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이끄는 SNS, 현대인의 자화상을 비추다

[프리뷰] '서치 아웃' / 4월 15일 개봉 예정

김준모 | 기사승인 2020/04/09 [14:38]

죽음을 이끄는 SNS, 현대인의 자화상을 비추다

[프리뷰] '서치 아웃' / 4월 15일 개봉 예정

김준모 | 입력 : 2020/04/09 [14:38]

▲ '서치 아웃' 포스터  © 삼백상회 , (주)스톰픽쳐스코리아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2013년, 러시아에서 시작된 한 온라인 게임은 청소년 연쇄 자살이라는 끔찍한 사건으로 이어졌다. 이 온라인 게임은 ‘Blue Whale’ 일명 ‘흰긴수염고래’라 불리며 러시아 청소년들 사이에서 번져나갔다. 게임의 방식은 간단하다. SNS에 있는 가상 게임의 그룹에 가입한 뒤 지정된 관리자가 내주는 과제를 50일간 수행한 뒤 인증사진과 태그를 남기면 된다. 처음에는 단순한 미션으로 시작되는 게임은 이후 강도를 더해갔다고 한다.

 

칼로 팔에 흰긴수염고래 새기기, 면도칼로 가족 중 한 명 찌르기 등 과격한 미션이 주어지고 마지막에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미션이 주어졌다. 이후 5년 간 러시아를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피해자가 속출했다는 점에서 이 현상은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왜’ 피해자들은 자신들의 생명을 위협받는 명령을 따라야만 했던 걸까. 이는 SNS가 지닌 속성에서 비롯된다. 자기를 알리는 게 아닌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공간이 SNS다.

 

▲ '서치 아웃' 스틸컷  © 삼백상회 , (주)스톰픽쳐스코리아

 

‘서치 아웃’은 이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현대인들이 지닌 정체성과 SNS 사이의 관계를 스릴러의 문법으로 풀어낸다. 취업 준비생 성철과 준혁은 같은 고시원에 살던 소녀가 자살하자 의문을 품게 된다. 가수라는 확고한 꿈이 있었던 건 물론 도저히 자살할 거처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찰은 처지를 비관한 자살로 결론을 맺고 그렇게 사건은 끝날 것이라 여겼다. 그런데 준혁의 SNS로 죽은 소녀의 계정으로 정체를 알 수 없는 메시지가 도착한다.

 

소녀의 죽음에 흑막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 두 사람은 경찰의 도움을 받을 수 없자 흥신소에 도움을 청한다. 흥신소 해커 누리는 두 사람을 도와 SNS 계정의 실체를 파헤치고자 한다. 작품은 독특한 아이디어로 스릴러를 전개한다. SNS를 통해 상대에게 임무를 부여하고 마치 최면상태처럼 만들어 죽음에 이르게 만든다. 이런 아이디어는 SNS의 두 가지 속성에 의해 현대사회에서 청춘들이 지닌 자존감 문제를 보여준다.

 

▲ '서치 아웃' 스틸컷  © 삼백상회 , (주)스톰픽쳐스코리아

 

첫 번째는 가면이다. 흔히 SNS를 인생의 하이라이트라고 말한다. 가장 빛나는 순간,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순간만 담아낸다. 그 순간들이 모이고 모인 SNS 세상에서는 모두가 즐겁고 행복해 보인다. 그래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 준혁은 ‘소원지기’라는 SNS 스타로 활동 중이지만 실제는 취업 준비생이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자신에게 막 대하는 학생에게 제대로 반박조차 못한다.

 

그에게 SNS는 취준생이란 모습을 가리는 가면이며 실제의 준혁은 낮은 자존감을 지니고 있다. 작품 속 SNS 게임은 상대의 그런 모습을 공격하며 죽음으로 이끌어 간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존재하는 SNS란 가면에서 게임의 명령은 자신에 대한 시험으로 다가온다. 그 시험을 완성해야만 인정받을 수 있는 거처럼. 화려한 가면에 가려진 낮은 자존감은 죽음을 부르는 게임에 빠져드는 원인이 된다.

 

두 번째는 감정이다. SNS를 하다 보면 알게 모르게 그 공간에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다. 예전이면 일기장에서 혼자 삭이거나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상담했던 일을 SNS를 통해 위로받거나 함께 비난해줬으면 하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지만 내 개인적인 일을 불특정 다수가 알게 되는 문제가 생길수도 있는 게 SNS다. 또 개인적인 감정해소를 위해 쓴 글이 타인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다.

 

작품 속 피해자들이 게임을 명령하는 상대방에게 감정적으로 동화되는 이유는 자신의 약점이라 할 수 있는 낮은 자존감 문제를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본인이 SNS에 올린 글이 그 단서가 되며 벌거벗겨진 마음은 몇 자의 글로 자살까지 생각하게 되는 단계에 이른다. 이는 취준생인 성민과 준혁 뿐만 아니라 시니컬해 보이는 누리 역시 마찬가지다. 취업시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조바심을 느끼게 되는 현대의 청춘들에게 낮은 자존감은 피할 수 없는 숙명처럼 다가온다.

 

▲ '서치 아웃' 스틸컷  © 삼백상회 , (주)스톰픽쳐스코리아

 

SNS에서 벌어진 마녀 사냥을 다룬 ‘소셜포비아’처럼 작품은 청춘과 SNS를 연결시킨다. 현대의 청춘은 낮은 자존감을 숨기기 위해 SNS에서 가면을 쓰지만 그 가면 속에서 더 큰 박탈감과 좌절을 겪는다. 주인공들은 낮은 자존감을 건드리는 SNS 메시지에 정신적으로 혼란을 겪기도 하고 넘치는 정의감과 상반된 현실에 좌절하기도 한다. 때문에 스릴러 영화 특유의 공포를 유발하는 악역이 아닌 SNS 문장 몇 줄과 감시당하고 있다 여겨지는 분위기만으로 색다른 스릴감을 유발해낸다.

 

여기에 배우 이시언은 극의 중심을 잡아주는 연기로 시선을 끈다. 그가 연기한 성철은 경찰준비생으로 넘치는 정의감을 지닌 인물이다. 다소 오글거릴 수 있는 캐릭터를 집중력 있게 표현해내면서 극적인 몰입을 더한다. 그의 존재는 김성철과 허가윤, 두 신인배우 사이에서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주며 캐릭터가 극에 흡수될 수 있게 힘을 보탠다.

 

‘서치 아웃’은 색다른 스릴러를 원하는 이들의 독특한 입맛을 맞출 영화다. SNS를 통해 살인을 벌이거나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안에 저장된 개인정보에 접근해 그 사람의 약점을 잡아낸다는 설정은 현대인들이 공감을 느낄 만한 전개를 선보인다. 자신을 위한 영역으로 시작했지만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자신을 만드는 공간이 되어버린 SNS의 허상을 담아낸 이 영화는 신선한 스릴러의 묘미를 선사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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