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아픔을 담아낸 소년의 성장담..22세 감독의 보석 같은 작품

[프리뷰] '나는 예수님이 싫다' / 8월 08일 개봉 예정

김준모 | 기사입력 2019/08/02 [20:03]

찬란한 아픔을 담아낸 소년의 성장담..22세 감독의 보석 같은 작품

[프리뷰] '나는 예수님이 싫다' / 8월 08일 개봉 예정

김준모 | 입력 : 2019/08/02 [20:03]

▲ <나는 예수님이 싫다> 포스터.     © 싸이더스



어떤 작품은 제목만으로 호기심을 끈다. 특히 일본작품의 경우 독특한 제목과 이에 어울리는 내용과 감성으로 시선을 끈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등 제목만 보아도 어떤 내용일지 궁금증을 유발해낸다. 

 

최근 개봉한 영화 <나는 예수님이 싫다> 역시 마찬가지다. '왜, 간절한 소원은 이뤄지지 않는 거예요?'라는 문구와 순수한 소년의 얼굴이 자리한 포스터를 통해 호기심을 자극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이와이 ?지 등 일본 내 거장 감독님의 극찬을 받은 이 영화는 22살의 신예 오쿠야마 히로시 감독이 연출한 작품이다. 또한 제66회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 신인감독상 등 유수의 영화제에서 초청과 수상을 받을 만큼 화제가 된 작품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에게 "새롭고 묵직하고 무엇보다 재밌다!"는 평을 들은 이 작품은 색다른 소재와 어린아이의 순수한 시각, 여기에 묵직한 주제의식을 전달한다.

 

시골 마을로 이사 간 소년, 기도하던 중 우연히 발견한 것은... 

  

도쿄에서 살던 소년 유라(사토 유라 분)는 할머니가 사는 시골 마을로 이사를 오게 된다.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가족들의 관심거리는 유라의 학교생활이다. 소심하고 숫기 없는 유라는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 가족들에게 친구도 생기고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유라. 유라는 전학 간 기독교 학교에서 처음 기도를 배우고 예수 그리스도의 존재에 대해서 알게 된다. 친구가 생기게 해 달라는 유라의 기도에 자그마한 형상의 예수 그리스도가 나타난다. 그리고 유라는 카즈마(오오쿠마 리키 분)라는 친구를 사귀게 된다. 

 

▲ <나는 예수님이 싫다> 스틸컷.     © 싸이더스



<나는 예수님이 싫다>는 12살 소년의 성장을 종교적인 시각에서 담아낸다. 유라 앞에 나타난 작은 예수 형상은 유라가 기도할 때마다 나타나 소원을 이뤄준다. 낯설고 이질적인 세계에 왔을 때 누군가를 향한 믿음과 그 결과는 희망과 기쁨을 낳는다. 하지만 반대로 믿음이 무너지는 순간 증오와 분노의 감정은 더욱 강하게 발현된다. 사랑의 크기만큼 증오의 감정이 피어나기 때문이다. 작품은 이런 유라의 세계를 세 가지 소재를 통해 풀어낸다. 

  

첫 번째는 눈(雪)이다. 유라는 학교 운동장이 눈으로 덮인 날 카즈마를 만난다. 두 사람은 눈 위에 발자국을 찍으며 축구를 한다. 이날을 계기로 두 사람을 친해지고 유라는 처음 기도한 소원을 이루게 된다. 눈으로 덮인 풍경은 찬란하고 아름답다. 새하얀 눈은 아름다움을 묘사할 때 비유될 만큼 눈부시다. 하지만 피부에 닿는 눈은 차갑고 시리다. 눈의 찬란함만을 바라보던 유라는 그 시리고도 차가운 감촉을 서서히 알게 된다. 

