 유도한다.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어린 시절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가 중동으로 떠나 재혼하며 가족을 잃은 에린과 영국 금융위기 속에서 살아남았지만 주변 동료들의 몰락을 바라보며 마음에 불안을 간직한 마크는 겉으로는 남 부러울 거 없는 완벽한 커플이지만 서로의 밝은 면만 바라보고 내면의 아픔에 대해서는 털어놓거나 어루만져주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두 사람은 보라보라 섬으로 신혼여행을 떠나고 스쿠버다이빙을 위해 배를 빌린다.

 

섬에서 떨어진 바다 위에서 그들은 물 위에 흩어진 종이를 발견한다. 그 종이 옆에 놓인 의문의 가방을 호텔로 가져온 두 사람은 그 안에 담긴 내용물에 불안과 환희를 동시에 경험한다. 셀 수 없이 많은 지폐와 다이아몬드는 환희를, 정체를 알 수 없는 USB와 권총은 불안을 가져온다. 부부는 고민 끝에 불안을 품고 환희를 행복으로 이어가고자 한다. 평범한 두 사람이 악인이 되어가는 과정을 에린의 시점에서 상세한 심리묘사로 풀어낸 이 작품은 세 명의 인물을 통해 심리 스릴러가 주는 묘한 긴장감을 강화시킨다.

 

이 세 인물은 에린이 다큐멘터리 촬영을 위해 인터뷰하는 이들로 모두 감옥에 복역 중이며 조만간 출소를 앞둔 이들이다. 이들은 에린이 겪고 있는 현실과 연관된 인물들로 그녀의 심리를 확장시키는 역할을 한다. 홀리는 호기심과 모험으로 가득한 에린의 내면을 보여준다. 그녀는 버스에 불을 지르는 과격한 시위로 징역형을 살게 되었다. 그 행위는 호기심과 모험이 지닌 과격함과 신중치 못한 행동이었다.

 

이는 에린 역시 마찬가지다. 그녀는 자신들이 찾은 돈과 다이아몬드가 누구의 것인지 궁금증을 지니게 되고 그 주인의 정체를 알고 싶다는 호기심에 위험한 모험을 강행한다. 이런 그녀의 성향은 마크에게 고민을 안겨주며 스스로를 위험에 몰아넣기도 한다. 알렉사는 어머니의 안락사를 도왔다는 이유로 실형을 선고받은 인물이다. 그녀는 40살이 넘은 나이에도 출소 후 아이를 가지고 싶어 한다.

 

가족을 향한 열망과 사랑을 보여주는 알렉사의 캐릭터는 에린이 마크 그리고 그와 그녀가 만든 가정에 대한 깊은 애정과 연결된다. 에린은 어머니의 죽음으로 가정이 붕괴된 아픔을 품고 있고 이런 아픔은 마크에게 더욱 강한 애착을 가지게 만든다. 에린이 많은 돈을 가지게 되어도, 그 돈을 지니고 도망칠 기회가 몇 번이나 있었음에도 마크를 떠나지 않는 이유는 이런 아픈 가정사 때문에 이루어진 가정을 향한 열망에 있다.

 

에린이 정체를 알 수 없는 돈을 갖는 범죄를 결심한 이유 역시 가정을 지키기 위한 마음에서 비롯된다. 실직 후 돈 문제에 지나치게 민감해지면서 그녀가 사랑했던 모습을 잃어가는 마크 때문에 원하는 가정을 이루지 못할 것이라 여겼던 그녀의 불안은 범죄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향하는 원동력이 된다. 에디는 유명한 갱단 두목으로 수많은 범죄 기록에도 불구 증거를 남기지 않아 죄질에 비해 가벼운 형을 선고받은 이다.

 

에디는 양면성을 지닌다. 그는 잔인하고 악랄한 범죄자지만 동시에 매력적이고 친절하고 자상한 면모를 지니고 있다. 이는 에린과 마크 역시 마찬가지다. 두 사람은 젊고 매력적이며 주변 사람들에게 다정하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 앞에 놓인 거액의 돈과 보석에 눈이 멀어 스스로를 악에 물들인다. 에린이 에디에게 매력을 느끼고 그가 위험한 인물이란 걸 알지만 자신의 진심을 드러내는 이유는 범죄자임에도 딸을 사랑하는 그의 애정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유대감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어바웃 타임>, <다운튼 애비>의 배우 캐서린 스테드먼은 그녀의 첫 데뷔작부터 몰입도 높은 미스터리와 섬세한 심리묘사를 통한 스릴감을 선보이며 매혹적이고도 속도감 있는 이야기를 완성시켰다. <썸씽 인 더 워터>는 '음악이 끝나도 춤을 멈추지 못하는 느낌, 그게 바로 무덤을 팔 때의 기분이다.'라는 작품 속 문구처럼 이야기가 끝나도 멈추지 않는 여운과 오싹함을 통해 책장을 덮는 아쉬움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씨네리와인드 김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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