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고은·정해인이 풀어낸 첫사랑의 기억, 아련한 추억에 설레다

[프리뷰]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 8월 28일 개봉 예정

김준모 | 기사입력 2019/08/27 [17:54]

김고은·정해인이 풀어낸 첫사랑의 기억, 아련한 추억에 설레다

[프리뷰]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 8월 28일 개봉 예정

김준모 | 입력 : 2019/08/27 [17:54]

▲ <유열의 음악앨범> 포스터.     © CGV 아트하우스



한때 충무로에는 멜로영화가 르네상스처럼 전성기를 이루었던 시기가 있었다. <동감> <약속> <편지> <미술관 옆 동물원> <접속> 등 1990년대 로맨스 영화들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아왔고 가슴을 설레게 하는 사랑으로 수많은 명장면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2012년 <건축학개론>을 끝으로 충무로에서 성공한 멜로영화는 찾아보기 힘들어졌고 자연스럽게 극장에 걸리는 한국 멜로영화의 숫자도 비교적 줄어들게 되었다. 

  

 

<유열의 음악앨범>은 이런 멜로영화의 부흥을 다시 이끌 것으로 주목받고 있는 작품이다. 1994년을 시작으로 11년에 걸친 두 남녀의 사랑을 그려낸 이 작품은 손만 잡아도 수줍던 순수했던 시절부터 비록 현실의 벽이 높아도 서로만 있으면 이겨낼 수 있는 성숙해지는 순간까지 모두 담아내고 있다. 이 과정을 영화는 마음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라디오와 음악을 통해 섬세하게 표현한다. 

레트로 감성으로 재현한 아련한 첫사랑의 느낌 

▲ <유열의 음악앨범> 스틸컷.     © CGV 아트하우스



1994년 한 제과점, 여느 때와 다름없이 창밖을 바라보고 있던 미수(김고은 분) 앞에 교복을 입은 현우(정해인 분)가 나타난다. 현우는 콩으로 만든 제품을 찾고 미수와 언니 은자(김국희 분)는 소년원에서 출소한 게 분명하다며 분주하게 이야기를 나눈다. 슈퍼마켓에서 두부를 사온 현우는 다짜고짜 미수와 은자에게 이야기한다. 여기서 일하고 싶다고 말이다. 두 달이 조금 넘는 짧은 시간 동안 미수와 현우 사이에는 특별한 감정이 피어오른다. 하지만 어느날 현우는 자취를 감추고 빵집은 문을 닫게 된다. 
  
이후 1997년 IMF의 여파로 미수와 은자는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된다. 지하식당에서 장사를 하게 된 은자와 국문학과를 졸업했지만 취업할 곳이 없어 공장 사무직으로 취업하게 된 미수. 옛 제과점을 찾아간 미수는 그곳에서 우연히 현우를 만나게 된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새로운 삶을 준비 중인 현우와 내일 새 직장에 출근하게 된 미수. 미수는 현우를 더 오래 알고 싶지만 내일이 군 입대일이라는 현우의 말에 이메일을 만들어 주소를 적어준다. 하지만 깜빡하고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은 미수는 또다시 오랜 시간 현우와 떨어져 있게 된다. 
  
<유열의 음악앨범>은 레트로한 감성을 통해 아련하고도 풋풋한 첫사랑의 느낌을 재현해낸다. 이 영화만의 순수하고도 섬세한 순백의 감정은 세 가지 요소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그 시절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연락과 인연이다. 현재처럼 스마트폰, SNS 등 연락을 할 수 있는 수단이 다양해지기 이전에는 지정된 약속 장소와 시간에서 상대가 오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 <유열의 음악앨범> 스틸컷.     © CGV 아트하우스

 

미수와 현우는 서로의 사정 때문에 엇갈리고 기다린다. 그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두 사람의 사랑 역시 감정적으로 더욱 깊어진다. 풋풋하게만 보였던 두 사람의 사랑은 꿈과 현실이라는 장애물 앞에 좌절을 겪고 서로 멀어지기도 하는 원인이 된다. 두 사람의 모습은 우리는 과연 인연일지, 인연이 아니라면 왜 서로에게 이렇게 애틋한지 하는 순수한 떨림의 감정을 전해준다. 
  
