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글라스를 끼면 부조리한 이면의 세계가 보인다, ‘화성인 지구정복’

화성인 지구정복 ('They Live' 1988)

오승재 | 기사입력 2019/07/30 [17:05]

선글라스를 끼면 부조리한 이면의 세계가 보인다, ‘화성인 지구정복’

화성인 지구정복 ('They Live' 1988)

오승재 | 입력 : 2019/07/30 [17:05]

 

▲ 영화 '화성인 지구정복'     © 유니버설 픽처스

 

 

현대사회는 자본주의의 팽배로 사회 중심축이 자본이 되었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가 돈으로 자리 잡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본으로 철저하게 서열이 나뉜다. 상류층은 모든 부를 독점하며 호화로운 생활을 영위하는 한편 생산수단을 소유하지 않은 빈민층은 가난을 탈피하기 불가능할 정도의 소득 불평등이 초래되었다. 기득권층은 돈과 권력을 토대로 부를 획득, 유지하기 위한 법과 규율을 작위적으로 생산한다. 이때 계급 재생산의 3가지 형태인 경제자본, 사회자본, 문화자본을 바탕으로 부의 양극화와 부조리가 합리화된다. 현금과 부동산을 의미하는 경제자본을 통해 1차적으로 계급이 나뉘게 되면 경제자본에 따라 그들이 마주하고 상호 교류하는 대상도 구별된다. 경제자본이 유사한 사람들과 인맥,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된다. 이로 인해 자본, 정보의 비대칭성은 더욱이 심화된다. 그리고 문화자본은 기존의 계급사회를 정당화시키고 계급재생산에 기여한다. 경제자본을 가진 자가 특권을 누려야 하는 가에 대한 근본적 의문과 불만을 억압하는 데에 가장 주요한 도구가 된다. 특히 대중매체는 선택적 여과를 통해 특정 모습을 부각하는 한편 이외의 모습은 배제한다. 이때 자본이 곧 권력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보유통을 상류층이 독점하게 되었고 대중매체가 정보의 객관성, 다양성을 보장하기보다 자본의 논리로 귀결되며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하였다.

 

TV 속 연예인이 착용하고 있는 고가의 제품과 라이프스타일은 자연스레 대중들의 취향과 가치관이 된다. 연예인이 착용한 제품을 가진 자는 우월감을 느끼는 반면 그들의 생활양식을 쫒지 못하는 자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 , 자본으로 계급이 매기는 허황된 가치가 주입되고 있다. 자본주의의 가치관이 사회를 지배하게 되며 중산층, 빈민계층에게 상징적 폭력이 행해진다. 상징폭력은 지배층이 만든 문화를 피지배층에게 강제적으로 주입하는 것인데 이는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사회제도, 사회계급에 따른 취향 및 교육방식으로 실현되며 피지배층은 상징폭력을 인식하지 못한 채 무의식적으로 복종하게 된다.

 

영화 '화성인 지구정복'은 1981년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로널드 레이건(Ronald Reagan)이 펼친 신자유주의정책인 레이거노믹스(Reaganomics)로 스테그플레이션을 벗어나 호황을 맞이한 긍정적 상황으로 간주되던 당시 상황의 이면에 낙수효과를 위해 행해진 고소득자들에 대한 감세가 극심한 양극화라는 경제사회적 후유증을 초래하였음을 비판하고 있다. 특히 부유층이 부를 독점하는 빈부격차의 심화로 인해 착취의 주체는 사회적으로 좋은 평판과 부를 누리는 반면 부조리의 대상은 정당한 대우 없이 본인의 노동력을 착취당하며 복지와 환경예산 감축으로 인해 사회적 안전망을 상실하게 되었다. 하지만 빈민층은 선전매체를 동해 피지배층들에 상류층의 가치와 논리를 체화하여 본인들이 착취를 당하는 지도 모른 채 현재 삶에 만족하며 살아간다. 탄광노동자인 주인공 나다(로디 파이퍼)는 자각의 도구 선글라스를 통해 당대사회의 모순을 직시하며 개혁의 주체가 된다.

 

 

선글라스 착용 시 보이는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과 계급사회

 

 

▲ 선글라스를 착용하여 자본주의의 이면을 보게 되는 주인공 나다     © 유니버설 픽처스

 

 

일자리를 찾아 아메리칸 드림의 성지 LA로 이주한 주인공의 시각에는 근대화의 상징인 고층빌딩과 복잡한 교통이 눈에 띤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많은 기회를 보장하는 것으로 저명한 도시인 LA의 이면에는 숨겨진 모순과 빈곤이 자리 잡고 있었다. 레이건 미국 대통령은 소득세 삭감을 통해 투자공제와 감사삭감비용을 허용하여 기업에 더 많은 자유를 부여하여 투자를 활성화했다. 하지만 오로지 상류층에게만 혜택이 돌아가고 있었으며 부의 순환을 추구하는 낙수효과도 상류층이 모든 부를 독점하게 되어 양극화는 극심해졌다. 게다가 긴축재정으로 인한 금리인상 및 동결로 재정적 기반이 갖춰져 있지 않았던 중소기업 특히 제조업이 위축되었다. 공산품은 일본제품에 완전히 대체되었고 빈민층의 실업문제는 더욱이 심각해졌다.

