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사랑에 내재된 계급적 구분과 아메리칸 드림

걸작 '타이타닉'

오승재 | 기사입력 2019/10/07 [11:20]

아름다운 사랑에 내재된 계급적 구분과 아메리칸 드림

걸작 '타이타닉'

오승재 | 입력 : 2019/10/07 [11:20]

  © 파라마운트 픽처스

 

 

타이타닉20세기 최악의 해난 사고로 기록된 타이타닉 호의 침몰을 각색한 작품으로 보물을 찾는 이가 잠수함을 타고 배 속의 보물을 찾다가 한 장의 누드 크로키를 발견하면서 스토리가 전개된다. ,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타이타닉호 침몰이라는 역사적 사실과 허구를 조합하여 남녀 간 사랑을 다뤘다. 타이타닉은 18억 달러의 수익을 창출하며 멜로 영화 흥행에 지평을 열었다. 해당 영화를 특별하게 만든 요소는 단순히 잭 도슨(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과 로즈 드윗 부카더(케이트 윈슬렛)의 러브스토리 뿐만 아니라 계급적 굴레의 모순, 해당 계급을 극복하는 과정에 기인한다. 영화는 보물 사냥꾼이 누드크로키의 주인공인 로즈를 찾아가 과거의 일을 회상하는 플래시백을 통해 침몰 전 배 안에서 있었던 사실을 조명한다. 그 안에서 철저히 계급으로 나눠진 배 안에서 초래되는 프롤레타리안와 부르주아의 명확한 빈부격차, 부르주아의 우월주의와 가난한 자에게 행해지는 차별 그리고 계급적 차이의 극복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타이타닉 호는 물질만능주의에 지배된 사회의 메타포

 

여주인공 로즈는 재벌 귀족 약혼자이자 소위 말하는 부르주아 계층에 속하는 여인이다. 사회의 계급은 배 안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타이타닉호 1등선에 승선한다. 반면 화가 잭은 전형적인 프롤레탈리아로 부두의 술집에서 도박으로 겨우 3등실 탑승권을 구매하여 탑승하게 된다. 이들의 차이는 영화 초반부에서부터 강조된다. 부르주아들은 직원들에 팁을 건네며 검사 없이 환대를 받으며 배에 탑승하지만 이외의 계층은 철저한 검사와 건강 등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만 한다. 배 속 계급적 차별은 더욱이 심각하다.

 

타이타닉 호는 철저히 외향적 멋을 우선시한 반면 승객들 특히 3등실에 탑승한 자들의 안전은 후순위였다. 외관상 모습의 이유로 구명보트의 숫자를 줄였고 그 결과 훨씬 더 많은 사상자를 초래하게 되었다. 계급적 차별이 가장 두드러지는 씬은 바로 배가 침몰할 때이다. 위급상황 시 가장 최적의 탈출구조로 탈출을 행하는 부르주아와 달리 3등석에 탑승한 이들은 쇠창살로 막힌 문에 갇힌 채 구조대상으로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 물질적 요소로 철저히 계급으로 나누는 타이타닉 호에서 생존의 우선순위 또한 부유층이다.

 

 

 

계급으로 얽매인 삼각관계

 

▲ 하층민 잭과 상류층 칼, 로즈 간의 삼각관계     © 파라마운트 픽처스

 

로즈의 약혼자 칼은 철강 부호 아버지의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아 소위 말하는 금수저이다. 어린 시절부터 귀족의 행동양식을 배우고 체화한 그는 권위의식으로 가득하다. 돈이 권력이자 자신의 전부로 여기며 본인보다 낮은 계층으로 여겨지는 이들은 철저히 무시하고 하대한다. 아내인 로즈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사랑의 주체가 아닌 하나의 소유물로 여기고 상류층의 행동양식을 강요한다. 상류층을 상징하는 Heart of Ocean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건네며 부인에게 상류층의 가치를 주입한다. 다이아몬드의 소유는 곧 귀족적 위치를 대변한다고 믿으며 로즈는 그저 칼을 빛내는 액세서리에 불과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계급과 자본은 최상위 가치이다. 이 모두를 칼에게 부여받은 로즈는 자신의 모든 가치를 칼에게 전달해야만하고 칼의 가치관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대타자인 어머니 루스는 상류계층에 머물고자 하는 욕망을 딸 로즈에게 투영한다. 사회적 가치와 대타자의 욕망에 로즈는 부응해야만 하는 처지이다. 로즈는 육체적, 정신적으로 칼에게 완전히 지배되어 있는 상태이다. 이때 하층민 잭의 등장은 로즈가 갇혀있던 탐욕적 상징계를 자각하고 주체적 사고를 지닌 자가 되는 계기가 된다. 집안을 부양 및 부흥시키기 위해 사랑하지 않음에도 칼과 결혼한 로즈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다. 극단의 비극 속 잭은 특유의 긍정적 태도를 토대로 한 말재주를 통해 로즈를 설득하여 그녀를 구한다.