두 번째는 음악이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다양한 음악을 통해 두 주인공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이 작품은 말 그대로 하나의 '음악앨범'이다. 라디오가 사연을 읽어준 뒤 신청곡 또는 사연에 맞는 노래를 통해 그 추억을 들려주는 것처럼 미수와 현우의 추억은 사진이 아닌 음악으로 하나의 앨범을 이룬다. 정지우 감독은 영화 속 두 남녀의 상황과 감정을 가사로 대신 전달해 줄 수 있는 노래를 찾기 위해 노력하였다 말하였고 이는 영화에서 결실을 이룬다. 
  
미수와 현우가 두 번째 재회 후 처음 현우의 집에서 데이트를 하는 장면에서는 이소라의 '데이트'가 흘러나온다. 이는 수줍던 첫 만남과 아련했던 첫 번째 재회 이후 진정으로 연인이 된 두 사람의 떨리는 마음을 음악을 통해 표현한다. 이런 음악의 활용은 1990년대에서 2000년대까지 시대에 맞춰 노래를 택하며 관객들에게 향수와 함께 옛 사랑의 추억을 곱씹을 수 있는 추억의 순간을 마련한다.
 
김고은-정해인의 만남... 음악 하나로 따뜻한 위로 얻는 기적 같은 순간 

 


세 번째는 라디오와 사랑의 관계이다. 현우는 소년원에서 출소한 날 세상에 무엇인가 하나쯤은 변해있기를 바란다. 불행한 과거를 잊고 새로운 출발을 위해 세상이 바꿔있길 원한 것이다. 그 '기적'은 라디오에서 시작된다. 1994년 유열이 새 라디오 DJ가 된 사건은 아주 작은 일이지만 현우에게는 기적과도 같은 변화였다. 
  
어쩌면 라디오는 이런 기적을 담고 있다. 평범한 일상의 하루가 사연이라는 거창한 이름이 되고 그 사연과 DJ의 말 한 마디가 누군가에게는 삶을 지탱하고 일으켜 세워줄 수 있는 큰 위로가 되어주기도 한다. 이 기적은 사랑과 연관된다. 사랑에 빠지는 순간은 기적과도 같다. 자신의 삶에 새로운 소중한 존재가 들어온 것이자 누군가 때문에 살아갈 이유를 얻고 살아갈 힘과 용기를 얻기 때문이다. 
  
현우는 미수를 만나면서 과거를 지우고 다시 살아갈 용기를, 미수는 현우를 통해 꿈과 멀어진 현실을 위로하고 다독일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이런 두 사람의 사랑은 라디오라는 매체를 통해 청취자와 DJ가 하나가 되는, 음악 하나로 따뜻한 위로를 얻는 기적 같은 순간을 재현해낸다. 

▲ <유열의 음악앨범> 스틸컷.     © CGV 아트하우스

 

<유열의 음악앨범>의 레트로 감성은 추억여행과 아련한 첫사랑의 느낌, 감미로운 음악이 주는 따스한 사랑의 위로를 동시에 담아내며 로맨스에 깊은 드라마를 녹여낸다. <해피엔드>부터 <사랑니> <은교> < 4등 > <침묵>까지 다양한 장르의 작품 속에서 인물들의 관계가 지닌 섬세한 드라마를 밀도 있게 담아낸 정지우 감독은 인물들의 복잡한 감정을 통해 성장에 따른 다양한 사랑의 색을 보여준다. 

  

여기에 김고은과 정해인, 두 배우가 지닌 매력 역시 로맨스 영화가 지닌 밝은 이미지와 감성을 극대화시킨다. 여러 작품들을 통해 다양한 캐릭터와 감정을 소화해낸 김고은은 물론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와 <봄밤>을 통해 '국민 연하남'으로 등극한 정해인은 11년에 걸친 두 캐릭터의 역사와 이에 따른 변화를 섬세하게 담아내며 로맨스 영화가 주는 감정적인 떨림을 관객에게 전달한다. 

  

우연히 들려오는 라디오 속 노래와 사연에 우리는 옛 추억에 잠기거나 그리운 얼굴들을 떠올리곤 한다. 그 아련한 감정과 추억은 바쁜 일상과 고된 현실 속에 잠시나마 가장 찬란하고 아름다웠던 순간을 떠올리게 만든다. <유열의 음악앨범>은 그런 순간들을 차곡차곡 담아낸 마치 추억과도 같은 앨범을 듣는 설렘을 전해주는 영화라 할 수 있다.


[씨네리와인드 김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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