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 래빗> 2차 대전의 완벽한 변주,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프리뷰] '조조 래빗' / 2월 05일 개봉 예정

김준모 | 기사승인 2020/01/28 [09:56]

<조조 래빗> 2차 대전의 완벽한 변주,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프리뷰] '조조 래빗' / 2월 05일 개봉 예정

김준모 | 입력 : 2020/01/28 [09:56]

▲ '조조 래빗' 포스터.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수전 캠벨 바톨레티의 저서 <히틀러의 아이들>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지배 하에서 독일 청소년들이 얼마나 깊게 그 사상에 빠졌는지를 히틀러청소년단 조직을 통해 보여준다. 나치 사상에 심취한 아이들은 사랑을 알기 전 증오를 배웠고 나치 사상을 욕하는 부모를 당에 고발하기도 하였다. <조조 래빗>은 이런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선사한다.

 

10살 소년 조조는 나치 사상에 심취해있다. 그의 상상 속 친구가 히틀러인 만큼 당에 충성하고 유대인을 만나면 모조리 죽이겠다는 생각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또래보다 작고 신발 끈 하나 묶을 줄 모르는 조조는 히틀러 캠프에서 조롱과 놀림의 대상이 된다. 토끼를 죽여보라는 조교의 말에 조조는 망설이고 이 일로 '겁쟁이 조조'를 뜻하는 '조조 래빗'이란 별명을 얻게 된다.

 

이를 이겨내고자 상상 속 친구 히틀러와 대화를 나누던 조조는 오버해서 수류탄을 던지다 부상을 당하고 만다. 이 사고로 나치를 위해 전선에 나설 수 없게 된 조조는 선전물 붙이기, 금붙이 모으기 등 잡다한 업무를 수행한다. 상심에 빠져 있던 조조는 우연히 위층 엄마 방에 올라갔다 어마어마한 발견을 하게 된다. 바로 벽 안 비밀 공간에 유대인 소녀가 숨어있었던 것이다. 유대인을 만나면 죽이겠다는 포부도 잠시, 자신보다 훨씬 크고 미스터리한 존재인 아름다운 엘사 앞에 조조는 공포와 사랑을 동시에 느낀다.

 

▲ '조조 래빗' 스틸컷.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작품은 두 가지 측면에서 2차 세계대전을 재현하는 것에 대한 색다른 변주를 시도한다. 첫 번째는 풍자다. 영화 속 히틀러 캠프의 모습은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다. 어린 아이들은 단도를 쥐고 훈련을 하다 상대를 찌르는가 하면 유대인의 모습을 머리에 뿔이 달린 악마라고 배운다. 여기에 여자 아이들에게는 아이들을 많이 낳아 전쟁에 보탬이 되게 하기 위해 임신하는 법을 가르친다. 당시 독일 나치가 청소년들에게 한 만행을 유쾌하게 표현한 장면은 관객들에게 씁쓸한 웃음을 남긴다.

 

중간 중간 등장하는 조조의 친구 요키는 나치와는 멀어진 조조에게 그들의 행동이 얼마나 한심한지 알려준다. 전선에서 이기고 있다는 거짓말은 물론, 어린 아이에게 미사일포를 맡기고 자살 테러를 시키는 모습은 '하일 히틀러'라는 결의에 찬 구호와 달리 질척이는 모습을 보인다. 여기에 시니컬하게 나치를 비판하는 귀여운 요키의 행동은 웃음을 자아낸다.

 

이 같은 풍자의 절정은 단연 조조의 히틀러 분신이라 할 수 있다. 감독이 직접 연기한 이 캐릭터는 유대인을 보고 겁에 질리는가 하면 통통한 배로 우스꽝스런 춤을 추기도 한다. 하지만 조조의 사상이 약화되었을 때 고함을 지르고 유대인을 죽이라 강요하는 등 나치 사상이 당시 독일 청소년들에게 얼마나 깊은 영향을 주었고 세뇌를 시켰는지 알 수 있다. 이 점이 가슴 아픈 건 조조란 소년이 착한 심성을 지닌 아이라는 점 때문이다.

  

▲ '조조 래빗' 스틸컷.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두 번째는 상상력이 풍부한 착한 소년 조조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점이다. 조조는 유대인이 악마인 그림을 그리고 언젠가 히틀러와 만나겠다는 포부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토끼 한 마리 죽이지 못한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 그는 착한 심성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조조와 엘사의 만남은 묘한 시너지를 낸다.

 

조조는 엘사를 악마이자 처단해야 될 유대인이라 생각하지만 동시에 이성으로 사랑하게 된다. 그녀의 남자친구를 사칭해 이별을 고하는 편지를 쓰지만 이내 실의에 빠져 보이는 엘사를 위해 다시 마음이 바뀌었다는 편지를 쓴다. 이러한 조조의 순수하고 착한 내면을 보여주면서 상상 속 친구인 히틀러 대신 진짜 친구인 엘사에게 마음을 여는 모습을 영화는 코믹하게 담아낸다.

 

나치 소년과 유대인 소녀의 우정과 사랑, 2차 대전 당시 청소년들을 사상적으로 물들인 나치에 대한 풍자, 유머러스한 연출과 상상력이 가득한 표현을 선보이는 이 작품은 조조의 어머니 로지 캐릭터를 통해 자칫 난잡해질 수 있는 극의 균형을 잡는다. 로지는 중요한 두 가지 주제의식을 내포한 인물이다. 첫 번째는 사랑이다. 사랑은 모든 증오와 아픔을 녹일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다.

 

▲ '조조 래빗' 스틸컷.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딸을 잃고 남편의 생사를 알 수 없는 로지는 본인이 힘든 와중에도 다른 사람들에게 사랑을 주기 위해 노력한다. 조조를 향해 '사자'라 부를 만큼 남을 해치는 게 아닌 지키는 용기를 북돋아주기 위해 노력하고 딸의 친구였던 엘사를 집에 숨기고 자신이 먹을 것을 나눠주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로지의 사랑은 당시 독일이 잃어버렸던 가치를 다시 조명한다.

 

두 번째는 희망이다. 시종일관 유쾌하게 춤을 추는 로지의 모습은 극적인 재미와 함께 희망을 보여준다. 춤은 즐거움을 상징한다. 로지의 상황은 전혀 즐거워 보이지 않지만 그녀는 춤을 춘다. 그 이유는 조조에게 즐거움이란 희망을 주기 위해서다. 히틀러소년단에 갈 수 없는 조조에게 그보다 더 큰 즐거움이 삶에도 있음을 알려주기 위해 노력한다. 이런 로지의 모습들은 주제의식을 확고히 만들며 드라마적인 흐름을 집중력 있게 잡아낸다.

 

과거 유럽에서 유대인은 잔인하고 난폭한 토끼에 비유되었다. 나치의 유대인 학살과 그 정당성은 토끼를 자기들 마음대로 잔인하고 난폭하다 여긴 상상에서 비롯된다. 조조는 토끼를 죽이지 못했다는 이유로 겁쟁이라 놀림 받는다. 하지만 겁쟁이인 조조이기에 타인의 두려움을 알고 그 내면을 들여다 볼 줄 안다. 이 동화와 같은 이야기는 2차 대전을 다룬 영화들 사이에서 자신만의 독창적인 영역을 확보한 인상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덧붙이는 말|본 글은 씨네리와인드가 <오마이뉴스>에도 제공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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