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를 묻지 않는 삶, ‘노사리: 순간의 영원’ |24th BIFAN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상영작] 영화 '노사리: 순간의 영원'

박수은 | 기사승인 2020/07/30 [17:58]

이유를 묻지 않는 삶, ‘노사리: 순간의 영원’ |24th BIFAN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상영작] 영화 '노사리: 순간의 영원'

박수은 | 입력 : 2020/07/30 [17:58]

 

▲ '노사리: 순간의 영원' 스틸컷  ©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씨네리와인드|박수은 리뷰어]  야마모토 타츠야 감독의 노사리: 순간의 영원은 교토예술대학 영화학과 학생들이 함께 제작한 7번째 프로젝트 영화이다. 혼자 사는 노인에게 전화를 걸어 손자라며 사기를 치는 떠돌이 청년은 악기상점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고 긍정적인 대답을 듣는다. 할머니는 상점으로 찾아온 청년을 자신의 손자 쇼타라고 부르며 받아들인다.

 

할머니는 쇼타가 무엇을 하며 지냈는지, 어쩌다 오게 되었는지 등의 경위를 전혀 묻지 않는다. 그저 밥을 먹고 빨래를 널고 잠에 드는 일상을 함께 살아갈 뿐이다. 쇼타가 자는 도중 울리는 휴대폰은 그의 현재를 방해한다고 느낀다는 듯이 의자 밑으로 숨겨 버린다. 할머니는 쇼타를 속박하는 모든 것으로부터 그를 최대한 멀어지게끔 돕는 이처럼, 그가 현재에 충실할 수 있도록 자신의 곁을 내준다.

 

▲ '노사리: 순간의 영원' 스틸컷  ©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그렇다면 신뢰와 이유를 기반으로 하지 않은 관계가 어째서 가능한 것일까. 이 작품의 배경이 쇠락해가는 (인적이 드문) 동네라는 사실은 흥미롭다. 아마쿠사 마을의 사람들은 무언가를 재고 따지는 일엔 관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힌 삶과 일정한 거리를 둔 이들은 현재가 영원하다는 듯이 순간을 살아갈 뿐이다. 이들에겐 노사리 정신이 깊이 서려 있다. ‘노사리는 아마쿠사의 방언으로, 하늘에서 주어진 것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아마쿠사 사람들의 사고방식이다.

 

할머니가 운영하는 악기상점은 무인함에 돈을 넣는 식으로 계산을 대체한다. 쇼타는 할머니에게 무인함에 든 돈이 사라진 적이 없는지 묻는다. 할머니는 늘어난 적은 있어도 모자란 적은 없다고 대답하며 필요한 사람이 가져갔겠지.”라는 말을 덧붙인다. 미련하게 보일 수도 있는 대답에서 할머니가 손해를 보거나 부족해 보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할머니가 일상에서 실행하는 비우는 태도는 노사리 정신이 더욱 빛나는 순간 중 하나이다.

 

이 영화는 이미지와 소리를 통해 쇠퇴하는 공간과 추억에 대한 어떤 정서를 유발한다. 저녁 무렵 스산한 마을의 골목을 지배하는 쓸쓸한 분위기. 모두가 떠나간 삭막한 거리에서 하모니카를 연주하는 사람. 오래된 영화관이 풍기는 고유한 냄새. 이 영화에는 금방이라도 사라질 수 있는 것들, 잊혀 가는 것들 속에서 순간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힘이 깔려 있다. 과거와 현재의 공존을 통해 삶의 이해를 말하는 작품, ‘노사리: 순간의 영원은 현재 개봉을 위해 일본에서 펀딩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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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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