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니 뎁의 인생 강의! '수상한 교수'

[프리뷰] '수상한 교수' / 8월15일 개봉 예정

김재령 | 기사입력 2019/08/05 [10:03]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니 뎁의 인생 강의! '수상한 교수'

[프리뷰] '수상한 교수' / 8월15일 개봉 예정

김재령 | 입력 : 2019/08/05 [10:03]

 

▲ '수상한 교수' 공식 포스터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조니 뎁의 인생 막장 코미디" "<데드풀> 제작진"

 포스터에 적힌 문구는 미국식 B급 코미디 마니아들의 흥미를 자극한다. 필자 역시 이러한 연유로 관람을 결심했으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쉴 새 없이 웃기는 성인 코미디를 기대하고 본다면 실망이 클 것이다.

 하지만 "명배우 조니 뎁의 새로운 인생작"이라는 홍보 문구에는 격하게 동의하는 바이다. 할리우드의 연기 장인인 조니 뎁은 자신만의 진솔한 연기로 인생의 소중함을 설파하여 관객의 마음을 울린다.

 

소재가 자극적인데도 불구하고 웃기지 않다

▲ 막장 강의를 하는 리처드 교수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갑작스러운 시한부 선고, 자신의 직장 상사와 바람이 난 아내, 딸의 커밍아웃, 이 모든 것에 회의를 느끼고 인생을 자포자기 심정으로 살게 된 '리처드 교수(조니 뎁 분)'는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학교에서 막장 강의를 하기 시작한다!"

 자극적인 막장 설정을 다 때려 박았는데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웃기지 않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를 생각해볼 수 있다.

 

▲ 강의 대신에 학생들과 술을 마시는 리처드 교수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데드풀>의 제작진이 만드는 영화에서 주인공 교수가 막장 강의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당신은 무엇이 떠오르는가. 필자를 비롯한 많은 관객들은 강의 시간에 교수가 학생과 "술, 마약, 섹스"를 즐기는 장면을 떠올릴 것이다. 실제로 영화는 그러했고 그게 다였다. 자극적이지만 진부한 소재는 특별한 변주 없이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 그대로 연출되었고 '신선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 리처드 교수와 그의 동료 교수인 피터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진지한 상황에서 무거운 분위기를 환기시키기 위해 삽입된 개그도 기존의 미국식 개그의 클리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리처드 교수가 입원하자 동료 교수 피터는 병문안을 온다. 피터는 병실을 지키고 있던 정원사에게 리처드와 잠시 단둘이 이야기를 하고 싶으니 자리를 비켜 달라고 하지만, 리처드는 정원사는 외국인이라 영어를 못 알아들을 거라며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둘은 속내를 털어놓으며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정원사는 영어를 유창하게 할 줄 알았다는 반전이 나온다.

 외국인 노동자 문제를 소재로 삼은 이러한 패턴의 개그는 미국식 코미디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으로, 평소에 미국식 코미디를 즐겨 보는 관객 입장에서는 개그의 전개를 예상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문제는 전개를 예측할 수 있는 뻔한 개그가 여러 번 나와 관객을 지루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 대학교 연못에 빠진 리처드 교수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지금까지 영화의 아쉬운 점을 나열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필자가 <수상한 교수>를 실패한 영화라고 평가하고 있는 건 아니다. 분명히 코미디 영화로서는 '재미'가 부족했던 건 사실이지만, 참으로 아이러니하게도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당신의 인생은 조금 더 '재미'있어질 것이다.

 

인생, 재미있고 행복하기만 하면 괜찮아!

▲ 기이한 행동을 보이는 리처드 교수     ©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라스트 홀리데이>와 같은 '시한부 인생'을 소재로 한 기존의 코미디 영화는 초반부에 주인공의 평범한 일상을 조명한다. 이때 주인공은 소심하거나 억압받고 있는 인물로 그려진다. 그리고 주인공은 시한부 선고를 받고 나서부터는 각성(?)을 하여 주변 사람들에게 사이다 발언을 날리거나 무모한 버킷 리스트를 거침없이 실행해나가기 시작한다.

 관객은 초반에는 주인공의 처지에 공감하다가, 중반부부터는 사회의 억압에서 벗어난 주인공을 보며 카타르시스를 느끼는데, 이러한 요소가 코미디 영화에서는 '재미'로 연결된다.