 

상류층의 부 독점체계가 완전히 자리 잡은 당시 노동자인 나다를 위한 일자리는 오로지 건설현장 업무이다. 건설 현장에서 만난 프랭크의 도움으로 판자촌에 머물게 되는 데 그 곳에는 적은 임금을 받고 고된 노동을 수행하는 자들로 넘쳐났고 가족과 함께 살고 마주하는 기본적 삶의 권리는 그들에게 사치였다. 처우에 불만을 드러낼 시 일자리를 찾아 헤매는 수많은 인적자원에 대체되며 미흡한 복지제도로 인해 가난에 잠식당하게 된다. 따라서 노동자들은 적은 임금만을 받고 고된 노동을 행해야만 하고 이들을 관리하고 감시하는 부류가 부를 독점하는 피라미드 구조에 순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판자촌에서 삶을 영위하던 나다는 TV에서 나오는 당대사회 비판 방송을 시청하게 된다. 이때 경찰은 개혁의 씨앗이 될 수 있는 근원지인 판자촌을 제거하기에 이른다. 경찰들은 법적, 도의적으로 잘못을 저지르지 않은 이들을 상대로 공권력을 악용하여 무차별 폭행을 저질렀다. 나다는 폭력을 피해 신성한 공간인 교회로 도피하게 되는데 우연히 선글라스를 발견하고 착용해본다.

 

선글라스를 끼고 바라본 세상은 무서울 정도로 세속에 찌든 형태를 띠고 있었다. 정부와 기업은 선전도구를 통해 사람들에게 소비를 강요하여 소비가 인간의 정체성 구현과 삶의 질을 지배하는 상품 물신주의(Commodity Fetishism)를 주입하고 있었다. 상류층이 형성한 가지와 체재 유지를 위해 접근성이 높은 매체와 도구를 이용해 시민들이 현 체재에 복종하는 삶이 가장 가치 있는 삶으로 둔갑시키고 있었다. 더 나아가 변혁의 여지를 제거하기 위해 권위에 대한 맹목적 믿음과 비판적 사고를 억제하고 있었다. 자본주의의 실상을 볼 수 있는 비판적 사고와 기회가 철저히 결여된 사회에서 자각의 도구는 선글라스이다.

 

선글라스를 통해 진짜 세상을 바라본 나다를 기득권층은 제거의 대상으로 여기고 나다를 위협한다. 지속적으로 변화의 싹을 자르고 부조리한 체계를 유지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득권층은 사회적으로 높은 평판을 유지한 채 부를 누린다. 반면 빈민계층은 가난의 굴레를 벗어날 방법은 전무하며 부조리한 현실에 대해 비판적 사고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피력할 시 부정적 시선을 수반함과 동시에 공권력으로부터 제재를 받는다. 선글라스 속 무섭도록 인간을 위협하고 지배하는 외계인은 자본의 노예가 되고 있는 현대 사회인의 은유이다.

 

 

빈민계층 삶의 낙이자 족쇄가 되는 모순적 도구 TV

 

하루하루 치열하고 힘든 삶을 살아가는 노동자들에게 유일한 삶의 낙은 TV시청이다. 그들이 즐거움을 느끼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창구는 오로지 TV이다. TV를 중심으로 삶의 가치가 결정되고 주요담론이 형성된다. 따라서 언론사의 프레임(Frame)대중담론에 막대한 영향을 미쳐 부분적 사실이 사실 그 자체가 될 확률이 농후하다. 동일사건이라도 해석방법과 관점이 다르게 부여된다. 언론이 차지하는 사회적 위치와 언론의 사회적 영향력으로 인해 특정 사건이나 주요논제에 대해 취하는 입장은 그것이 속한 사회전반에 걸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대다수의 언론사는 정부의 억압 및 자본에 자유롭지 못해 경영진입맛에 맞는 프레임을 형성할 수밖에 없어 사실이 왜곡, 은폐된다.

 

언론은 표현의 자유를 토대로 사회구성원들에게 지속적으로 사실에 의거한 알 권리를 충족 해줘야하는 본분을 망각한 채 기득권 측의 만행과 부조리를 감추고 그들의 논리를 주입한다. 대다수의 국민은 언론보도를 비판적 사고 없이 받아들여 TV 속 콘텐츠가 곧 사실이 된다.

