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만에 종지부를 찍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을 다룬 ‘살인의 추억’

조현진 | 기사입력 2019/09/24 [15:43]

33년 만에 종지부를 찍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을 다룬 ‘살인의 추억’

조현진 | 입력 : 2019/09/24 [15:43]

33년 만에 종지부를 찍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을 다룬 영화, <살인의 추억>

    

▲     © 조현진


 

대한민국 3대 미제 사건으로 영영 풀리지 않을 것만 같았던 화성 연쇄 살인사건이 33년 만에 증거품에서 나온 DNA 정보와 일치하는 용의자가 발견되면서 진범의 윤곽이 드러났다.화성 연쇄 살인사건이 다시 화제에 오르기 시작하면서 동시에 해당 사건을 바탕으로 한 영화 <살인의 추억>도 재조명이 되고 있다.

 

<살인의 추억>1986년 경기도 화성에서 벌어진 연쇄살인 실화극을 다룬 영화이다. 화성에서 젊은 여인의 시체가 연달아 발견되어 사람들은 불안에 떨기 시작하고, 범인을 잡기 위해 형사들은 사건 발생지역에 특별 수사 본수를 설치하여 범인을 잡기 위해 노력하지만 현장에 털 하나 남기지 않는 치밀한 범행 수법에 결국 수사는 미궁에 빠지고 만다.

 

   

 

-비합리적인 수사 방법, 무고한 피해자들

영화 속 형사 박두만(송강호)은 무당에게 점을 치며 범인을 물어보거나, 주술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등 현재로서는 받아드리지 않는 비합리적인 모든 방법을 사용한다. 범인을 찾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박두만은 결국 폭력적인 방법까지 동원하였으며 무고한 희생자를 만들고 만다. 명확한 증거나 나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심증만으로 의심되는 백광호, 조병순을 구타하고 감금하며, 더 나아가 거짓 자백을 강요한다. 결국, 백광호는 형사로부터 도망가다가 달려오는 기차에 치여 죽게 되고 박두만의 옷과 손에는 백광호의 피로 가득 얼룩지고 만다. 범죄로부터 시민을 보호해야 하는 형사의 손에 오히려 무고한 피해자의 피가 묻은 장면은 무죄추정의 원칙, 인권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성립되기 이전 군부 독재 시대였던 당시 고문과 폭력에 이기지 못하고 거짓 자백을 강요받아 무고한 희생자를 만들었던 한국 사회의 암울했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 <네이버 영화 '살인의 추억' 스틸컷>     © 조현진



 

 

-‘형사로서의 책임감

폭력적이고 주술적인 수사 방식을 사용하는 박두만은 서울에서 파견되어 서류에 기반을 두어 수사하는 서태윤과 끊임없이 신경전을 벌이며 대립한다. 그러나, 처음에는 서로를 무시했던 박두만과 서태윤은 결국 진범을 잡는 과정에서 서로를 닮아 간다. 박두만은 자신의 방법이 틀렸음을 인정하고 서태윤에게 협조하며, 서태윤은 유력 용의자였던 박현규의 무죄를 입증하는 서류 증거를 믿지 못하며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을 보인다. 개인으로서는 너무 다른 두 사람이지만, ‘형사로서는 모두 범인을 잡겠다는 공통된 목표를 향해 나아간 것이다.

 

형사는 사건 현장의 참혹함과 피해자의 고통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바라보며, 무거운 책임감을 어깨에 지고 있다. 영화 속 박두만의 모델이었던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의 담당 형사는 아직까지도 범인의 인상착의를 기억하며 유력 용의자가 다시 발견되었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이제야 마음의 빚을 갚을 수 있게 되었다며 눈물을 보였다고 한다. 영화 속 형사들이 범인을 잡지 못하는 스스로에게 자책하면서도 범인의 행동에 분노하고 끝까지 범인을 잡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영화 관객들에게도 공감과 범인에 대한 분노를 자아낸다.

 

당신은 누구인가

 

    

▲ <네이버 영화 '살인의 추억' 스틸컷>     © 조현진



    

영화 <살인의 추억>은 감독이 영화를 통해 화성 연쇄 살인사건의 실제 범인에게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했다는 사실로 유명하다. 증거 부족으로 풀려나고 만 용의자 박현규에게 던지는 박두만의 명대사 밥은 먹고 다니냐?”는 화면 너머 어디선가 영화를 보고 있을 진범에게 그렇게 끔찍한 일을 저지르고 밥은 먹고 다닐 수 있냐고 묻는 분노 어린 감독의 목소리이다.

 

영화는 결국 사건이 해결되지 못한 채로, 시간이 흐른 후 사건 현장을 둘러보던 박두만에게 한 아이가 범인으로 짐작되는 평범한사람을 봤다는 말을 남기며 화면 너머 범인을 응시하는 박두만을 뒤로하고 끝이 났다. 범인이 그저 평범하다는 말은 결국 범인은 잡히지 않은 채 어디선가 가면을 쓰고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을 것이고, 시간이 지나 겉으로는 평화로워 보이지만 사건은 해결되지 못한 냉담한 현실을 드러낸다.

 

-33년 만에 영화의 종지부를 찍다

이렇게 진실을 밝히지 못하고 그저 가슴 아픈 기억으로만 남을 줄 알았던 화성 연쇄살인사건이었지만, 33년 만에 범인과 DNA정보가 일치하는 용의자를 발견하면서 현실은 영화보다 더 극적인 전환을 맞이하였다. 이에 따라 사람들은 영화 개봉 후 16년 만에 <살인의 추억>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한다. 안타까운 점은 이미 화성연쇄살인사건은 2006년 공소시효가 만료 되어, 용의자가 범인으로 확정이 난다고 하더라도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미치도록 잡고 싶었지만 결국 잡지 못해 씁쓸함을 안겨준 영화와, 수많은 시간이 지난 후에 유력 용의자를 찾았지만 처벌하지 못하는 현실 둘 다 가슴 한편이 무거운 추억으로 남아 있다.

 

<살인의 추억, 2003 개봉, 132>

 

[씨네리와인드 조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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