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선 팔아 돈을 모으는 소년, 이 소년의 사소한 꿈은 [DMZ]

[리뷰] 영화 ‘고철더미에서 피는 꿈

한재훈 | 기사입력 2019/10/11 [23:30]

구리선 팔아 돈을 모으는 소년, 이 소년의 사소한 꿈은 [DMZ]

[리뷰] 영화 ‘고철더미에서 피는 꿈

한재훈 | 입력 : 2019/10/11 [23:30]

▲ 영화 '고철더미에서 파는 꿈' 스틸컷.     ©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주인공 말룩과 그의 친구들은 버려진 도시를 돌아다니며 구리선을 모아 돈을 모은다. 이들은 왜 구리선을 모으는 것일까?

 

제11회 DMZ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상영된 작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을 꼽으라면 이 영화를 꼽고 싶다. ‘고철더미에서 피는 꿈’이라는 다소 궁금증을 일으키는 제목의 이 작품에 혹해 선택하게 된 작품이었지만, 영화는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괜찮은 작품이었다. 

 

이란의 다마스쿠스 인근 자르묵이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이 작품은 IS에 의해 폐허가 된 도시, 그리고 폐허가 된 이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조명한다.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내세울 것 없고, 힘든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임과 동시에 매우 사실적인 모습들을 보여주는 현실의 대변인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영화에 등장하는 이들에게는 목표가 하나 있다. 이들의 꿈은 돈을 많이 벌어서 부자가 되는 것, 크고 좋은 집에서 사는 것들이 아니다. 이런 것들은 생각지도 않는다. 대신 가족과 함께, 친구, 오빠, 동생, 언니 등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안정적으로 사는 것을 꿈꾸며, 콘서트를 열기를 소망한다. 남자 아이들은 구리선을 모아 돈을 모으고, 여자 아이들은 다른 방법으로 각자 자신들의 역할을 통해 돈을 모은다. 이들이 돈을 모아서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다소 의아하고 어이 없을 수도 있지만, 그 무엇도 아닌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노래를 들려줄 수 있는 작은 콘서트를 여는 것이다. 

 

▲ 영화 '고철더미에서 피는 꿈' 스틸컷.     ©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이들이 콘서트를 열고자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자신들이 세상에 하고 싶은 말들, 메시지들을 세상을 향해 하고자 하는 것이다. 관객이 얼마나 오는지는 아무래도 상관없다. 이들은 누군가에게, 누군가가 자신들의 말을 들어주기를 원하면서도 자신들이 바라는 더 나은 세상의 모습을 그리고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물론 세상을 살면서 자신의 뜻대로 순탄하게 흘러가는 경우는 많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지 못하듯이, 말룩과 그의 친구들, 가족들이 꿈꿨던 콘서트라는 목표를 이루기까지의 과정에는 여러 역경들이 찾아온다. 말룩과 그의 누나들은 보호자 없이 자기들끼리 콘서트를 위한 장소, 악기 등 대관을 위해 담당자를 만난다. 이들이 만난 사람은 겉으로는 값을 많이 깎아주는 것처럼 보이나, 실제로 처음부터 높은 가격을 부르고 이를 다시 낮춰 싸게 해 주는 척한다. 아이들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도 높은 가격이었음에도, 말룩과 누나들은 이에 기죽지 않고 어떻게든 콘서트를 열기 위해 노력한다. 

 

이 영화가 사람들에게 아름답게 와 닿는 이유는 작품 안에 대단한 뭔가가 있어서가 아니다. 영화 안에 대단한 누군가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엄청난 비밀이나 반전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단지 ‘고철더미에서 피는 꿈’은 세상의 때에 물들지 않은 순수한 어린아이의 시각에서 이들의 삶의 모습을 꾸밈 없이 보여주기 때문이다. 친구들끼리 싸우는 장면에서 말룩은 촬영자에게 직접적으로 촬영하지 말라고 화를 내기도 하고, 말룩의 사소한 점까지도 관찰하는 부분에서는 말룩의 시선과 높이에서 바라보기도 한다. ‘고철더미에서 피는 꿈’은 큰 사건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이 아닌 소소한 삶의 모습을 그렸을 뿐이지만, 이러한 점이 오히려 이 작품에서는 매우 큰 매력이자 중요한 요소라 볼 수 있다.

 

전쟁은 어디에서, 언제 벌어지든간에 결국 모두에게 상처만을 남긴다. 당장 누군가에게는 이득이 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 전쟁은 당장 살아남기 위해 하는 것일수도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한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다고 볼 수도 없다. 전쟁의 결과 속에서 살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는 특별한 것이 없음에도 살아가는 이들의 매 순간은  어떻게 보면 보석 같은 시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삶과 시간의 소중함, 그리고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한 이들의 모습을 통해 과연 우리는 무엇을 느낄 수 있을까? 

 

[씨네리와인드 한재훈]

 

 

보도자료 및 제보 : cinerewind@cinerewind.com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