  

두 번째는 눈(眼)이다. 시골 학교에서 처음 예배를 드린 날, 유라는 기도 중에 혼자 눈을 뜨고 있다. 주변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소년의 눈빛은 어린 시절 감독의 경험은 그대로 투영한 장면이라고 한다. 감독은 당시 '보이지 않는 존재를 이렇게나 믿을 수 있을까'라는 종교를 향한 순수한 의심을 가졌다고 한다. 종교에서 말하는 믿음이란 눈을 감는 것과 마찬가지다. 눈으로 보이지 않기에 그만큼 힘들고 어려운 인내의 마음가짐을 지녀야 한다.  

 

▲ <나는 예수님이 싫다> 스틸컷.     © 싸이더스



유라의 반 담임교사는 기도 중 눈을 감지 않는 학생에게 '눈을 감지 않으면 소원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화를 낸다. 이런 장면은 작품 중간중간에 드러난다. 아이들은 기도 중 눈을 뜨고 어른들은 믿음을 위해 눈을 감아야 된다고 말한다. 이런 눈을 감는 행위는 종교의 믿음을 의미한다. 종교의 믿음은 눈으로 보이지 않기에 어둠 속에서 힘겹고 외롭게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과정이다. 

  

유라에게 눈으로 보였던 예수의 형상이 사라진 순간은 이런 어둠의 통로로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믿음이 시험에 드는 때는 어두운 통로에 갇혀 빛을 볼 수 없을 때다. 과연 이 과정이 더 큰 행복을 위한 시험인지 아니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존재를 향한 허망한 외침이었는지를 고민하고 방황하게 되는 순간이다. 그리고 유라에게 이 순간은 아름답게만 보였던 세상에서 고통과 아픔, 믿음의 배신을 알아가는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다. 

   

고통과 아픔, 배신을 알게 되면서 어른이 되어가는 소년

 

세 번째는 창에 뚫린 구멍이다. 유라의 할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전까지 창호지로 된 창문에 손가락으로 구멍을 뚫고 창 밖을 바라보았다고 한다. 창호지로 창문에 구멍을 뚫는 장면이 도입부와 결말부에 등장하며 균형을 이룬다는 점에서, 구멍을 뚫는 행위는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함축적으로 담긴 장면이라 할 수 있다. 극 중 할아버지는 집안에서 유일하게 교회에 다녔던 인물이다. 

 

▲ <나는 예수님이 싫다> 스틸컷.     © 싸이더스



일본에서는 기독교 신자가 전체 인구에 1%에 못 미칠 만큼 기독교가 소수종교이다. 할아버지는 자신을 둘러싼 다수와는 다른 세계를 바라보고 있었고 이런 세계는 창호지에 뚫은 작은 구멍을 바라봄으로 성립된다. 이는 유라 역시 마찬가지다. 유라는 자신을 둘러싼 종교의 세계에서 다른 세계를 바라본다. 무조건적인 믿음 때문에 고통마저 이겨내야 될 시험으로 받아들여야 되는 눈을 감은 세계를 유라는 받아들이지 못한다. 

  

유라가 창호지에 구멍을 뚫은 순간 할아버지와 같은 타인들과는 다른 세계를 보게 된다. 그 세계는 앞으로 험난하고 고통스러운 성장을 거듭해야 되는 유라에게 행복한 추억을 담아둔 자신만의 세계와 연결되는 통로임을 보여준다. 작품은 창호지에 뚫은 구멍을 통해 감독 개인의 추억과 감정을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그리고 동시에 어린 시절의 순수함과 그 순수함이 마음 한 구석에 머무르게 되는 과정을 조명한다. 

  

<나는 예수님이 싫다>는 작은 예수님의 형상이 어린 아이에게 나타나 소원을 이뤄준다는 신선하고 색다른 소재와 어린아이의 시선에서 전개되는 순수함을 담았다. 그리고 순수함이 슬픔과 좌절에 부딪히는 묵직함을 담아내며 종교를 통해 성장이 지닌 찬란한 아픔을 보여준다. 일본 영화 특유의 서정적인 화면과 진한 여운을 담아낸 이 작품은 새하얗고 시린 눈처럼 아름답고도 아픈 감성을 전해주는 영화다.

 

[씨네리와인드 김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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