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룸',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이끌어 나가는 힘의 원천은?

[프리뷰] 영화 '더 룸' / 9월 25일 개봉예정

김준모 | 기사입력 2019/09/20 [11:34]

'더 룸',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이끌어 나가는 힘의 원천은?

[프리뷰] 영화 '더 룸' / 9월 25일 개봉예정

김준모 | 입력 : 2019/09/20 [11:34]

▲ <더 룸> 포스터.     © (주)퍼스트런 , (주)팬 엔터테인먼트


'복잡하고 시끄러운 도시를 떠나 한적한 시골에서 지내고 싶다.' 어쩌면 바쁜 도시인들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판타지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막상 이를 실천에 옮기는 이들은 드물다. 물건부터 서비스까지 도시에서 소비지향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 룸>의 독특한 아이디어는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본연의 자신이 지닌 욕망이 모두 발현된다면 그건 행복일까 아니면 저주일까.
 
케이트와 맷 부부는 도시 외곽의 집으로 이사를 온다. 화가인 맷과 번역가인 케이트는 조금 가난해도 서로가 행복할 수 있는 삶을 추구하고자 한다. 전기에도 문제가 있는 허름한 집에서 새로운 출발을 꿈꾸던 두 사람은 한 방을 발견하게 된다. 놀랍게도 그 방은 소원을 빌면 그 모든 걸 이뤄준다. 맷은 명화를 갖고 싶다 말하고 케이트는 돈을 갖고 싶다 말한다. 그리고 방 안에는 그들이 원하는 물건이 놓여 있다.
 

▲ <더 룸> 스틸컷.     © (주)퍼스트런 , (주)팬 엔터테인먼트


물질적인 쾌락을 누리게 된 두 사람은 슬슬 호화로운 삶에 질려간다. 그리고 그들이 원하는 '본질적인' 행복을 찾고자 한다. 두 사람이 오랫동안 갈망하고 이루길 원했던 그 행복은 아기다. 부부는 아기를 갖길 원하지만 두 번의 유산이라는 아픈 기억만을 남겼다. 맷은 다시 한 번 임신을 위해 노력해보자 말하지만 케이트는 또 다시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남기기 싫어 거절한다. 그리고 그녀는 해서는 안 될 선택을 하고 만다.
 
물건만을 만들어내는 방 안에서 아기를 소원으로 빈 것이다. 눈앞에 나타난 아기에 맷은 혼란을 겪는다. 케이트는 그토록 갈망했던 진정한 행복을 이뤄냈다는 사실에 기뻐하지만 그에게는 아기마저 물건처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이 충격으로 다가온다. 이에 맷은 아기를 없애자고 말한다. 하지만 피와 살로 이루어진 하나의 생명 앞에 맷의 결심 역시 흔들리게 된다. 결국 아기를 키우게 된 두 사람은 방에 대한 충격적인 진실을 알게 된다.
 
<더 룸>은 독특한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이 아이디어를 끌고 가는 힘을 통해 한 순간도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다. 하늘 아래 새로울 것이 없다는 말이 무색할 만큼 독특한 아이디어를 선보이는 건 물론 예상치 못한 전개로 흥미를 더한다. 신선한 아이디어를 선보이는 작품들이 후반부에 힘이 빠지거나 어설픈 진행을 선보이는 것과 다르게 작품이 정한 규칙을 지키면서 이를 통해 응집력 있는 스토리를 진행한다. 

 

▲ <더 룸> 스틸컷.     © (주)퍼스트런 , (주)팬 엔터테인먼트


이런 장르영화가 지닌 재미는 물론 두 가지 철학적인 질문을 통해 사유의 맛을 더한다. 첫 번째는 가지는 것과 가지지 못하는 것이다. 현대의 물질주의 사회에서 많은 걸 가지지 못한다는 건 불행한 일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영화는 오히려 많이 가지면 가질수록 불행하다는 관점을 취한다. 현대인들은 그 어떤 세대보다 더 많은 걸 소유하고 있지만 자신이 불행하다 여긴다. 그 이유는 더 많은 걸, 더 완벽한 걸 가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많은 돈과 재물을 얻은 케이트와 맷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그들은 더 많은 걸 욕심내고 결국 아기마저 마치 물건처럼 만들게 된다. 아기를 얻었을 때 행복해질 거라 여겼던 그들은 아기의 존재에 집착하게 되고 점점 광기에 휩싸여 간다. 가지면 가질수록 욕심이 커져만 가고 그 욕심을 채우지 못해 불행해져 가는 부부의 모습은 가진 것이 없다 말하지만 많은 것을 가진 이들의 불행을 연상시킨다.
 
두 번째는 인간과 창조주의 관계이다. 감독은 이 영화의 철학적 관점에 대해 인간이 창조주가 되면서 사는 것인지, 창조주가 존재하고 우리가 있는 것인지를 생각해보게 되는 작품이라고 말하였다. 인간은 자신들이 살아갈 공간을 만들고 물건을 만들며 살아간다. 헌데 반대로 인간이 이런 공간과 물건에 지배를 당하며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케이트와 맷은 방이 제공하는 물질적인 풍요로움과 아기의 존재 때문에 집에 갇힌 듯 생활하게 된다.

 

▲ <더 룸> 스틸컷     © (주)퍼스트런 , (주)팬 엔터테인먼트


그들은 주체적으로 삶을 꾸려나가지 못하고 공간과 물건에 예속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소원을 이뤄주는 방 주변은 엄청난 수의 전선들로 이뤄져 있다. 이런 전선들의 모습은 영화 <매트릭스>를 떠올리게 만든다. <매트릭스>는 인간의 기억마저 AI(인공지능)에 의해 입력되고 삭제되어 가상현실 속에서 진정한 삶의 주체가 되지 못하는 인간들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방의 존재는 <매트릭스> 속 가상현실과 같은 허상이다.
 
이 허상에 빠져 부부는 본래의 목적이었던 화가의 꿈과 자신들끼리의 행복한 삶의 모습을 잊어버리고 그들이 바라보고 있는 게 허상임을 인식하지 못한 채 집착을 반복한다. 이런 두 사람의 모습은 창조주에게 영혼마저 빼앗겨 버린 조물과 같다 할 수 있다.
 
<더 룸>은 독창적인 아이디어만을 무기로 내세우는 영화가 아니다. 영화적인 완성도를 고려한 규칙의 설정과 이를 긴장감 있게 이끌어 가는 시나리오의 힘이 매섭고 장르적인 쾌감 속에 철학적인 질문을 내포하면서 사유의 즐거움을 전달한다. 올해 제2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작품상을 수상하며 화제를 모았던 이 영화는 조그마한 방 하나를 가지고 놀라운 마법을 선사하는 기교를 지닌 작품이라 할 수 있다. 25일 개봉. 

 

[씨네리와인드 김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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