 

 

▲ 노동자들에게 복종을 강조하는 선전매체 TV     © 유니버설 픽처스



그리고 TV출연자는 화려한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사회적 미를 강요한다. 그들이 착용한 고가의 제품은 유행이 된다. 해당 제품을 가지지 못할 시 상대적 박탈감이 초래된다. 고가의 제품 소유 유무로 인간의 가치가 정해지는 자본주의의 논리가 사회를 지배하게 되고 빈부격차를 합리화하는 문화자본으로 작용한다.

 

영화 속에서는 철저하게 기득권층에 지배당할 수 없는 구조 속에서도 각성을 이룬 소규모 단체가 생방송 채널을 해킹하여 각성의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기존체계에 물든 이들은 소수의 목소리를 불편한 소음으로 간주한다. 단순히 오락 콘텐츠의 맥을 끊는 부정적 요소에 불과하다. 정말 큰 문제는 부조리의 대상이 모순적 상황을 직시 혹은 자각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비판적 사고가 결여된 채 상류층의 부조리를 시민들이 방관하는 태도는 암묵적 동의가 되어 양극화를 촉구하게 된다.

 

 

모두가 선글라스를 끼고 부조리한 현실을 자각해야할 시점

 

선글라스를 통해 자본주의 사회의 이면을 바라본 주인공 나다는 외계인으로부터 지구를 지켜내기 위한 끊임없는 투쟁을 해나간다. 선글라스 속 외계인은 자본주의의 노예가 된 현대인들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본을 중심으로 계급을 나눈다. 철저히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으로 분리돼왔다. 인간성을 상실한 채 오로지 삶의 최우선 가치를 돈으로 여기고 탐욕적 삶을 영위하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 속 인간의 미래는 참으로 비관적이다. 특히 중산층은 시스템에서 철저히 이용당하는 자본주의의 근간이 되는 계층이다. 상류층을 동경하며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며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허영심을 가짐과 동시에 빈민계층을 바라보며 갖는 권위의식과 삶의 만족감은 자본주의 시스템의 근간이자 희생양이다. 상류층의 가치를 추구하며 누구보다 열심히 삶을 살아가는 주체이지만 지속적으로 오르는 물가, 적은 임금, 대출 빚 등 점차 빈민계층으로 통합되어간다.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Slavoj Zizek)은 현대인들이 갖춰야할 역량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전문성보다 특정상황에 근본적 물음을 제기할 수 있는 태도를 강조했다. 비록 주인공 나다는 물질만능주의로 물든 사회를 개혁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현실에서는 개인이 주도적으로 부조리한 담론과 가치를 단기적으로 바꾸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TV 등 플랫폼 속 콘텐츠에 대한 맹목적 믿음에서 벗어나 비판적 사고를 토대로 객관적으로 현실을 파악하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문제를 발견하고 지속적으로 해당 문제를 제기하여 긍정적 갈등을 유발시켜야한다. 현재 2019년에도 자본주의적 가치가 우리 삶의 가치와 행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현재의 행복을 가장 중요시하는 라이프 스타일인 욜로’(YOLO·You Only Live Once) 가 하나의 유행으로 자리 잡았다. 욜로의 본질은 자본주의의 세속과 욕망에 벗어나 자신의 욕망을 탐색하고 진정 원하는 바를 추구하는 데에 있다. 하지만 TV를 비롯한 수많은 플랫폼에서는 욜로를 소비 중심으로 다루어 사치적 소비를 통해 삶을 즐기자라는 퇴색된 의미의 욜로가 팽배하게 되었다. 기본 경제자산을 보유하고 있거나 안정적 소득이 있는 자의 소비양식을 단순히 삶을 즐기자라는 모토로 부유층의 가치를 추구하는 삶은 참으로 위험하다.

 

비현실적인 허상적 가치관을 체화하는 데에 가장 큰 원인은 선전매체이다. 대다수의 콘텐츠에는 욜로의 삶을 영위하며 행복을 느끼는 연예인의 모습이 담겨있다. 하지만 방송은 연출이다. 촬영 전 PD, 스태프가 방송을 위해 모든 준비를 갖춘 후 연예인은 방송목적에 맞는 행동을 행한다. 욜로식 생활패턴을 가지기 위해 자본을 형성하는 노력이나 부작용 등의 이면은 감춘 채 사치의 즐거움만 조명한다. TV 속 연예인 삶의 가치와 착용한 제품은 유행이 된다. 기업들은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욜로를 이용한 마케팅이나 PPL 등의 광고를 적극 활용한다. 이 과정에서 방송사와 기업이 수익창출을 위해 형성한 대타자의 욕망을 비판적 사고 없이 체화한다면 영화 속 노동자들과 같이 외계인에 잠식당할 확률이 농후하다. , 우리는 자신이 진짜 원하는 삶이 무엇인가에 대한 지속적 고민과 현대사회의 부조리를 파악하고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진취적 주체가 되어야할 시점이다.

 

 

 [씨네리와인드 오승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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