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안 드는 학생 쫓아낸 교수..그의 파격적인 수업

학생과 함께 성장하는 교육자, '수상한 교수'-'디태치먼트'-'미스 스티븐스'

김준모 | 기사입력 2019/08/06 [16:04]

마음에 안 드는 학생 쫓아낸 교수..그의 파격적인 수업

학생과 함께 성장하는 교육자, '수상한 교수'-'디태치먼트'-'미스 스티븐스'

김준모 | 입력 : 2019/08/06 [16:04]

▲     ©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15일 개봉을 앞둔 영화 <수상한 교수>는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교사 리차드가 남은 1초라도 즐겁게 살기 위해 강의를 듣는 학생들에게 특별한 수업을 진행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동안 영화나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교육자는 바르고 성실하며 예상치 못한 높은 차원의 가르침으로 깨달음을 주는 존재로 등장하곤 했다. 하지만 최근 작품들이 그려내는 교육자의 모습은 학생과 크게 다르지 않은, 한 사람의 인간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 외로움을 느끼고 삶의 고난에 좌절하며 혼자보다는 함께 슬픔을 이겨내고자 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영화 <수상한 교수> 속 리차드(조니 뎁)는 연못에 뛰어든다. 자신에게 닥친 고난과 역경을 점잖은 모습으로 감내하며 죽음의 순간을 슬퍼하는 교수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는 학생들에게 '정말 필요한' 인생의 진리를 수업하기로 결심한다. 점수를 얻기 위해 온 학생들,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학생들을 전원 쫓아낸 그는 작품을 읽고 새로운 걸 찾아오는 학생에게 가장 높은 점수를 주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리차드는 파격에 가까운 수업을 진행한다. 

  

술집에서 수업을 진행하던 중 여성 종업원과 사랑을 나누기도 하고, 마리화나를 피우기도 한다. 저속한 말과 욕설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그는 학생들을 향해 '단 1초라도 좋으니 너희들을 위해 살아가라'고 말한다. 리차드는 한 사람의 지식인이 아니라 학생들과 같은 동등한 인간이 되어 그들 사이에 위치하였다. 그들의 문화와 유흥을 즐기고 때론 금지된 영역까지 향해보며 삶의 모든 감정을 느끼려고 노력한다. 

  

극 중 리처드는 상위 1%의 삶을 이루기 위해 자신의 일에만 몰두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아내의 외도와 딸의 커밍아웃을 마주하게 된다. 그는 예상하지 못한 사건에 좌절하기보다는 그 안에서 더 많은 감정과 생각을 이해하기 위해 자신을 내려놓는다. 이런 리차드의 모습은 교육자 역시 삶과 진리에 대해 명확히 알지 못하는, 그래서 학생들처럼 행복과 꿈을 찾아 여행하는 탐험가와 같다는 점을 보여준다. 

   

비정규직 교사와 '왕따' 학생의 만남 

 

▲ <디태치먼트> 스틸컷.     © (주)프레인글로벌



앞서 언급한 교육자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영화가 <디태치먼트>라 할 수 있다. 제목 'Detachment'는 '무심함, 거리를 둠'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이 제목은 현재 공교육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준다. 극 중에서 교권은 무너지고 교사는 물론 가정에서도 사랑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은 정체성을 향한 우울과 방황 그리고 반항을 반복한다. 과거의 아픔 때문에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 교사로 일하는 헨리(애드리언 브로디)는 '문제아'들만 모여 있는 학교에 오게 된다. 

  

헨리는 학생들에게 먼저 마음을 열거나 믿음을 주지 않는다. 그는 교사와 학생 사이의 거리감을 유지한다. 그런 그의 삶에 두 명의 여학생이 들어오게 된다. 왕따 메레디스(베티 케이)와 거리의 소녀 에리카(사미 게일)는 더 이상 학생들에게 마음을 주지 않으려고 했던 그의 마음 속으로 비집고 들어온다. 헨리는 누구보다 현대 공교육의 한계를 잘 안식하고 있는 인물이다. 가정에서의 교육은 무너졌고 지역사회의 윗선은 교사의 역할을 동네 가치를 올리기 위한 도구로 여긴다. 

