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현재를 엮어낸 기발한 상상력, '광대들:풍문조작단'

김준모 | 기사입력 2019/08/27 [17:53]

과거와 현재를 엮어낸 기발한 상상력, '광대들:풍문조작단'

김준모 | 입력 : 2019/08/27 [17:53]

▲ <광대들: 풍문조작단> 포스터.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시대극이 지니는 미덕은 과거를 통해 현재를 바라보는 시선이라 할 수 있다. 시대는 다르지만 사건은 반복되고 그 반복 속에서 보편적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또한 최근에는 현대 관객들의 시선에 맞게 새롭게 각색한 '퓨전' 사극도 많아지고 있다. 역사의 기록 중 파편으로 존재하는 부분에 상상력을 곁들여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를 통해 관객들에게 지금 시대를 향한 메시지를 전하는 것.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은 역사의 기록을 바탕으로 익살맞은 유머와 기발한 상상력을 더한 작품이다. 조선시대의 이야기이지만 현재의 가짜뉴스와 여론조작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들도 있다. 

▲ <광대들: 풍문조작단> 스틸컷.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광대들: 풍문조작단>은 '세조 실록'에 기록된 40여 건의 이적 현상(상식으로 생각할 수 없는 기이한 현상)을 바탕으로 독특한 아이디어를 건져 올린다. 영화는 조선 팔도를 무대로 풍문을 조작하고 민심을 흔드는 광대들이 정권의 실세 한명회에게 발탁되면서 시작된다. 어린 조카 단종을 몰아내고 왕위를 차지한 세조는 10년이 넘는 집권 기간 중 한센병에 걸리게 된다. 권력욕을 위해 많은 사람들을 죽인 죄로 저주를 받았다고 생각하는 세조는 후대에 자신은 물론 후손들의 이름이 더럽혀질 것을 우려한다. 

   

이에 한명회는 세조를 나쁘게 생각하는 백성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덕호의 광대패 5인방을 이용하기로 한다. 조선팔도를 돌아다니며 기상천외한 아이디어와 능력을 통해 풍문을 조작하고 민심을 바꾸는 능력을 지닌 이들은 세조의 미덕을 만들라는 한명회의 명에 고민한다. 그러나 천민 신분을 벗어날 수 있고 많은 재물을 모을 수 있는 기회, 여기에 살아있는 권력에 등을 돌릴 수 없는 현실에 협력하게 된다. 

  

 

덕호를 비롯한 광대패 5인방은 기막힌 능력으로 풍문을 조작하고 세조는 하늘이 선택한 성군으로 추앙받게 된다. 하지만 한명회의 작전에 깊이 빠지면 빠질수록 광대패는 무언가 잘못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한명회는 권력을 향한 거대한 야욕을 드러내고 그 야욕은 백성들을 힘들게 만든다. 고달픈 하루를 보내는 서민들에게 따뜻한 웃음을 주는 걸 미덕으로 여기는 광대들은 이 잘못된 현실을 바꾸기 위해 새로운 계획을 세운다. 

▲ <광대들: 풍문조작단> 스틸컷.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광대들: 풍문조작단>은 세 가지 측면에서 현재와 과거를 능숙하게 엮으면서 웃음을 선보인다. 첫 번째는 광대가 사라진 도시와 남겨진 광대들의 임무다. 어린 조카 단종을 몰아낸 세조를 풍자하는 소리극을 하던 광대들은 모두 쫓겨나거나 잡혀 들어간다. 그리고 남은 광대인 광대패 5인방은 여론을 조작하는 역할을 한다. 세조실록에 나타난 기록을 바탕으로 왕이 지나갈 때 움직이는 소나무, 왕이 월정사에서 목욕을 할 때 문수보살이 나타나 함께 목욕을 한 이야기는 광대들이 조작한 것인데, 이 부분에 코믹한 연출을 녹여내 웃음을 자아낸다.  

  

앞서 13일 언론시사회에서 김주호 감독은 "특정 이슈(가짜뉴스)를 겨냥하지 않았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 가짜뉴스, 여론조작 등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높아진 만큼 광대들이 '이적 현상'을 꾸며냈다는 설정은 이를 떠올리게 만든다.

두 번째는 권력의 하수인이 되어가는 광대들의 모습이다. 과거의 광대는 오늘날의 영화·연극·음악에 종사하는 예술인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광대패 5인방은 천민이라는 신분극복과 빈곤한 생활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명회의 명을 받아들인다. 그러면서 광대패는 권력을 풍자하고 따뜻한 웃음을 주었던 자신들의 예술 세계에서 점차 벗어나게 된다. 

 

또한 한명회의 입맛에 맞춰 행동하고 명령대로 따르지 않으면 목숨을 위협받는 고통을 겪게 된다. 이들이 한명회 앞에서 반항과 변명을 반복하는 모습은 웃음을 주지만 점점 자신들의 정체성을 잃게 되는 모습은 씁쓸하게 느껴진다. 이러한 부분은 문화예술계를 탄압했던 '블랙리스트 사건'을 떠올리게 만든다.

 

세 번째는 여론이 조작되는 과정이다. 광대패 5인방은 각자의 재능을 통해 풍문을 조작한다. 화려한 입담과 뛰어난 연출력을 지닌 리더 덕호, 뭐든지 만들어 내는 금손 홍칠, 영업책이자 음향 전문가인 근덕, 2D를 3D로 만드는 미술 담당 진상, 진기한 묘기 담당 팔풍은 각자의 능력을 바탕으로 기막힌 장면을 연출해내 풍문을 조작해낸다. 이런 광대패의 연출은 신선함과 독특함을 통해 재미를 주지만 그 이면에는 섬뜩한 목적이 있다. 

  

이 여론조작을 통해 세조는 성군으로 추앙받고 백성들은 이적현상을 진실로 믿는다는 점이다. 이는 현대 사회에 전 세계적인 문제라 할 수 있는 가짜뉴스를 떠올리게 만든다. 광대들이 연출한 이적현상을 보며 호들갑을 떠는 백성들의 모습은 웃음을 유발하지만 진실을 가리려는 권력층의 야욕과 광대놀음에 놀아나는 모습은 잘못된 가짜뉴스가 재생산되는 현재를 연상시킨다. 

 



영화는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주제의식을 기발한 유머와 신선한 아이디어를 통해 유쾌하게 풀어낸다. 전작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통해 코믹 시대극의 매력을 제대로 선보인 김주호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자칫 유치해 보일 수 있는 유머와 아이디어를 역사적인 상상력을 통해 풀어내며 재미를 선사한다. 여기에 과거를 통해 현재를 바라보는 시대극의 미덕을 꼼꼼하게 담아낸 점도 인상적이다. 

  

<광대들: 풍문조작단>은 전작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는 감독의 노력이 빛나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전작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얼음을 소재로 조선판 케이퍼 무비를 선보인 김주호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는 광대패를 통한 여론조작이라는 색다른 소재를 통해 신선한 웃음과 시대적인 의미를 동시에 잡아낸다.


[씨네리와인드 김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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