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미한 희망에 기대 살아가는 청춘

이시이 유야 감독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

노윤아 | 기사승인 2020/09/10 [15:17]

희미한 희망에 기대 살아가는 청춘

이시이 유야 감독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

노윤아 | 입력 : 2020/09/10 [15:17]

 

▲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 스틸컷  © ㈜디오시네마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씨네리와인드|노윤아 리뷰어] 청춘의 삶은 고되다. 일자리를 위해 도시로 몰려든 젊은이들의 삶은 그가 사는 곳이 도쿄든, 서울이든, 뉴욕이든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다. 외로운 도시의 두 청춘, 미카와 신지는 서로에게서 의미를 발견하고 불행을 나누며 의지한다. 그들을 통해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는 불빛이 꺼지지 않는 도시에 적응해 겨우 살아가는 이들의 짙은 고독과 희미한 희망을 보여준다.

 

미카는 시골에 있는 아버지와 여동생의 생계까지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낮에는 병원에서, 밤에는 술집에서 일한다. 어렸을 때 자살한 어머니로 인해 버림받았다는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어 언젠가 끝날 게 분명한 연애를 회피하며 상처받을 일을 사전에 차단한다. 신지는 도쿄 올림픽 시설 건설 현장에서 일한다. 불안정한 미래와 다달이 쌓이는 청구서를 걱정하는 신지는 불안을 외면하려 아무 의미도 없는 말을 주절거린다.

 

죽음이 일상적인 도시에서 개인은 단절된 채 익명으로 존재한다. 병원에서, 시부야역 지하철에서 익명의 사람들이 죽는다. 죽음은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신지의 동료 토모유키는 갑작스러운 뇌경색으로, 신지가 들여다보던 이웃집 노인은 돈이 없어 에어컨도 없이 무더운 여름을 버티다 고독사한다. 하루를 버티기도 벅차 익명의 죽음에 무뎌진 지 오래인 사람들에게 주변 사람의 죽음은 그들에게 버텨야 할 일 하나를 더한다. 도시는 애도의 시간도 주지 않는 삭막한 공간이다. 신지에게 토모유키와 이웃집 노인의 죽음을 애도할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하루를 버티기도 버거운 이들에게 슬픔은 사치다. 살기 위해서는 슬픔에 잠겨있을 수 없다.

 

신지와 동료들이 토모유키의 죽음에 망연자실해 그가 있을 때처럼 음악을 틀어놓자 옆방 사람은 여느 때와 같이 벽을 친다. 옆방 사람은 소음을 견디지 못하고 조용히 하라는 뜻으로 벽을 칠뿐, 옆방에 누가 사는지, 무엇을 하는지 알지 못 한다. 살기 위해서 관계 맺은 사람의 죽음을 충분히 슬퍼하지도 못하는 공허한 도시에서 미카와 신지는 서로를 만나 희망을 찾는다.

 

미카는 도시를 사랑하게 된 순간 자살한 거나 마찬가지야.’라고 말한다. 모두가 각자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도시에서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짐을 덜어주기엔 다들 지쳐있다. 그런 사람 천만 명이 사는 도시에서는 자주 마주치는 일만으로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단절된 사람들 사이에서 서로를 호명하고 의미를 부여한 관계는 양날의 검이다. 고독한 도시에서 버틸 수 있는 이유가 됨과 동시에 버텨야 하는 또 하나의 고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 스틸컷 © ㈜디오시네마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릴 수도 있다는 공포는 지진으로 형상화된다. 붕괴에 대한 두려움과 죽음이 도처에 서성이는 도시에서 미래는 절망적이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어두운 현실 때문에 살아있다는 사실은 위안으로 변한다. 살아있다는 사실 하나로 안심하고, 살아있기 때문에 미래를 꿈꾼다. 살아 있기만 하면 희망은 아무리 희미할지라도 피어오른다.

 

왼쪽 눈의 시력을 거의 잃어 세상의 반절을 보는 신지는 미카를 만나 불길한 예감이 터무니없이 좋은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예감으로 바뀌는 것을 경험한다. 미카 역시 싫은 일을 반으로 줄여주겠다는 신지 덕분에 내일을 기대하기 시작한다. 그들이 실패를 점쳤던 버스킹 가수의 성공은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미래를 기대하게 만든다. 불행만 가득해 보이던 비관적인 미래에 실낱같은 희망은 살아갈 이유가 된다. 도시는 마치 판도라의 상자처럼 온갖 슬픔과 불행이 가득한 와중에도 희미한 희망을 간직한다. 신지와 미카는 이제 확실한 불행을 기다리지 않는다. 꽃이 핀 신지의 화분처럼, 언젠가 꽃필 그들의 미래를 기대하며 버티는 삶이 아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삶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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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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