  

그는 학생들에게 애정을 주지 않고 직업으로서의 교사 역할만을 수행하려 든다. 하지만 집에서의 억압과 학교에서의 왕따로 고통 받는 메레디스와 길거리 삶으로 불투명한 미래를 그려나가는 에리카가 마음을 열고 다가오면서 헨리는 변화하게 된다. 그의 삶 역시 문제아들의 현재와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홀로 외롭고 고독한 시간을 보내던 그에게 두 사람의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그들과 함께 미래를 그릴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다. 

  

마음의 빗장을 풀고 다가서자, 서로 버팀목이 됐다

 

교육은 가르침을 뜻하는 교(敎)와 양육을 뜻하는 육(育)의 결합이다. 그래서 흔히 교육의 뜻은 가르치고 양육한다는 의미로 정의되곤 한다. 하지만 교육의 관계는 교육자와 학습자 이전에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시작된다.

 

<미스 스티븐스>는 교사와 학생은 한 공간에 오랜 시간 함께 있지만 서로의 안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적다는 걸, 교사에게도 기댈 누군가가 필요하고 그 존재가 학생이 될 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는 작품이다. 

 

▲ <미스 스티븐스> 스틸컷.     © 티캐스트



영어교사 스티븐스(릴리 레이브)는 다른 교사들이 거절한 2박 3일 연극대회에 학생들의 인솔 교사로 동참한다. 연극대회 참여를 주도한 야무진 마고, 행동장애 때문인지 독특한 면이 있지만 연기에 있어서는 천부적인 빌리(티모시 샬라메), 붙임성 좋은 샘(앤서니 퀸틀)과 스티븐스의 동행은 여느 교사-학생간 관계와 다를 바 없어 보인다. 빌리가 스티븐스에게 관심을 보이기 전까지 말이다. 빌리와 스티븐스는 둘 다 남모를 아픔을 지니고 있다. 

  

스티븐스는 연극 배우였던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교사로 일해 온 그녀는 자신의 감정 표현에 서툴고 성인과의 대화에 익숙하지 않다. 슬픔을 털어놓고 의지하지 못하는, 또 다른 행복과 기쁨을 발견하지 못하는 스티븐스는 홀로 외로움을 삼킨다. 빌리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우울증에 빠지기 때문에 약을 먹어야 한다. 약을 먹으면 멍해지지만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연극 대회 때문에 일주일 전 약을 끊은 빌리는 슬픔에 젖어든다. 하지만 이런 자신의 슬픔을 누구에게도 쉽게 털어놓지 못한다. 교실은 학생과 교사가 매일 얼굴을 마주하고 오랜 시간을 함께 하는 공간이지만, 서로 진심을 털어놓지 못하는 곳이다. 학생과 교사 모두 내가 드러낸 슬픔이 공감 받지 못할까봐, 내 약한 모습이 혹 비웃음을 사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홀로 슬픔을 품은 채 고독과 방황 속에 살아간다. 

  

성인과의 대화가 능숙하지 않은 스티븐스는 그 아픔을 풀어내지 못하였고 약 때문에 매일 멍했던 빌리는 그 사정을 털어놓을 용기가 없다. 스티븐스와 세 명의 학생은 서로에게 고민과 슬픔을 풀어낸 순간 상대방이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으로 변하는 기적을 경험하게 된다. 

  

영화 <어바웃 어 보이>가 선보인 'Growing up has nothing to do with age'라는 카피는 '성장은 나이와 상관이 없음'을 보여준다. 이는 교실이라는 공간, 교육자라는 존재에게도 마찬가지다. 교실 안에서 성장하는 건 학생뿐이 아니며 그저 어른이고 많이 배웠다는 이유만으로 성장이 멈추는 것도 아니다. 학생들을 통해 마음의 슬픔을 이겨내고 한 단계 더 성장한 미스 스티븐스처럼 학생과 교육자는 함께 성장하는 존재임을 이 영화들은 보여준다.

 

[씨네리와인드 김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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