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봉하는 '미드소마' 감독판..어떤 점이 재개봉 이끌었을까

김준모 | 기사입력 2019/10/02 [17:30]

재개봉하는 '미드소마' 감독판..어떤 점이 재개봉 이끌었을까

김준모 | 입력 : 2019/10/02 [17:30]

▲ <미드소마> 스틸컷.     © (주)팝엔터테인먼트



영화가 감독판으로 재개봉 하는 경우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흥행이다. 작품이 흥행을 하면 팬이 생겨나고, 팬들은 더 많은 이야기를 원한다. 제작자 입장에서는 확보된 관객 수를 통해 더 큰 흥행을 이뤄낼 수 있다는 점에서 감독판 개봉을 추진하곤 한다. 두 번째는 작품이 지닌 힘이나 이야기가 개봉 영화에서 완전히 드러나지 못했다고 느낄 때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킹덤 오브 헤븐>을 뽑을 수 있는데 이 영화의 경우 상영시간이 너무 길다는 이유로 많은 부분을 편집했다. 이후 개봉된 3시간짜리 감독판은 영화에 대한 평가를 완전히 바꿔놓을 만큼 호평을 받았다.

 

<미드소마>는 후자에 가까운 이유로 감독판으로 재개봉 되는 작품이라 볼 수 있다. <유전>을 통해 충격적인 공포를 선보였던 아리 에스터 감독은 '한여름'이라는 뜻을 지닌 이 작품으로 기존 공포영화와는 전혀 다른 색을 지닌 작품을 만들어냈다. '어둠'을 공포의 대상으로 삼는 작품들과 달리 이 영화는 '빛'을 통해 공포를 유발해낸다. 이 빛은 주인공 대니의 심리와 연관되어 있다.

 

이 작품은 <유전>처럼 플롯 자체에서 독특함을 선보이는 영화는 아니다. 문화인류학을 전공하는 미국 대학생들이 논문을 쓰기 위해 스웨덴 유학생 친구를 따라 그의 고향의 '하지제'를 체험하기로 결정한다. 낯선 공간이나 수상한 마을에 갇힌 일행들이 공포를 체험한다는 설정은 공포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플롯 자체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마치 색다른 영화를 보는 느낌을 전해준다. 

 

▲ <미드소마> 스틸컷.     © (주)팝엔터테인먼트



첫 번째는 빛이다. 대부분의 공포영화가 공포를 전달하는 순간에 택하는 색은 어둠이다. 공포는 밤이나 어두운 공간에서 진행되고 주인공들은 어둠 속에서 다가오는 공포에 두려움을 느낀다. 헌데 이 작품은 공동체 생활을 하는 마을을 배경으로 백야 현상 때문에 하루 종일 해가 지지 않는 시기를 배경으로 한다. 이 빛이 공포를 주는 이유는 주인공인 대니가 겪은 과거 때문이다.

 

친구들과 함께 스웨덴으로 여행을 오기 전 대니는 가족을 모두 잃는 슬픔을 경험했다. 그녀는 이 아픔에 괜찮다고는 말하지만 실상은 오열을 꾹 참아내고 있다. 그녀에게 이 슬픔은 절대 남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내면의 두려움이다. 해가 지지 않는 마을의 백야는 그녀가 이 공포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이 공포에는 남자친구 크리스티안과의 관계도 포함된다.

 

가족을 잃기 전 대니는 크리스티안에게 연락이 되지 않는 동생이 걱정된다고 전화했고, 이에 크리스티안은 별 일 없을 거라며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인다. 크리스티안은 가족을 잃은 대니를 위로하지만, 대니는 그 위로에서 진심을 느끼지 못한다. 대니는 자신의 슬픔과 의심을 감추고 싶어 하지만 어둠을 밝혀버린 빛 앞에서 마치 발가벗겨진 듯한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 <미드소마> 스틸컷.     © (주)팝엔터테인먼트



두 번째는 운명론이다. 스웨덴의 공동체 마을에서 집단생활에 신선함을 느끼던 일행은 이들의 축제에서 끔찍한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같이 식사를 마친 노인 부부가 스스로 절벽에서 뛰어내려 죽는 장면이다. 이 모습에 대니와 그녀의 남자친구 크리스티안을 비롯한 일행들은 혼란을 겪는다. 마을 사람들은 이 죽음이 자신들의 문화라는 점을 강조한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자연스럽게 죽는 게 아니라 새로운 생명의 탄생에 맞춰 떠나갈 생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게 자신들의 문화라고 말한다.

 

이 장면은 감독의 전작 <유전>을 보았을 때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 <유전>은 생을 마감한 엄마로 인해 저주가 내려오고, 가족이 끔찍한 비극을 맞이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이 영화에서 애니의 가족에게 닥친 저주는 자신들의 힘으로 이겨내거나 도망칠 수 없는 운명과도 같다. 운명은 신화의 신탁처럼 인간의 힘으로는 이겨낼 수 없는 강한 비극성을 지니고 있다.

 

작품에서 마을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죽음과 삶의 순환은 이 운명과 연관되어 있다. 마을의 문화는 새로운 생명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구성원 중 누군가 꼭 죽어야만 한다는 법칙이 담겨 있다. 이는 모든 인류가 겪는 가혹한 운명이다. 이 운명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순간 관객들은 직감적으로 대니를 비롯한 일행들에게 어떤 일이 펼쳐질지 알 수 있다. 인간의 힘으로 바꿀 수 없는 비극적인 운명을 커다란 스크린으로 바라봐야 된다는 건 그 자체만으로 힘겹고 고통스러운 감정을 선사한다.

 

▲ <미드소마> 스틸컷.     © (주)팝엔터테인먼트



세 번째는 문화와 미장센이다. 작품은 한 마을을 설정하고 그 마을의 독특한 문화를 통해 공포를 준다. 다만 이 문화는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닌 실제 스웨덴의 풍습과 유사점을 보인다. 실제 스웨덴에는 우리로 치면 '하지'와 같은 절기에, 여러 날에 걸쳐 축제를 여는 관습이 있다. 노부부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장면 역시 나라마다 비슷한 풍습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독특한 문화와 이국적인 풍경, 강렬한 색감은 기묘한 느낌을 준다. <미드 소마>가 기존 공포영화와 다른 영화로 느껴지는 이유는, 해당 문화에 대한 감독의 이해와 표현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아리 에스터 감독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 총 10편의 영화를 참고했다고 한다. 한국 영화 <지구를 지켜라> 역시 이 목록에 포함되어 있다. 그만큼 감독이 다양한 작품을 참고했고, 그를 다채롭게 이 영화에 녹여냈다. 독특한 미장센과 조명의 표현, 사이키델릭한 톤은 익숙함 속에서도 새로움을 표현하려는 노력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미드 소마> 감독판은 아리 에스터 감독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와 표현하고 싶었던 미장센을 고스란히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는 단 두 편의 영화를 통해 공포영화계를 이끌어갈 차세대 주자로 떠올랐다. 이번 감독판 재개봉은 영화의 팬들에게도, 이 영화를 미처 스크린에서 감상하지 못한 관객들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씨네리와인드 김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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