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전'이 선사하는 색다른 공포..불이 꺼지면 시작된다

[프리뷰] 영화 '암전' / 8월 15일 개봉 예정

김준모 | 기사입력 2019/08/12 [17:30]

'암전'이 선사하는 색다른 공포..불이 꺼지면 시작된다

[프리뷰] 영화 '암전' / 8월 15일 개봉 예정

김준모 | 입력 : 2019/08/1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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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나 평일 저녁 시간대가 아닌 한산한 시간대에 극장을 찾으면 관객이 적거나 혼자 상영관에 있을 때가 있다. 드라마나 코미디, 로맨스, 액션 장르의 영화는 상관없지만 공포나 스릴러 장르의 영화 같은 경우 불이 꺼지고 도입부에 관객을 사로잡는 긴장감 넘치는 장면이 시작될 때면 극장이 지니는 공간성 때문에 더욱 공포가 느껴진다. 극장과 공포영화에는 공통점이 있다. 둘 다 주변이 어두워지고 사람이 적을 때 진정한 공포가 시작된다.

  

<암전>은 극장과 공포영화가 지닌 묘한 연관성을 연결시킨 신선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영화이다. 8년째 공포영화를 준비하는 신인 감독 미정(서예지 분)은 어느 날 후배에게서 괴담 하나를 듣게 된다. 한 대학교 영화과에서 졸업 작품으로 출품된 작품이 상영되자 관객들이 졸도하거나 뛰쳐나가고 한 명은 심장마비로 죽었다는 이야기였다. 괴담에 호기심을 느낀 미정은 그 이야기의 배경이 대전의 한 대학교라는 말만 듣고 무작정 그 학교로 향한다.  

 

관객이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는 영화를 찾아서 

 



극 중 미정은 과거 자살기도를 할 만큼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다. 미정은 단편영화로 화려한 수상실적을 남긴 후 8년 동안 신작을 내지 못하는 부담감 때문에 점점 더 자신이 꽂힌 그 괴담에 집착한다. 드디어 그 실체에 다가서고 '암전'이라는 작품 제목까지 알게 되지만 예고편 영상만 발견할 뿐 영화를 찾아내지 못한다.

 

미정은 영상을 찾기 위해 예고편 영상을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리고 영화의 감독 재현(진선규 분)을 만나게 된다. 초췌하고 겁에 질린 인상의 재현은 미정에게 경고한다. 죽음보다 끔찍한 인생을 찾기 싫으면 그 영상을 지우라고. 

  

<암전>은 영화를 향한 광기를 공포를 통해 표현한 작품이다. 영화란 예술은 혼자만의 상상력과 글이나 그림 같은 가상의 산물로 이뤄진 예술이 아닌 실체와 밀접한 예술이다. 실제로 존재하는 배경이 있고 실제 배우가 배역이 되어 작품에 등장하고, CG나 특수분장이 사용되더라도 일부 액션이나 몸을 혹사시키는 장면은 배우들이 직접 촬영하기 마련이다. 자신의 예술세계에 대해 욕심이 강한 감독들은 배우나 스탭들에게 육체적, 정신적인 고통을 주는 선택을 강요하거나 도덕성과 거리가 먼 작품을 선보이기도 하고, 이런 문제로 논란이 되기도 한다. 

  

이는 표현의 자유와 예술가의 열정이라는 미명 하에 사회가 지닌 도덕적, 윤리적 영역을 침범하는 금기를 깨뜨리는 행동이라 할 수 있다. 미정은 영화라는 예술을 향한 욕망 때문에 이런 금기를 깨뜨린다. 재현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암전'을 통해 자신의 영화를 완성시키기 위해 노력하며 이를 위해서는 어떠한 고통과 공포도 감당해낼 수 있다는 그녀의 열망은 심리적으로 관객들을 조여 오는 광기를 선사한다. 

   

극장 불 꺼지면, 관객도 시청각이 주는 공포 느끼게 될 것  

 

▲ <암전> 스틸컷.     © TCO(주)더콘텐츠온



<암전>은 심리적인 공포를 잡아내면서 동시에 공포영화가 지닌 가장 큰 재미인 시각과 청각을 통한 정석적 공포를 선사한다. 영화의 제목처럼 작품에서는 공포가 시작되는 장면에서 불이 꺼지며 긴장감을 유발해낸다. 인간이 지닌 가장 원초적인 공포는 어둠이다. 어둠을 통한 공포를 가장 잘 보여주는 부분이 도입부 장면이다. 미정이 극장에서 졸다가 깨어난 뒤 완전한 암전 속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귀신에게 쫓기게 되는 장면은 극장이 지닌 공간성과 어둠이 주는 공포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어둠 속에서 긴장감을 조여 오는 역할을 하는 게 청각을 자극하는 사운드이다. 어두운 곳에서 길을 잃은 시각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리에 예민하게 반응하게 된다. 특히 공포영화는 귀신소리는 물론 문이 열리는 소리,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 등을 통해 예상치 못한 공포를 보여준다. 이런 사운드가 주는 긴장감을 잘 표현한 장면이 각본을 쓰던 미정의 집에 정전이 발생하는 장면이다. 

 

▲ <암전> 스틸컷.     © TCO(주)더콘텐츠온



이 부분에서 스마트폰 불빛에만 의존한 채 집 안의 이상한 소리에 겁에 질린 미정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영화보다는 게임을 참고해 공포를 만들어 갔다는 김진원 감독의 말처럼 1인칭 시점에서 느낄 수 있는 시각적인 제한과 청각이 주는 긴장감을 입체적으로 표현한 장면이다. 미정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작품의 공포는 개인이 지닌 예술을 향한 집착과 광기, 이를 어둠을 통해 긴장감 있게 표현하면서 여름에 어울리는 소름끼치는 공포를 선사한다. 

  

<암전>은 기본에 충실하면서 색다른 체험을 통해 공포의 감도에 신선함을 더하는 시도가 보이는 작품이다. 시각과 청각을 통한 원초적인 공포를 선보임과 동시에 미정의 1인칭 시점에서 느껴지는 긴장과 불안이 예술을 향한 집착과 광기와 어우러져 그 어둠에 깊이를 더한다. 불이 꺼지면 공포영화가 시작되고 그 공포가 관객들에게 벗어나고 싶은 지옥과도 같은 공포를 선사하는 것처럼, 불이 꺼짐과 동시에 시작되는 이 영화의 공포는 벗어날 수 없는 서늘하고 질긴 악몽과도 같을 것이다.

 

[씨네리와인드 김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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