 

 반면 <수상한 교수>의 경우에는 이러한 전반부 서사가 완전히 생략되고, 리처드 교수가 암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는 장면으로 영화가 막을 연다. 물론 리처드 교수의 기이한 행동을 주변인들이 황당해하는 걸 보면, 그가 원래부터 기인은 아니었음은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과거의 모습을 직접 보여주지 않는 스토리 전개에서는 과거와 현재의 대비를 활용한 카타르시스적 재미가 반감되는 건 사실이다.

 대신 <수상한 교수>는 <수상한 교수>만의 방식으로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 파티를 즐기는 교수 부부들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리처드 교수는 종신 교수로서 사회에서 엘리트라고 인정받고 있으며, 본인 역시 스스로를 '권위 있는 중산층 중년'이라고 여긴다.

 리처드 교수의 집은 고급스러운 미술품이 장식된 우아한 공간이며, 그가 강의하는 대학교는 대학교 건물이라기 보다는 고풍스러운 대저택에 가깝다. 대학교 교수들은 수준 높은 사교 모임을 통해 엘리트 간의 친목을 다진다. 이 모든 건 리처드 교수의 '엘리트로서의 삶'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장치로 해석된다.

 

 리처드 교수는 엘리트로서의 인생을 '성숙'이라고 칭하며, '성숙'은 곧 '고통'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그는 인생을 마무리하는 단계에서 부와 명예가 자신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대학교 캠퍼스에서 술과 마약, 그리고 무분별한 섹스를 즐기며 엘리트로서의 삶을 벗어던지고자 한다. 리처드 교수의 기행은 사회에서 인정받고자 부와 명예만을 좇느라 정신적으로 지쳐 있는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해준다.

 

▲ 아내와 술과 마약을 즐기는 리처드 교수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리처드 교수는 '개인의 행복'을 가장 중요시 여기며, 주변 인물들에게 지금 이 순간 정말 '행복'한지 끊임없이 묻는다. 동성 연애를 하는 딸에게도 애인을 진심으로 사랑하냐고 묻고, 불륜을 즐기는 아내에게도 행복하냐고 묻는다.

 

 엘리트 사회의 통념에서 벗어난 행동을 하는 아내와 딸이 진정으로 행복하다는 걸 깨달은 리처드 교수는 그들을 있는 그대로 온전히 받아들인다. 그는 아내와 함께 술과 마약을 하고 속내를 털어놓으며 서로의 행복을 빌어주기도 한다.

 

 반면, 리처드 교수와 친한 피터 교수 부부는 파티에서 남들에게 화목한 부부로 보여지는 것에만 신경을 쓰고, 서로 진정한 소통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배우자의 불륜을 받아들인 '비정상적'인 부부와 사회에서 '정상'으로 보여지는 부부, 과연 어느 쪽이 더 행복한 걸까.

 

▲ '수상한 교수' 공식 포스터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사회의 시선을 신경 쓰지 말고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라!"

 

 이것은 코미디 영화뿐만 아니라 다른 장르의 작품에서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진부한 메시지이다. 하지만 조니 뎁이라는 명배우는 이 진부한 메시지조차도 자신만의 연기로 재해석해 진솔하게 소화해낸다. 대사 하나하나에 감정을 실어서 인생의 의미를 강연하는 그를 보고 있자면, 그가 내 앞에서 서서 내 두 눈을 마주 보고 말하고 있다는 착각마저 든다. 영화의 아쉬운 점이 조니 뎁의 연기 하나로 다 상쇄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자는 어린 시절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 조니 뎁에게 인생을 소중히 여기는 방법을 배웠다. 어른이 되어서 그때의 기억이 희미해져 갈 때 즈음에 필자는 <수상한 교수>에서 그와 재회했다. 이번에 <수상한 교수>에서 본 그의 인상적인 연기와 그것이 전해주는 메시지 역시 앞으로 오랫동안 마음속에 남을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서 그가 전해준 인생 메시지가 잊혀질 때가 되면, 조니 뎁은 또 다시 인생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연기를 통해서 메시지를 상기시켜 주지 않을까.

 

[씨네리와인드 김재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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