 

잭과 칼의 차이점은 바로 삶의 가치점이다.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 성장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돈이 최우선의 가치이자 목표이다. 상류층에서 많은 혜택과 권리를 누리고 있는 칼은 물질적 가치가 곧 본인을 대변한다고 믿는다. 상류계층 이외의 사람들은 동등한 인격체로 간주하지 않고 이들을 철저히 무시한다. 이러한 칼의 삶과 지향점은 그의 삶에 족쇄가 된다. 로즈의 회고록에 작성된 바와 같이 1929년 칼은 주가 폭락을 겪으며 자살을 한다. 신분 유지와 권위의식과 같은 허영심으로 삶을 지탱한 그에게 돈이 없는 삶은 존재가치가 소멸되었을 확률이 농후하다. 반면 잭은 돈이 없으면 극한의 고통과 사회의 부정적 시선을 받아야 하는 하층민에 속해있음에도 삶 그 자체에 가치를 부여하며 행복을 추구한다. 잭에게 삶은 선물이다. 사회가 요구하는 주요 가치인 돈과 명예 따위에 선물을 훼손 혹은 낭비하지 않고 매 순간에 감사해한다. 잭의 주체성과 긍정적 사고는 로즈가 상류층에 머물기 위해 치열히 사투했던 삶 속에서 큰 자극점이 된다. 잭은 겉치레와 가식 따위는 통용되지 않는 3등석 파티장에 로즈를 데려가 마음껏 춤을 추며 자유를 느낀다. 이후 잭은 영화의 상징인 로즈의 초상화를 그려주며 관계가 발전되고 로즈는 타이타닉의 최종 목적지인 미국에 도착하면 도망가 같이 살기로 약속한다. 타이타닉은 삼각관계를 통해 자본주의의 비참한 폐해와 행복은 계급 순이 아님을 강조한다.

 

 

계급적 차별 전치의 위험성

 

타이타닉의 배경인 1920년대와 마찬가지로 영화가 개봉한 1998년 그리고 현재 2019년에도 사회의 중심축은 자본이다. 자본으로 서열을 나누며 부유한 이들이 부와 기회를 독점하는 형태는 현 시국에 가장 논란이 많은 문제이다. 이때 해당 영화는 계급적 문제를 매우 효과적으로 지적하고 극복의지를 드러내는 메시지를 전달했지만 자본주의의 문제를 1920년 대 사건으로 전치하며 현재는 해당 문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 비춰진다. 더 나아가 자본주의 문제가 개인 극복 의지와 로맨스에 의해 해결 가능해 보인다.

 

▲ 상류층과의 식사에서 특유의 유쾌함을 보여주는 잭     © 파라마운트 픽처스

 

잭이 로즈를 구해준 대가로 초대받은 상류층 식사자리는 영화에서 재현된 계급적 구분이 단순 기표를 통해 극복가능하도록 재현되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잭은 상류층의 옷을 완벽하게 소화하고 까다로운 상류층의 식사예절도 도움을 통해 잘 적응한다. 더 나아가 잭이 하층민임을 들추며 망신을 주려는 로즈 어머니와 칼의 무례한 태도에도 당당하고 재치 있게 맞받아친다. 해당 씬을 통해 잭은 식사자리에 있는 이들의 우호적 반응을 이끌어냄과 동시에 상류층의 허상인 권위의식을 폭로한다. , 철저히 자본으로 형성된 수직적 권력 구조의 차이를 좁힐 수 있는 요소가 자본이 아닌 상류층의 기표인 옷, 예절임을 나타낸다.

 

당당하고 주체적인 화가 잭은 자신이 미국인임을 강조하며 향후 자신의 미래에 대해 맹목적인 신뢰를 보이는 아메리칸 드림의 메시지를 강조한다. 또한 로즈가 배에서 구조되어 자유의 여신상을 바라보는데 이는 계급적 차별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 자유의 여신상은 계급적 차별 없이 누구나 평등한 기회 속 성공을 도모하는 아메리칸 드림을 내포한다. 이후 로즈의 꿈에서 1등석, 3등석 구분 없이 모두가 식당에 모여 잭과 로즈의 사랑을 축복하는 씬은 평화와 화해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물론 잭과 로즈가 보여준 아름다운 사랑과 계급적 투쟁은 충분히 현대사회에 깊은 울림을 전달했다. 다만 기득권층이 돈과 권력을 독점하고 이들이 생산한 법과 규율 그리고 이로 인해 초래되는 극심한 양극화문제를 단순히 과거의 문제로 치환한 점과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는 아메리칸 드림에 대한 환상과 대중들이 자본주의의 심각성을 냉철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게 될 위험성이 있다.

 

 

 

 © 파라마운트 픽처스

 

타이타닉은 보편적 사랑이야기를 초월해 계급적 문제를 지적함과 동시에 잭과 로즈의 비극적 결말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의 폐해를 효과적으로 비판했다. 완벽한 미장센과 이 속에서 배우들의 완벽한 대사와 연기와 효과들은 비록 타이타닉 호는 가라앉았지만 주인공들의 사랑과 해당 영화는 영원히 가라앉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돈을 삶의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상류층 칼의 비극적 선택과 대조되는 잭의 삶에 대한 감사함과 행복을 토대로 보여주는 유쾌함은 자본주의 사회 속 관객들에 삶의 절대적 가치에 대한 의문을 던지게 한다.

 

다만 막스주의(Marxism)적 관점에서 봤을 때 잭의 낙관적 태도와 아메리칸 드림은 하층민을 대표하기에 무리가 있다. 경제 자본, 문화자본의 격차로 인해 초래된 계급과 심각해지는 빈부격차 속 삶을 영위하는 하층민들이 낙관적 태도를 갖기란 굉장히 어렵다. 당대 사회 그리고 현대사회의 모순을 직시하며 지속적으로 의문과 비판을 제기해야할 시점에서 맹목적으로 물질적 성공과 노력의 비례를 강조하는 아메리칸 드림을 믿는 순응적 태도는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타이타닉을 통해 얻은 계급에 대한 문제의식 현 사회에 적용해 비판적 사고와 보다 넓은 시야를 함유할 필요가 있다.

 

[씨네리와인드 오승재]

 

 

보도자료 및 제보 : cinerewind@cinerewind.com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