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신의 사랑의 형태는 어떠한 모습인가?

'시인의 사랑' - 사랑의 형태

정유진 | 기사입력 2019/10/04 [20:55]

지금 당신의 사랑의 형태는 어떠한 모습인가?

'시인의 사랑' - 사랑의 형태

정유진 | 입력 : 2019/10/04 [20:55]

 

 초등학교에서 기간제로 일하던 시인의 수업 시간에 한 초등학생이 시를 낭독한다.

사랑이란, 하나 남겨진 군만두를 너에게 주는 것, 네가 나에게 오면 도망가는 것

 

 

  우리, 아니 개개인이 생각하고 지향하는 사랑이란 무엇일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된다. 흔히 노래 가사에 들리듯이 만남과 헤어짐이 반복되는 사람들, 성적 취향이 독특한 사람들도 그들만의 방식대로 사랑하며 살아간다. 이 영화 속 시인의 사랑은 어떤 형태였을까.

 

 

  먼저 시인(현택기)이 살아가는 곳은 사람들이 드문 제주도에서 시작된다. 시인은 시를 쓰는 재능도 없었고, 먹고살 돈은 당연히 없었다. 제주도 토박이인 시인은 그래서인지 더욱더 외롭고 고립된 삶을 살아간다. 그런 삶 속에서 가게를 하는 시인의 부인은 무능한 남편을 구박한다. 그 와중에 시인은 진정한 시를 쓰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진지한 고찰 뒤, 시인의 등 뒤로 아이를 갖자고 재촉하는 부인의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린다. 하지만, 시인은 정자 감소증으로 정자가 부족했고, 더군다나 아이를 양육할 돈은 더없이 부족했다.

 

▲ 시인(현택기)과 부인이 함께 산부인과를 찾은 장면   © daum 포토뷰어

 

 어느 날, 동네에 도넛 가게가 생긴다. 시인은 그곳의 아르바이트생 소년(정가람)이 계속 신경 쓰이게 되는데 소년 또한, 시인 부부처럼 살아가는 삶이 고단했기 때문이다. 아르바이트하며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병중에 앓아누운 아버지를 열심히 보살피기까지. 소년의 엄마는 생계를 꾸리기에 여념이 없어 그런 소년의 노력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그렇게 소년과 시인은 서로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 소년(정가람)과 시인이 처음 만난 장면   © daum 포토뷰어

 

▲ 소년(정가람)과 시인이 함께 걷는 장면   © daum 포토뷰어

 

  한편, 시인의 아내는 무심코 바라본 남편의 글 속에서 소년의 존재를 알게 된다. 시인은 사실대로 아내에게 소년의 존재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러자, 아내는 임신 사실을 알린다. 수많은 인공수정의 노력 끝에 임신 사실은 시인에게도 다르게 다가왔다. 시인은 소년을 멀리하려고 다짐한다. 그런 시인의 모습에 소년은 상처를 받는다. 며칠 후, 소년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그곳을 찾아간 시인은 소년에게 상처를 주는 어머니에 맞서 보호해준다.

아니 얘가 원해서 여기 있는 게 아니잖아요. 얘가 원해서 이렇게 된 게 아니잖아요.”

 

  그런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시인은 소년에 대한 사랑이 아내보다 크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렇게 시인은 아내에게 헤어지자 말한다.

이건, 사랑이 아니야...”

아내는 울며불며 밉지만, 진정으로 사랑하는 남편을 붙잡는다.

내가 다 해줄게. 가지마 옆에만 있어. 원래 있던 대로만 있어 줘.”

난 너 없으면 죽어”, “처절하지 않으면 사랑이 아니야.”

시인은 집을 나오며, 소년에게 찾아간다. 시인은 소년에게 같이 떠나 살 곳과 함께 떠나자고 말하지만, 소년은 매몰차게 거절하고, 결국엔 몸싸움 끝에 헤어지게 된다.

 

  시간이 흐르고, 시인의 첫 아이의 돌잔치 날이었다. 문학상을 받게 된 시인은 출판 기념회 날에 택배 일을 하는 소년과 우연히 마주치게 된다. 소년은 과거에 시인의 아내를 통해서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고, 결국 시인과 함께 떠나지 못했던 사실을 털어놓는다. 그런 소년에게 시인은 서울로 떠나라며 돈을 건네주고 소년을 응원한다. 그를 보낸 뒤 시인은 자신의 아이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영화 속 주인공들의 사랑 이야기는 끝이 난다.

 

 “자신의 슬픔밖에 보지 못하는 사람이란 얼마나 어리석고 이기적이니. 그렇지만 세상에 자기 혼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뭐가 필요한지 정도는 알고 있어. 그건 한 사람이야. 무슨 일이 있어도 같이 있어 줄 수 있는 단 한 사람.”

시인이 아내를 떠날 때 하던 말이다. 이 말에 그의 진정한 사랑의 형태가 보였다. 시인은 어쩌면 소년과 함께 그들을 가두게 했던 세상의 벽을 깨고 싶었던 것 같다. 또한, 시인 자신이 처한 험난한 현실에 아내를 포함하여 아무에게도 위로를 받지 못하였는데, 별 볼 일 없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공감해주는 소년에게 사랑을 느꼈을 것이다. 똑같이 소년도 자신이 처한 고통을 드려다 봐주고 해결해주는 최초의 존재였던 시인과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러한 사랑의 형태를 바라볼 때 몇몇 우리들은 멀리서 남자끼리 사랑하는 퀴어 영화네라고 생각하며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서로가 서로에게 자신의 보살핌이 필요한 존재, 누군가의 보살핌이 필요한 사람들끼리 만난 지극히 평범한 사랑의 감정들로 가득 채워진 이야기였다. 신동엽의 시 껍데기는 가라에서도 알맹이는 남고, 껍데기는 제발 가라라는 유명한 문구가 생각났다. 진정한 사랑이 아닌 껍데기는 제발 가라고. 시인이 사랑을 대하는 태도와 방식에 위로의 응원을 해주고 싶다.

 

 지금 당신에 사랑의 형태는 어떠한 모습인가?

 

[씨네리와인드 정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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