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아래 가려진 '전쟁 성범죄'를 말하다

영화 <주전장>과 <제로 임퓨니티>

김준모 | 기사승인 2020/02/27 [11:09]

수면 아래 가려진 '전쟁 성범죄'를 말하다

영화 <주전장>과 <제로 임퓨니티>

김준모 | 입력 : 2020/02/27 [11:09]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지난해 국내에서 가장 큰 화제를 모은 다큐멘터리를 뽑자면 <주전장>이라 할 수 있다. 일본계 미국인 미키 데자키가 만든 이 작품은 제목 그대로 위안부의 '주 전장'에 뛰어들어 양쪽의 이야기(위안부의 강제성과 일본정부의 책임에 대해 찬반양론을 펼치는)를 들으며 팩트 체크에 몰두한다. 어쩌면 우리 문화계가 진정으로 관심을 갖고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투자를 해야 될 이야기를 일본계 미국인이 대신 해준 것이다.
  

▲ '주전장' 스틸컷  © (주)시네마달

 

이 작품에서 인상적인 점은 '왜 위안부 문제의 주 전장이 미국까지 확대되었나'이다. 실제로 일본 정부가 불쾌함을 표하는 문제도 여기에 있다. 미국에까지 위안부 문제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 일본 극우들의 주장이다. 그들은 위안부가 있었다는 걸 부인하지 않지만 그 강제성에는 의문을 표한다. 어찌 성노예가 많은 돈을 모을 수 있으며 군인들과 함께 파티를 즐길 수 있었느냐며 되묻는다.
 
또 2차 대전 당시 미군이 작성한 문서를 빌미로 위안부가 강제성이 없었다는 점을 들먹이며 위안부 할머니들의 일관되지 않은 증언 역시 이들의 먹잇감이다. 이에 미키 데자키 감독은 싸움을 건 일본 극우들을 이기기 위해 아군을 끌어 모은다. 일본 내부에서 양심을 지니고 목소리를 내는 이들과 한국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발 벗고 나서는 이들이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의 인터뷰를 통해 그는 극우 인사들의 거짓을 하나씩 까발린다.
 

▲ '주전장' 스틸컷  © (주)시네마달

 

과거 미국의 흑인 노예들도 그 주인들에 의해 파티에 참여하고 외출도 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노예의 이미지(마치 차가운 지하에 갇혀 쇠사슬이 다리에 묶여있을 것만 같은)가 전부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강제성을 지니고 있으면 그것이 노예라는 그 의미를 상기시킨다. 또 당시 일본 본토가 아닌 지역의 물가상승률이 어마어마했다는 점을 바탕으로 위안부에게 주어진 돈이 가치가 떨어진 화폐를 먹고 살 만큼만 쥐어줬음을 알린다.
 
당시 미군의 문서에 대해서는 위안부라는 개념 자체가 없던 시절이며 전쟁 당시 미군에서도 위안소를 운영한 적이 있지만 이는 민간업자에 의한 불법이었고 상부에 보고되었을 때 해체시켰음을 알리며 일본 극우들이 얼마나 교묘하게 거짓 속에 진실을 섞는지 보여준다. 한 마디로 일본이 한 행동은 인류 역사상 추악하고 끔찍한, 법적으로 처벌근거가 있음에도 국가가 묵인한 사건임을 이 다큐멘터리는 밝힌다.
 
위안부 할머니들은 한국의 가부장적 사회에 의해 위안부였다는 사실을 부끄럽게 여기길 강요받아 목소리를 낼 수 없었고 결국 고령의 나이가 되어서야 그 사실을 하나 둘 이야기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정부가 이들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하는데 시간이 걸려 흐릿한 기억력 속에 진술에 문제를 지닐 수밖에 없었다. 할머니들이 진술을 할 때마다 일본극우가 일관성을 물고 늘어진다는 점 때문에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지에 대해 강조한다.
  

▲ '주전장' 스틸컷  © (주)시네마달

 

미키 데자키의 이 시점이 중요한 이유, 특히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의 가부장제를 근거로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없는 환경에 대해 강조하는 이유는 전쟁 중 벌어지는 여성에 대한 성적 폭력이 '과거'가 아닌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제 21회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을 통해 국내에 소개된 다큐멘터리와 애니메이션을 혼합시킨 작품 <제로 임퓨니티>는 현재도 전 세계에서 발생하고 있는 전쟁 중 여성 성범죄를 규탄하고자 한다.
 
이 작품은 도입부에서 시리아 소녀가 고향을 떠나면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고향을 떠나 슬퍼하는 줄 알았던 소녀는 어머니에게 행복해서 울음을 터뜨렸다 말한다. 내전 중인 시리아의 상황에서 반군에 가담한 소녀의 아버지로 인해 소녀는 군부에 끌려간다. 군부에서 소녀는 자신과 같이 끌려온 다른 소녀들과 함께 강제로 호르몬 주사를 맞고 군인들에 의해 집단으로 강간을 당한다.
  

▲ '제로 임퓨니티' 스틸컷  © a_BAHN

 

시리아 군부의 이 방법은 오랜 시간 전쟁을 치르느냐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군인들의 불만을 풀어주면서 반군이 자기 발로 항복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동시에 정부의 묵인 하에 여성에 대한 성폭력을 자행한다. 이런 문제는 러시아와 전쟁 중이던 우크라이나에도 있던 문제다. 스파이로 의심되는 여성에 대한 고문방법 중 하나는 강간이다. 이 잔혹한 방법에 피해를 입은 여성들은 평생을 고통 속에 살아간다.
 
문제는 이런 전쟁 중 성폭력이 세계의 인권을 중시하는 UN의 묵인 하에서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UN의 평화유지군은 아프리카에서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성매매를 한다. 전쟁의 공포에 처한 아이들을 지켜야 될 이들이 오히려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UN의 성폭행 문제는 내부에서 묵살된다. 당시 UN의 사무총장이었던 반기문은 이 문제에 대해 알았지만 침묵을 유지했다.
 
위안부는 당시 미성년자였던 소녀들 역시 대상으로 했다. 일본에서는 당시에도 미성년자에 대한 성적인 착취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었다. 위안부가 겪었던 전쟁 중 성폭력의 문제는 과거가 아닌 현재에도 이뤄지고 있으며 전 세계에서 목소리를 내지 않는 한 사라지지 않을 문제다. 여기서 미키 데자키 감독이 던진 질문과 그 마지막 답을 제시해야 될 필요가 있다. 왜 전장은 미국까지 확대되었는가.
  

▲ '제로 임퓨니티' 스틸컷  © a_BAHN

 

그것은 위안부 문제에 미국도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일본의 군비 지출을 늘리려고 했으나 전쟁의 고통을 겪은 일본인과 그 정부는 찬성하지 않았다. 이에 그들은 수감 중이던 전범 인사들을 풀어 정치권 장악을 시도했다. 이로 인해 소기의 목적은 달성하였으나 국민들의 격렬한 반대로 전범들은 물려난다. 하지만 이때 풀려난 A급 전범 기시 노부스케의 외손자 아베 신조가 현재 일본의 극우화를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그 씨앗은 미국이 던졌다고 볼 수 있다.
 
강대국들의 침묵은 거짓이 판치게 만들며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잠기게 만든다.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본인들의 국익을 위해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종용했고 그 결과 위안부 할머니들의 목소리에 침묵을 강요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이는 UN이 평화유지군의 성폭력에 침묵하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다. 전쟁 중 성폭력의 묵인에 대해 고함을 지르는 이 두 작품은 진실을 위해 침묵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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