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프 콜> 이념의 시대를 벗어난 색다른 잠수함 활용법

[프리뷰] '울프 콜' / 3월 05일 개봉 예정

김준모 | 기사승인 2020/02/21 [15:30]

<울프 콜> 이념의 시대를 벗어난 색다른 잠수함 활용법

[프리뷰] '울프 콜' / 3월 05일 개봉 예정

김준모 | 입력 : 2020/02/21 [15:30]

▲ '울프 콜' 포스터  © 판씨네마(주)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붉은 10월>, <특전 유보트>, <U-571>, <K-19 위도우메이커>. 이 영화들의 특징은 2차 대전과 이념대립을 배경으로 했다는 점이다. “눈에 띄지 않고 조용하게 죽음을 가져 온다”는 잠수함의 모토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이념과 사상의 대립과 이로 인한 죽음의 시대는 잠수함이란 소재와 잘 어울리는 때라고 할 수 있다. <울프 콜>은 이런 이념의 시대를 벗어난 현대의 전쟁을 다룬다. 

 

<울프 콜>이 바라본 현대의 전쟁과 잠수함의 공통점은 어둠이다. 깊은 심해를 이동경로로 삼는 잠수함은 그 밖을 볼 수 없다. 그래서 잠수함 밖에 어떤 상황이 펼쳐지는지 자신들에게 닥친 위험의 정체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힘들다. 과거 냉전시대에는 적을 규정하기 쉬웠고 상대의 목적을 알 수 없어도 그 존재가 위협이 된다는 점을 간파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대는 그런 셈법이 더욱 복잡해졌고 난해해졌다.

 

▲ '울프 콜' 스틸컷  © 판씨네마(주)

 

‘007 시리즈’ 같은 냉전 당시를 배경으로 했던 작품들이 인기를 잃어가는 이유 역시 이와 유사하다 할 수 있다. 세상은 갈수록 난해해져 가는데 영화의 세계관은 단순한 이분법이다. 밖을 볼 수 없는 잠수함처럼 현대의 전쟁이라 할 수 있는 정보전은 상대의 목적이 무엇인지 적의가 있는 건지 파악하기 어렵다. 제목 ‘울프 콜’은 이런 어둠과 연관되어 있다.

 

잠수함이 적군의 능동소나(SONAR)에 탐지되었을 때 울리는 늑대 울음소리를 닮은 경고 시그널인 ‘울프 콜’은 잠수함 내부에서 외부를 추측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음향탐지사인 ‘황금 귀’ 샹트레드는 오직 이 소리만으로 외부의 상황을 유추해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잠수함은 작전을 전개한다. 하지만 청각은 시각처럼 모든 걸 바라볼 수 없기에 흔들리기 마련이다.  

 

▲ '울프 콜' 스틸컷  © 판씨네마(주)

 

샹트레드는 ‘울프 콜’을 보낸 미학인 잠수함의 흔적을 놓치면서 동료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실수를 저지른다. 그는 동료들을 지키기 위해 더욱 음향을 구별하는 일에 매진한다. 잠수함이란 공간에는 계급도 차별도 편견도 없다. 모든 이들이 오직 살아남기 위해 서로를 신뢰하고 합심한다. 밖을 알 수 없는 그들에게는 선택 한 번 한 번이 신뢰의 표시이며 목숨을 건 선택이다.

 

이런 잠수함이 지닌 특징을 바탕으로 안토닌 보드리 감독은 기존 전쟁영화들과는 다른 시도를 선보인다. 외교관 출신인 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의 관계를 잠수함 안에 축소시킨다. 핵 탄도 미사일을 보유한 핵 탄도 미사일 잠수함(SSBN)과 이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핵 추진 공격 잠수함(SSN)의 목적은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게 아닌 전쟁을 억제하기 위해서다.

 

▲ '울프 콜' 스틸컷  © 판씨네마(주)

 

‘전쟁 억지력’이란 단어는 핵 확산 금지 조약을 맺은 현대의 전쟁이 어떤 방식으로 굴러가는지 보여준다. 상대를 때려 힘을 과시하는 게 아닌 핵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보여줌으로 전쟁을 할 엄두도 못 내게 만드는 것이다. 기존 전쟁을 소재로 한 액션 영화가 때리는 데에 집중하는 시대의 흐름을 보여줬다면 이 작품은 그 반대로 멈추게 만드는 힘을 조명하며 기존 잠수함 소재 영화들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현대에 맞춰 새로운 감각을 얻은 것이다.

 

여기에 시각과 청각을 동시에 사로잡는 특징은 추리의 매력을 선보인다. 샹트레드가 음향을 통해 외부 상황을 추측하고 이 상황이 잠수함 밖에서 어떻게 벌어지는지 보여주며 정답 맞추기의 스릴감을 보여준다. 거대하고 웅장한 잠수함의 외형과 디테일하게 표현된 내부는 시선을 사로잡는다. 병사들의 우정과 사랑을 보여주는 지점은 전형적이지만 감정적인 깊이를 보여주며 극에 몰입을 더한다.

 

<울프 콜>은 잠수함을 과거에만 머무르게 만드는 기존의 메커니즘에서 벗어나 새로운 문법을 선보인다. 국제사회가 지닌 관계를 잠수함에 담아내고자 한 안토닌 보드리 감독의 도전은 그 나름대로의 성과를 거두며 깊은 인상을 남긴다. 장르적인 쾌감을 놓치지 않으면서 새로운 판을 깔 줄 아는 이 영화의 미덕은 바다에 가라앉은 줄 알았던 잠수함 영화의 매력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할 수 있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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